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보더리스 세 번째 이야기 : 게임과 전통예술 경계 허물기 [게임]

보더리스 공모전 <플레이판>
글 입력 2022.07.0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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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양일에 걸쳐, 게임과 전통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한 공모전 ‘보더리스’의 최종 세 팀의 공연을 일반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보더리스는 게임 IP를 활용한 실험적인 예술 창작을 지원해 게임의 문화 콘텐츠적 가치를 확산하고 예술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넥슨재단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이번 세 번째 ‘보더리스’ 프로젝트인 <플레이 판> 공모전에서는 게임과 전통 공연의 경계를 허무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게임을 활용한 실험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넥슨] 5월 12일 보더리스 갈라 공연 포스터.png


 

사실, 공연을 보기 전 걱정이 앞섰다. 게임을 주제로 한 공연이라는 타이틀을 단 공연이라도, 단순히 게임의 캐릭터, 배경, 음악 등을 사용하며 게임과의 만남을 강조하는 사례가 있었고, 이 공연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고민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 번째 날의 공연 ‘현대연희 prototype21’팀의 ‘[필수] 극락왕생’ 은 재미있게 관람을 했고, 남은 두 공연에서는 좋았지만, 한편에서는 더 게임에 깊게 파고들었다면 더 좋은 공연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게임을 주제로 하는 공연에서 관객들을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이 공연의 관객들은 게이머들이며, 이들은 음악이 어떻다는 것보다는 게임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또는 게임 속 어떤 요소를 철저히 고증해냈는지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음악성은 물론이고, 새로운 관객층에 대한 이해와 게임에 대한 이해가 우선으로 필요하다는 점에 있다. 다만, 게임을 주제로 한 공연이 정착하고, 수요가 있는 공연이 된 시간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으며, 이들에게 게임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것도 가능할까 의문이 드는 건 마찬가지다.

 

이 지점에서 우승을 차지한 ‘현대연희 prototype21’ 팀의 행보가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해 씻김굿을 선보였는데, 나름 메이플스토리의 배경, 음악, 스토리를 기존 세계관의 큰 흐름과 일치하면서도 극에 알맞게 각색했다. 이 과정에서 게임 속의 밈 또는 게임 요소를 익살스럽게 표현하며 게이머들도 극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기에 게이머 관객들에게 높은 호응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플레이 판>의 세 팀 중 게임 밈을 통해 관객들의 호응이 가장 컸던 공연이기도 하다.)

 

‘현대연희 prototype21’ 팀의 게임 속 세계관 고증이 잘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게임과 공연 사이에서 조율하는 연출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임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또는 게임의 요소를 공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게임의 언어를 공연의 언어로 해석하면서, 표현해낸다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게이머 관객들도 극에 빠져들 수 있었다. 그렇기에, 게이머라는 새로운 관객층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예술가들이 게이머와 게임에 대한 이해와 함께 공연 연출 기획 과정에서 게임과 예술 사이에서 두 입장을 해석하고 조율해 나가는 연출가의 새로운 역량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메이플스토리' 속 희생 당한 몬스터를 위한 씻김굿



게임과 전통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한 공연인만큼 ‘게이머’(!)로서 솔직한 감상을 적어보려고 한다.

 

공모전에서 최종 우승한 ‘현대연희 prototype21’의 공연 ‘[필수] 극락왕생’을 더 깊게 살펴보자면. 이들은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해 씻김굿이 지닌 전통적인 의미를 알리면서, 게임 속의 몬스터에 대한 재치 있는 시각을 보여주었다. 메이플스토리의 마스코트이자 친근한 몬스터 ‘슬라임’의 넋을 기린다는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을 어떻게 풀어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공연을 관람했다.

 

 

[넥슨]본 공연-현대연희prototype21(메이플스토리)3.JPG
못 믿으시겠지만 슬라임입니다

 

 

여담이지만, 처음 모험가들에게 희생당한 몬스터를 위한 굿을 한다는 기획 의도를 들었을 때는 매우 매우 충격적이었다. 참신한 주제라는 생각과 동시에 모험가인 우리를 저격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그래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했기에 공연에 다녀왔다. 가해자가 돼서 피해자 장례식에 가는 것처럼, 무거운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아갔는데 생각보다 무겁고 심각한 내용은 아니었고, 게이머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각종 인게임 요소로 가득 차 있는 공연이었기에 즐겁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다시 돌아와서. 처음에는 가볍고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를 통해 이야기의 시작을 알렸다. 누구나 알고 있는 빅뱅, 장로 스탄의 퀘스트 및 퀘스트 UI를 활용해 게임 유저들이라면 지나칠 수 없도록 유도했다. 몬스터의 넋을 기리기 위해 메이플 월드로 소환된 주인공 해랑과 도윤이 어둠에 물든 하얀마법사를 정화하면서 메이플 월드에 평화가 찾아왔다는 스토리로, 그 속에 씻김굿은 물론, ‘봉산탈춤’과 ‘상여소리’ 등 다양한 전통 예술을 접목했다.

 

이를 위해 인게임 속 배경을 3D 배경으로 구현하면서 공연의 몰입도를 높였고, 스토리, 등장인물, 그리고 음악까지 게임의 요소를 전통 예술로 표현하면서 게임과 전통 예술을 하나의 장르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다.

 

 

[넥슨]본 공연-현대연희prototype21(메이플스토리)4.JPG
검은 마법사의 독무

 


특히, 타락한 하얀마법사(검은 마법사)의 독무가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가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인상 깊었다. 빛을 연구하다가 어둠에 잡아 먹혀 그대로 검은 마법사가 되는 과정을 독무로 표현한 장면이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 검은 마법사만을 비춘 핀 조명, 그리고 무대 양옆으로 춤추는 검은 마법사가 비치면서 뒤틀린 광기가 느껴졌다. 인게임 속 [차원의 도서관: 하얀 마법사]에서만 느꼈던 광기처럼 말이다. 검은 마법사의 독무가 끝나자마자 박수가 저절로 나왔을 만큼 (좋은 의미에서) 충격이었고, 무대가 주는 위압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넥슨]본 공연-현대연희prototype21(메이플스토리)2.JPG

 

 

이후, 주인공 일행은 검은 마법사를 다시 하얀마법사로 돌아가도록 도왔고, 이 여정의 근본적인 이유였던, 몬스터들의 넋을 풀어주면서 메이플 월드는 다시 평화로운 세계가 되었다는 결말을 맞이한다. 단순한 스토리라인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극을 이끌어가는 스토리의 가장 큰 축, 그리고 게임의 설정으로 촘촘하게 스토리를 메우면서 음악을 잘 모르는 게이머들도 충분히 몰입하고, 끌어들였던 공연이었다.

 

*

  

두 번째 갈라 공연에선 각각 ‘메이플스토리’, ‘바람의나라’, ‘카트라이더’ 세 팀의 공연이 펼쳐졌지만, 시간 관계상 공연의 일부만 볼 수 있었다. 바람의나라 IP를 활용한 마당극을 펼친 ‘플레이 오케스트라(Play Orchestra)’, 카트라이더 IP를 이용해 국악의 연주에 맞춰 구연동화를 보여준 ‘보쏘(BOSSO5)’ 팀의 공연으로 이어졌다.

 

두 팀은 판소리 또는 마당극으로 공연을 풀어내기도 했으며, 전래동화를 어린이들에게 알려주듯 배우들의 열연과 연기를 뒷받침해주는 국악기의 연주가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이들의 음악은 역시나 수준급이며, 전통예술을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실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앞선 ‘[필수]극락왕생’에 비교해보자면, 사실 두 공연은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운 공연이기도 했다.

 

 

 

'바람의나라'와 '마당놀이'의 운명적인 만남


  

먼저, 플레이 오케스트라 팀의 [‘마당놀이’ 플레이 – ‘판’소리 : 바람의 나라]. 게임과는 관련이 있는 주제를 소위 ‘힙’한 요소(특히 랩)들을 섞여 내 전달하려고 했다. 바람의나라 속 게이머로서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이라는 퀘스트를 진행하던 중, 이를 판소리와 연기로 극을 진행했는데, 뜬금없이 일렉트로닉의 음악과 랩을 하는 부분이 있었다. 갑자기 랩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몰입도가 깨져버렸고, 다른 관객들도 이 점에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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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오케스트라(Play Orchestra)’ 팀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의도에서 유행하는 장르인 힙합을 결합한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국악 연주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결합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현대적 해석이 가능했으리라 생각했는데, 조금 과한 현대적 해석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의견을 표해본다.

 

 

 

전래동화 속을 달리는 '카트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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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쏘(BOSS5)' 팀

 

 

다음, 카트라이더 캐릭터와 카트를 이용해 해님과 달님의 구연동화를 연기하고 연주한 ‘보쏘’팀의 구연동화 [넥슨 동화(同化)]. 이 팀의 공연은 특이하게도 구연동화를 활용한 어린이극이었다. 그렇기에 이 공연을 해석하고 리뷰하기 참 난해했다. 애초에 어린이들의 맞춤으로 한 공연이기에, 게이머 그리고 성인! 의 눈높이에 있는 관객의 눈으로 바라보는 게 과연 맞는 것일까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의견을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이 공연에서도 게임 IP, 캐릭터와 카트라는 요소를 단순히 전래동화에 맞춰 각색했다는 점에만 그쳤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와 연주는 수준급이었다) 게임 속의 캐릭터가 대신 등장하고 게임 속의 카트를 타고 다닌다는 것 외에는 게임의 특정한 요소가 돋보이지 않았기에 게이머 입장에서는 아쉬운 공연이었다.

 

 

 

보더리스 : 경계에 대한 이야기


  

게임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창작 공모전인 보더리스 공모전은 게임과 음악, 게임과 영화, 게임과 문학, 게임과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게임 간의 경계를 들여다보고 그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시도와 함께 이를 적극 지원하는 넥슨재단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그 세 번째 이야기로 ‘게임과 전통예술의 만남’을 보여주었다.

 

전통예술에 게임을 접목시킨 결과, <플레이판>에는 게이머와 전통예술 애호가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신기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창작자들이 전통예술의 관점에서 바라본 게임, 반대로 게임의 관점에서 바라본 전통예술이 탄생한 공연이었다.

 

<플레이판> 공연이 완전히 만족스럽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나름 그 속에서 예술에서 바라본 게임에 있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알게 된 공연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세 번째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지만, 공연 예술과의 만남이라는 점에서는 첫 시도이자, 실험적인 시도이기에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를 거울삼아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더 실험적이고, 발전된 프로젝트가 기대된다.

 

 


오지영_컬처리스트.jpg

 

 

[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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