[Review] 크로스 오버 국악 그룹? 잘하는 재즈 밴드! - 유사과학

신박서클의 유사과학
글 입력 2022.08.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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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하고 처음 맞는 여름휴가. 사람 많은 곳은 싫고 그렇다고 집에서만 보내기는 더 싫고. 마침 합정에서 좋은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전주 탈출을 감행했다. 평범한 밴드보다 국악 밴드에 더 익숙한 전주 토박이 국악 kid의 입장에서 신박서클의 공연 유사과학과 동명의 앨범을 리뷰해 본다.

 

 

 

밴드 신박서클, 화려한 연주 실력을 뽐내다


 

 

 

신박서클은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밴드다. 밴드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

 

버클리 음대 출신 작곡가 겸 색소폰 연주자 신현필, 전통과 현대 사이를 오가며 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가야금 연주자 박경소, 여러 밴드와 세션으로 활동하며 대중문화예술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까지 받은 바 있는 베이시스트 서영도, 이들의 음악적 실험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드러머 크리스티안 모란까지 그야말로 크로스오버 계의 ‘어벤져스’라고 할 수 있다.

 

밴드는 키보드와 리드기타를 가야금으로 대치시킨다. 일례로 네 마디의 키치한 멜로디를 반복해서 연주하는 리프를 가야금이 가져간다. 공연에 쓰인 악기는 25현 가야금. 12현의 전통 산조 가야금을 개량한 것이다. 명주실 대신에 나일론으로 제작된 현을 쓰고 산조 가야금보다 몸체가 단단하고 커서 울림 또한 더 크다.

 

박경소 씨는 곡이 끝날 때마다 악기의 음을 다듬었다. 가야금은 음률은 가지고 있지만 음계는 가지고 있지 않은 악기이며, 조율에 따라 다양한 음역을 다룰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기에 본래 다른 악기의 반주 없이 홀로 연주된다. 그러나 밴드 속에서 협연해야 하는 만큼 계속해서 튜닝이 필요했던 것.

 

보통 재즈-국악 크로스오버 음악은 재즈와 산조가 가진 즉흥성과 기교를 기반으로 엮인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그 매개의 역할을 담당하는 가야금이 리프를 담당하게 되며 이 부분이 느슨해진다. (몇몇 곡에서 화려한 솔로가 등장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 간극을 채우는 것은 다름 아닌 색소폰. 유려하고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신현필 씨의 색소폰 음색은 밴드의 색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구성을 보다시피 중심이 되는 두 악기가 코드를 잡아주지 못한다. 이럴 경우 곡이 전반적으로 붕 떠서 음이 분리되지 못하고 뭉치는 일이 벌어진다. 따라서 밴드에서 유일하게 코드 플레잉을 맡는 베이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밴드의 베이스는 이 모든 문제를 전부 커버한다. 그리고 나아가 솔로를 통해 화려한 연주 실력을 뽐내며 ‘역시 베이스는 서영도!’라는 탄성을 자아냈다.

 

눈을 뗄 수 없는 멤버 간의 호흡에 대해 밴드를 처음 구상한 신현필 씨는 공연 중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제가 경소씨와 처음 밴드를 만들 때, 의도적으로 화성 악기 그러니까 건반과 기타를 배제하고 만들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현대 음악에서 그걸 전부 배제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우리 베이스 연주해주시는 영도 형님이 힘을 써주셨습니다.”
 

 

 

흑인 음악으로 연주되는 한국식 아재 개그


 

 

 

유사과학은 2021년 발매한 이들의 정규 2집의 제목이기도 하다. 앨범은 저마다의 이야기와 이미지를 가진 총 9곡이 담겼다. ‘밀실의 선풍기’, ‘평면지구’, ‘사카린’, ‘해독’, ‘피톤치드’, ‘파워스톤’, ‘음이온’, ‘당신의 혈액형’, ‘점성술’이 그것. 트랙리스트의 제목만 살짝 훑어보더라도 일상적인 농담의 냄새가 짙다.

 

특히 즐거웠던 스토리텔링은 2번 트랙 ‘평면지구’와 6번 트랙 ‘파워스톤’. 둘은 모두 신현필 씨의 엉뚱한 발상에서 나온 곡이다.

 

'평면지구'는 신현필 씨가 우연히 지구는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는 주장인 '지구평면설'을 접하고 만들어진 곡이다. '우주 밖에서 찍힌 지구의 모습은 모두 조작된 것이다'에서 출발하는 이 논리는 대표 사이트가 만들어질 만큼 인기(?) 있는 가설이다. 신현필 씨는 이들에게 흥미를 느꼈고, 괴짜의 걸음걸이를 연상시키는 '평면지구'를 썼다고.

 

신현필 씨는 무용하고 이상한 물건들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 그런 그가 가장 현혹되기 쉬운 곳이 바로 휴게소의 잡상인 트럭. 그 앞을 지나가면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묘한 노랫가락에 홀려 무엇인가 사게 되고 만다고. 특히 요즈음 유행한 게르마늄 팔찌는 그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고. '파워스톤'은 신묘한 기운으로 힘이 나고 상처 부위가 낫는다는 게르마늄의 효능(?)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앨범의 제목인 '유사과학'은 결국 코로나바이러스로 다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한 일종의 제의적 행위인 셈이다.

 

 

 

크로스 오버 국악 그룹? 잘하는 재즈 밴드!


 

 

 

"국악, 재즈, 레게, 대중 음악, 현대음악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약해온 뮤지션들이 모였기에 가능한 앨범이다. 다양한 장르와 위치에서 정체성을 끊임없이 고민해온 뮤지션들이 발현하는 음악은 국악도 월드뮤직도 재즈도 아니다.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혼합음악 앞에 규정은 무의미해진다. 신-박-서-클(신현필, 박경소, 서영도, 크리스티안 모란)이라는 네 명의 역사와 현재가 고스란히 쌓여 아이슬란드의 황혼과 경부고속도로의 인상을 노래하고, 씻김굿과 인도 힌두 스타니 음악은 영감이 된다." - 신박서클 1집 심사평, 한국대중음악상 김미소 선정위원

 

“분명 [유사과학]은 각 수록곡이 관습적인 크로스오버보다 오히려 훨씬 노골적인 모던 재즈 어법이나 국악 어법을 기반에 둔 퓨전 음악에 가깝게 완성되었다. 그러나 덕분에 연주 기반의 인터플레이와 짜임새, 각 수록곡의 인상에 더욱더 몰입하며 전작보다 더 좋다고 '믿을 만한' 개성과 연주의 합, 나아가 음반의 완성도를 갖추게 되었다. 단연 올해 가장 즐겁게 들었던 연주 중 하나다.” - 신박서클 2집 심사평, 한국대중음악상 정병욱 선정위원

 

 

밴드의 1집과 2집은 모두 음악성을 인정받아 발매된 당해 연도의 한국대중음악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모두 국악과 양악의 크로스오버 앨범이었지만, 지명된 부문은 각각 크로스오버 음반 부문과 연주 음반 부문으로 달랐다. 이유는 단순하다. 2022년 한국대중음악상에는 크로스오버 부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국악 러버의 입장에서 이런 변화는 반갑다. 앞선 기사인 '국악의 현대화가 아닌 국악의 현재와 미래'에서도 언급했듯 국악이 동시대적인 장르로 논해지기 위해서는 국악을 '꼭 지켜져야 할 우리 고유의 것'이라는 일종의 국뽕렌즈를 빼고 음악의 한 장르로서 인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신박서클의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음악은 국악을 활용하여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기보다는 재즈에 국악기 소리를 접목하여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낸 것에 가깝다. 따라서 이들을 '크로스 오버 국악 밴드'보다는 '잘하는 재즈 밴드'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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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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