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이 들어야 할 여름의 J-POP [음악]

여름을 연상시키는 J-POP 네 곡
글 입력 2022.07.1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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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은 유난히 덥다.

 

낭만적이라는 여름 저녁 공기 대신 후덥지근하고 습해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여름 저녁이라는 말이 어울릴 법 한 여름이다. 여름 밤 산책을 그리도 좋아했는데 이번 여름에는 잠시 쉬어 가고 싶은 생각이 들기마저 한다. 습하다고 투덜거리지만, 그럼에도 여름이라는 계절이 주는 고유한 설렘은 올해도 여전하다.


나에게는 여름이 왔음을 알려주는 것들이 있다. 날씨가 더워지고 방에서 모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물에 빠진 나이프]를 보고 싶어진다. 나열된 영화 세 편을 모두 시청하면 나는 비로소 이제 여름이 왔다는 것을 느낀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 그리고 [물에 빠진 나이프]가 모두 일본 영화라는 것은 놀랍지 않은 우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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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 中

 

 

일본에 가 본 적 없지만 여름은 나에게 일본을 연상시킨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 영화나 소설은 여름을 배경으로 한 것들이 많다. 일본 작품들이 그려내는 어딘가 눅눅하고 고요한, 그렇지만 살아있는 공통된 여름의 이미지를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내게 여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두운 밤, 고요하게 펼쳐진 풀밭이다. 펼쳐진 풍경에 홀로 걸어다니는 이가 있다면 더욱 좋다.


일본 영화와 소설은 좋아해도 일본 음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는데, [물에 빠진 나이프]를 한창 돌려보며 스다 마사키에게 빠졌을 때가 있었다. 스다 마사키가 일본에서 매우 유명한 배우인 동시에 가수기도 하다는 사실을 접한 이후, 자연스레 스다 마사키의 곡들을 시작으로 일본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것이 하나 더 늘었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J-POP의 플레이 빈도 수가 급격히 늘어난다. 시원한 동시에 어딘가 꾹꾹 눌러 담긴 듯한 노래들 – 유독 덥고 길 것만 같은 이번 여름에 당신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주고 싶은 일본 노래 네 곡을 소개한다.


언젠가는 여름에 일본의 지하철에서 이 노래들을 직접 듣고 싶다.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속 주인공들처럼 CD 플레이어는 아닌 무선 에어팟을 귀에 낀 채로 듣겠지만 말이다.  여름을 닮은 노래들이 주는 감정을 오롯이 느끼며 다가올 여름의 저녁들을 맞이해보자.

 

 


Aimyon – Marigold


 

 

 

麥わらの帽子の君が

밀짚모자를 쓴 그대가


ゆれたマリ-ゴ-ルドに似てる

흔들리는 메리골드와 닮았어


あれは空がまだ靑い夏のこと

저건 하늘이 여전히 푸른 여름을


懷かしいと笑えたあの日の戀

그립다며 웃을 수 있었던 사랑이야.


「もう離れないで」と

이젠 떠나지 말아줘 라며


泣きそうな目でみつめる君を

울 것 같은 눈으로 바라보는 그대를


雲のような優しさでそっとぎゅっと

구름 같은 상냥함으로 살며시 단단히


抱きしめて抱きしめて離さない。

끌어안고 껴안아 놓지 않을거야

 

 

일본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아이묭의 노래를 처음 접한 것이 바로 Marigold의 라이브 영상이었다.

 

어느 여름 노을이 지는 저녁 야외 무대에서 기타를 치며 이 노래를 부르는 아이묭의 모습에 반해 일본어 가사를 제대로 따라 부를 수 조차 없는 노래를 반복해 들었다. 사랑하는 상대의 모습을 묘사하며 너를 놓지 않을 것이라 말하는 가사가 사랑스럽다.

 

가사처럼 순수한 멜로디 라인은 무더운 날씨에도 청량하게만 다가온다.


 

 

Aimyon - 君はロックを聽かない / Kimiwa Rock Wo Kikanai (너는 록을 듣지 않아)


 

 

 

はロックなんか聽かないと思いながら

너는 록 같은 건 듣지 않는다고 생각 하면서도


少しでも僕に近づいてほしくて

조금이라도 나와 가까워지길 바랬어


ロックなんか聽かないと思うけれども

록 같은 건 듣지 않는다고 생각은 하지만


僕はこんな歌であんな歌で

나는 이런 노래로 저런 노래로


戀を乘り越えてきた

사랑을 극복해 왔어

 

 

아이묭의 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꼭 여름이 아니어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항상 찾게 되는 곡이다.

 

상대방은 듣지 않을 노래이지만 우리는 노래를 들으며 사랑의 상처와 설렘과 불안함과 모든 감정들을 극복하려 노력한다. 사랑하는 이의 옆에는 항상 음악이 있다. 음악 취향이 같은 사람이라면 사랑에 빠질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록 음악을 좋아하던 사람을 좋아했던 시절의 나와, 록을 듣지 않는 사람을 좋아했던 시절의 나까지 – 누군가를 좋아했던 나는 아이묭의 이 노래를 들으며 이런 저런 사랑들을 극복해 왔다. 여름 저녁 맥주를 마시며 듣고 싶어 지는 곡이다.

 

 

 

스다 마사키 – 台詞 / Serihu (대사)


 

 

 

味がないガムと

아무 맛이 안나는 껌과


ガム味のキスと

껌 맛이 나는 키스와


眞夜中の月に釣られた魚

한밤중에 뜬 달에 낚인 물고기


これが戀じゃなくても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도


これが愛じゃなくても

이것이 애정이 아니라도


お前の瞳に溺れてしまいたかった

너의 눈동자에 빠져버리고 싶었어

 

 

여름 새벽이 되면 가장 많이 생각나는 곡이다. 이 곡 역시 라이브 영상을 함께 본다면 더욱 사랑하게 되는 곡이다.

 

애절한 가사와 잔잔하고 호소력 있는 멜로디가 슬프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느 바다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곡이다. 너의 눈동자에 빠져버리고 싶었다는 표현이 너무나도 아리게 로맨틱하다.

 

 

 

Yonezu Kenshi - 灰色と青 / Haiiroto Ao (잿빛과 푸름) (with Masaki Suda)


 

 

 

渗む顔 霞む色

번지는 얼굴, 희미해지는 색


今更悲しいと叫ぶには

이제 와서 슬프다고 외치기에는


あまりに全てが遲すぎたかな

모든 게 너무 늦어 버렸을까


もう一度初めから步けるなら

다시 한 번 처음부터 걸어간다면


すれ違うように君に會いたい

스쳐 지나가듯 너와 만나고 싶어


どれだけ背丈が變わろうとも

키가 얼마만큼 자랐더라도


變わらない何かがありますように

변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기를


くだらない面影に勵まされ

별 볼일 없는 옛날의 모습에 격려받고


今も歌う今も歌う今も歌う

지금도 노래해

 


일본의 유명 가수 요네즈 켄시와 스다 마사키가 함께 부른 곡이다. 여름 저녁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곡과 가사이다. 뮤직 비디오에서 역시 어느 저녁, 요네즈 켄시와 스다 마사키가 그네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이 나온다.

 

이 곡의 가사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이미 지나가버린 어느 시절들의 기억들을 다시 꺼내보게 하기 때문이다. 강렬했던 첫사랑도, 절친했던 친구도, 나를 일으켜 세워 준 고마웠던 누군가도 자꾸만 희미해져간다.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조차 가물가물해져버린 사람들이 있다.

 

키가 자라고 조금 다치고 깨지고 각자 다른 곳으로 향했더라도, 그 시절을 공유했던 이들에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그때 그 무언가가 남아있기를 바란다.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그 시절에 남아있는 이들에 대한 기억 아닌가.

 

여름 저녁, 에어컨이 조금 차가운 지하철 안에서 듣기를 추천하는 곡이다.

 

 

 

박소현.jpg

 

 

[박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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