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나도 모르는 나를 소개합니다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사람들
글 입력 2022.08.0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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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왕래가 없던 친구에게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내가 블로그에 올렸던 리뷰 아닌 리뷰 글을 보고서는 내 글이 좋았다며 아트인사이트 에디터에 지원해보라는 내용이었다.
 
마침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던 터라 그래, 하고 지원했다. 그리고 에디터가 되었다. 이래도 되나, 싶었다. 전산 오류라도 난 건 아닐까. 이 일련의 과정을 다른 친구에게 말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너 그런 글 잘 쓰기는 하더라. 내가 그런 글을 잘 썼던가?
 
내 블로그에는 두 개의 글이 있었다. 하나는 뮤지컬을 보고, 하나는 영화를 보고 쓴 글. 처음 쓴 글은 뮤지컬을 보고 쓴 글이었다. 매우 기대하고 있던 극이었고, 친구에게 제안해서 둘이 같이 보러 갔다. 그런데 그 극을 보는 내내 극의 표현 방식에 대해 불쾌감을 느꼈고, 나의 분노를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나와 달리 작품을 보고 느꼈던 긍정적인 감정을 내가 방해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공개적이면서도 내 이야기를 듣는 명확한 상대방은 없는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영화를 보고 나서 쓴 글도 나의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쓴 글이었다. 흥미롭게 본 영화였기에 그 전과는 달리 영화를 보며 내가 한 생각을 적어내리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어쨌든 두 가지의 글 모두 나의 생각을 블로그라는 공간에 내려놓은 것 뿐인데, 그 생각을 본 친구들이 나에 대해 하는 말이 놀라웠다. 나는 그런 종류의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나도 모르는 나의 한 면을 친구들이, 아트인사이트가 발견해줬다.

 

*


스스로 느끼기에 나는 말을 잘 못한다. 말로 하는 것보다는 글로 쓰는 것이 훨씬 수월하게 느껴진다. 말을 조리있게 못한다는 것 말고도 발음을 잘 못한다고도 생각한다. 노래를 따라 부를 때 혀가 꼬여서 따라부르지 못할 때면 슬퍼진다. 그리고 나는 느리다. 행동뿐만 아니라 말도 생각도 느린 것 같다. 빠르게, 빠릿빠릿하게 일을 해결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신기하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느린 나를 답답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보통 사람들만큼의 속도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종종 있다.
 
얼마 전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 왔다. 한 사람은 나에게 나의 차분한 말투가 부럽다고 말했고, 다른 한 사람은 나에게 느리고 차분한 것 같으면서도 할 일은 다 해내는 내가 부럽다고 말했다. 자신들은 나처럼 침착한 느낌이 없고, 성격이 급한 편이기에 나의 이러한 면이 가지고 싶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나는 누가 보더라도 활달해보이는 사람이 부러웠는데 말이다.
 
나의 느림이 나만의 특성인 건 알고 있었지만 누군가에게 가지고 싶은 무엇인가가 될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


무엇이든 결정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뭐 먹을래? 난 결정을 잘 못해서, 너가 골라줘. 내가 그렇다. 얼마 전 같이 저녁을 먹게 된 지인이 나에게 물었다. 어떤 거 좋아해? 나는 매운 거 잘 못 먹어서 매운 것만 아니면 다 잘 먹어. 너는 뭔가에 대해 좋고 싫은 게 있어? 장난으로 내뱉은 상대방의 그 말을 듣고 갑자기 생각에 빠졌다. 나도 호불호가 있나? 그러고는 내뱉었다, 없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묻고 싶어질 수도 있겠다. 민트초코, 고수, 파인애플 피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민트초코와 고수는 맛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싫어서 진저리칠 정도는 아니고, 파인애플은 원래 못 먹어서 별 생각 없습니다. 나는 알고보니 결정을 잘 하지 못하는 게 아니고, 좋고 싫은 게 잘 없는 사람인가보다. 그래서 결정을 내릴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앞서 써내려간 글자들은 모두 23년 간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지인이 알아준 일화를 소개한 것이다. 23년이나 나와 함께했는데 모르는 부분이 있다니 참 신기하고도 웃기다. 그리고 그 오랜 기간 내가 깨닫지 못한 나를 다른 사람이 찾아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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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MBTI를 잠깐 이용해 나의 한 부분을 소개해보자면, 내 MBTI는 P로 끝난다. 무슨 일을 할 때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유형의 사람이다. 앞서 얘기했듯 나는 호불호가 없는 성격인데, 사람들은 이를 결정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그 두 개가 동일하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나의 길을 걸어오는 동안 나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마주쳤다. 그 때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결정을 내렸다.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나를 걱정한다. 고민을 조금 더 해보고 선택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그럼에도 나는 큰 고민 없이 내가 따져보아야 할 것들이 다 충족되면 곧바로 선택을 하고는 한다. 그리고 그 수많은 결정들을 되돌아보자면, 후회할 것도 잘못된 것도 없다.
 
조금이라도 아쉬운 게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다만 아쉽다는 감정을 가지는 것에서 끝난다. 그 때의 나는 나름의 고민을 거쳐 결정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는 위의 일화들처럼 여태껏 나를 알아준 주변 사람들이 있을 것이기에. 그들과 나는 최선을 선택을 한 것이다.
 
자기소개를 하려니 참 많이 막막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여태껏 누군가를 만나 자기소개를 할 때에는 이름, 나이, 전공 이 세 개 외에는 나를 더이상 수식할 단어들이 없다고 느껴졌다. 그러다 최근에 겪은 일들이 떠올랐고 이 글을 써내려갈 수 있었다.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3인칭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나의 모습을 보려면 거울이라는 물체를 통해야 하고, 나의 성격이 어떤지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는 힘드니 어느 정도 맞는 말인 것 같다. 나는 나의 조각 조각들을 주변 사람을 통해 하나씩 맞춰가고 있다.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를 나와 나눠준다는 사람이 있음은 감사한 일이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없다면 자기 소개를 할 때마다 이름, 나이, 전공 이 세 가지만 반복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이 글을 읽으면서 제 이름, 나이, 전공을 알아내셨나요? 어쩌면 그러한 것들보다도 더 중요한 것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조각들은 다른 사람들이 있어야만 완성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나의 소개에 귀기울여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이 글을 마친다.
 
 

민시은.jpg

 

 

[민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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