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호모 폴리티쿠스의 내면을 지키는 법: 도서 '나는 관계가 어려운 사람입니다'

글 입력 2022.07.2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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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 표현했다는 말은 익히 알려진 명제다. 하지만 이를 보다 정확하게 파고 들자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고 표현했다. 세네케가 정치적 동물이라고 표현된 호모 폴리티쿠스를 사회적 동물로 완역한 것이 널리 알려져서 그렇지, 원문의 의미로서는 정치적 동물이 맞는 것이다. 뭐 사회적 동물이든, 정치적 동물이든, 이 단어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인간은 혼자 사는 동물이 아니라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끝없이 하며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그런 호모 폴리티쿠스인 우리는 지금도 끝없이 누군가와 연결된 채로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 비하면 그 어느 때보다도 비대면 및 무인 시스템이 활성화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초연결시대를 살고 있다. 기술이 발달하여 대인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하다못해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타인과 연결되고자 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관계는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인생에서 중요한 요소이기에, 관계는 동시에 우리에게 큰 스트레스 요인이 되기도 한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처럼, 사실 사람이 제일 어렵다. 당장 내가 나 스스로도 완전히 안다고 확언할 수 없는데 어떻게 타인을 완전히 알 수 있겠는가.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를 상처입히기도 하고, 동시에 나도 잘 아는 사람에게 부지불식간에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그래서 도서 '나는 관계가 어려운 사람입니다'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저도요' 하고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 책 소개 >


사람으로부터 얻는 기쁨과 위안도 크지만, 사람에게서 받는 상처도 크다. 세 명 이상이 모이기 시작하면 크고 작은 오해나 갈등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꽤나 마음고생을 한다. 관계는 이렇게나 미묘하다. 15년차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이자 [나는 관계를 어려워하는 사람입니다]의 김민경 저자는,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로 일하면서 수많은 내담자를 만나왔다. 상담실을 찾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관계'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가까운 이들에게 자주 크고 작은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쉽게 잊지 못하고, 더 큰 상처가 두려워 갑작스럽게 관계를 단절하는 일이 많은데, 역설적이게도 이내 그 관계에 목말라하고, 어떻게 다시 연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방법을 물어온다고 한다. 저자는 왜 이토록 사람에게 상처를 받는지, 왜 관계에서 자유로워질 수가 없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이 책에는 관계를 유독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특징과 상처받은 마음을 씻어내는 법을 설명하고, 안전하지 못한 관계는 끊어내고 건강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또한 더 이상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한 단단한 마음을 만드는 법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저자의 수많은 경험과 그 경험으로부터 나온 공감과 따뜻한 조언이 관계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와 해결책이 되어줄 것이다.

 




가장 먼저 1장에서, 저자 김민경은 "타인의 시선에 얽매여 관계에 휘둘리는 나"라는 소제목으로 12개의 꼭지를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1장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행동하는 모든 사람들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 스스로도 그런 편이었기 때문이다. 눈치껏 행동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센스있는 행동으로 칭찬받기도 한다. 그리고 한국사회에선 그런 눈치있는 행동이 미덕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눈치껏 행동한다는 것은 그만큼 주변의 분위기를 많이 읽는 것이기도 하고, 주어진 상황과 분위기에 맞춰 내 뜻과 의지를 순응시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 뜻과 의지를 순응시켜서라도 주위 분위기와 상황에 맞춘다는 것은 결국 내 감정과 내 의사를 후순위로 둔다는 의미인 동시에 나를 상대적으로 덜 존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들은 관계 속에서 상처받기 쉽다. 특히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리게 된 나 자신의 말보다도, 다른 사람들의 말들이 나를 휘두르는 경우를 목도하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내가 나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타인의 인정으로 세워지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 되새겨야 한다.


오랫동안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상담을 해온 전문의이기 때문인지, 저자는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독자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짚어주었다. 그 문제로 고민했던 사람에게 너무나 필요한 말들을 해주면서, 동시에 장황하지 않기에 더욱 효과적으로 그 말들이 와닿는 듯했다. 한 꼭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면 읽는 입장에선 가르치려 든다는 느낌을 받았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가 간단명료하게 짚는 부분들은 효율적이었고 그래서 더 좋았다. 한 번도 상담을 받아본 적이 없지만, 활자만으로도 저자와 상담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저자의 글이 마음을 달래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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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은 '미묘한 관계 줄다리기에서 나를 지키기 위하여'라는 두 번째 챕터를 통해 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들에 대해 하나씩 언급하기 시작한다. 특히 타인과 나 사이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것이 두 번째 챕터의 주안점이었다. 그렇지만 관계 속에서 영원한 가해자와 영원한 피해자는 없으며, 나 역시도 언제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분명히 명심해야 할 점이다. 저자는 가족 관계 속에서 상처를 주고 받은 내담자들을 소개하면서 독자가 스스로를 투사해볼 수 있도록 안배하고 있었다. 자칫 독자가 스스로를 관계에서의 피해자로만 여기며 자기연민에 빠질 위험을 미리 배제하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챕터에서 유독 흥미롭게 와닿았던 것은 '소음이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였다. 나 스스로 소음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게 바로 층간소음 문제일 것이다. 나는 원래 잠을 꿈도 꾸지 않고 푹 자는 편이었다. 한 번 잠들면 아침에 일어날 때까지 중간에 잠에서 깨는 일이 없는 편이었다. 어디서든 잘 자고 푹 잘 수 있는 게 나의 가장 큰 장점이었는데, 지금은 그 장점이 많이 변했다. 회사에서의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면서 어느 순간 야밤의 층간소음에 잠에서 깨어나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경우, 절대적으로 소음의 크기가 클 때도 분명 있다. 하지만 똑같은 환경에서도 잘 자다가 갑자기 잠에서 깨기 시작한 게 느껴지다보니 스스로 스트레스가 높아진 것도 원인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그만큼 다른 외부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서글프게도 그 이후에 회사 스트레스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대비 예민해진 밤귀는 여전히 층간소음을 잘 잡아내 새벽에 나를 일깨우고 있다.


저자는 스스로 소음에 대해 민감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 때에 내 몸의 스트레스 상태를 체크해보길 권유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밤잠을 설치는 층간소음도 문제지만, 회사에서 자꾸 소리에 놀라는 경우가 많아 스스로 신경이 쓰이던 차였는데 저자의 문구를 보는 순간 내가 회사에서 계속 알게 모르게 받는 스트레스가 새삼 높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들 법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긴 한데, 어쨌거나 그런 긴장 상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작은 소리에도 나를 놀라게 만드는 것 같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안받을 수는 없지만, 어떻게 이 부분을 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조금은 생각해봐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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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스로를 다독이고 지키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 저자 김민경은, 다음으로는 '유연하고 단단한 관계를 만드는 법'을 세 번째 챕터에서 다루었다. 관계를 잘 이뤄나가기 위해 타인에게 취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김민경은 관계를 위해 거리를 둘 필요도 있다는 점 역시 함께 언급하고 있었다. 관계는 결국 적당한 거리가 유지되어야 바람직하기 때문에 때때로 거리를 둘 필요도 있다는 것을 언급하는 것이 눈에 오래 남았다. 그래야만 관계가 유연하면서도 단단하게 맺을 수 있으니 말이다.


타인과 관계 맺는 방법 중에서 가장 원론적인 이야기가 바로 이 세 번째 챕터에 있었다. 바로 '관계의 90퍼센트는 말투에서 시작된다'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옛말처럼 말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우리 모두가 잘 안다. 반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이라는 것을 우리가 괜히 배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밀한 관계일수록 좋은 말투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누구나 잘 알 것이다. 정말 지키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이기에, 더더욱 의식적으로 신경 쓰면서 스스로를 돌이켜봐야 할 부분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내가 나로 자유로울 수 있게' 챕터를 통해 독자들에게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다독일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앞선 모든 이야기들을 마무리짓는 동시에 현실을 다시 헤쳐나가야 할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힘을 주는 대목이었다.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게 되는 법이니 어떤 상황에서든 스스로 마음을 추스릴 수 있도록, 저자는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그 점이 참 좋았다. 결국 나를 가장 잘 챙길 수 있는 건 나이니, 나 스스로를 챙길 수 있는 방법들은 곧 가장 근본적인 버팀목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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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감정에 공감할 필요는 없다. 모든 상황에 답해야 할 의무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매순간 나를 지키면서, 하지만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한다. 저자 김민경은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담담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때로는 그가 쓴 문장들에 공감하기도 하고, 공감을 넘어선 위로를 받기도 해서 '나는 관계가 어려운 사람입니다'를 다 읽고 나니 마음 한 켠이 따스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관계가 어렵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그 고민이 한동안 뇌리에 자리잡았던 적이 있다면 도서 '나는 관계가 어려운 사람입니다'를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모든 관계에 대한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기에 모든 관계에 대한 고민이 해결된다고 감히 확언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아가며 관계를 유지해나갈 동력을 얻는 데에는 충분할 것이다.



 



나는 관계가 어려운 사람입니다


지은이: 김민경

분야: 인문 - 심리/인간관계


출판사: 언더라인

페이지: 276쪽


정가: 17,000원

ISB: 979-11-978601-2-6 (03180)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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