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초대받고 싶은데, 안 된 거야? [문학]

어린이에게 우정이란 무엇인가. 초대받은 아이들을 읽고
글 입력 2022.07.03 14:5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생일이라는 게 참 참 묘한 기념일이다. 다른 기념일들과는 다르게 내 의지로 생겨나지 않는 기념일. 시기에 따라 챙길 수도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는 일이 많이 생긴다.

 

내 생일은 이제 한창 새 학기에 적응해 나가는 시기인 3월이다. 그러다 보니 새로 사귄 친구들이 생일을 물어볼 때면 이미 지나버리기 일쑤고 친했던 친구들도 학교 일로 바빠 까먹고 넘어가는 일들도 많았다.

 

가족들이 안 챙겨주는 것도 아니었다. 매년 생일 할머니는 삼신할머니께 제를 올렸다. 방 한쪽에 물과 조기, 과일, 찹쌀밥을 차려 빌고 계시는 할머니를 보면 감사하긴 했지만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제를 올리고 나면 아침에 그렇게 했으면 됐지, 케이크 따위를 왜 사냐? 말씀하셔서 케이크는 구경도 못 했었다. 게다가 언니는 아빠와 생일이 얼마 차이 나지 않는다고 단 한 번도 생일을 챙겨주지 않았기에 더욱 눈치가 보였다. 정말 감사하긴 했지만 누군 해주고 누군 안 해주는 생일상은 더 이상 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생일 파티를 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내 생일엔 조용히 밥이나 먹고 끝내는데 친구들이 모여서 왁자지껄 축하해주는 그 분위기가 참 행복해 보였다.


초등학생 때 학교 가는 날에 맞춰서 생일파티를 여는 아이들이 있곤 했다. 토요일에는 오전 수업만 했고 오후에는 다들 한가했기에 수업이 끝나면 초대받은 아이들이 우르르 생일인 친구를 따라 예약해둔 가게로 가 파티를 하고 다른 곳으로 놀러 가는 식이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왁자지껄 생일 파티를 하면 직원이 와서 사진을 찍어주는 등 지금 생각하면 별 특별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때는 거기에 꼭 가고 싶었다. 하지만 숫기도 없고 낯도 많이 가렸던 나는 초대를 받은 적은 몇 번 없었다.

 

친했던 친구 중에서도 파티를 여는 친구들이 몇 없기도 했고 조용한 샌님 유형이어서 그랬을까 잘 초대해주지 않았다. 같이 노는 다른 친구는 초대받았는데 나는 못 받았을 때 그렇게 섭섭할 수 없었다. '왜 나는 뭐가 모자라서 초대를 못 받은 거지?'하는 의문도 들고 당당히 나도 초대해 달라고 말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초대받지 못하면 혼자 분에 차 씩씩거리며 집에 간 적도 있다. 다시 돌아봐도 조금 상처였던 기억이니 그 시절에는 얼마나 서러웠을까.


 

어째서 어떤 애들은 생일마다 초대받고 어떤 애는 그렇지 못할까.

 

- 초대받은 아이들 中

        

 

 

엄마는 내가 자존심도 없는 앤 줄 알아요?


  

민서는 반에 흔하게 하나씩 있는 어린이다. 공부 잘하고 조용한 아이, 앞에 나서서 사람들 웃기는 게 수학 시험 백 점 받는 것보다 어려운 아이다. 그런 민서에게도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 남들 앞에서 당당하고 친구들 중심에 있는 성모와 늘 친해지고 싶었다. 성모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항상 다른 아이들이 있어 쉽게 친해지지 못하고 성모 그림을 그리거나 집에 돌아와 성모 얘기만 하는 식으로 내적 친밀감을 쌓곤 했다. 그러던 중 성모의 생일날 달력에 누군가 표시를 해두었다. 가족 중 누군가 성모의 생일을 알고 표시를 한 것인가 했지만 아빠는 특근 얘기만 하고 엄마는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생일이 다가올수록 성모는 반친구들에게 선물을 요구한다. 누구는 문구 세트, 누구는 게임 시디, 누구는 인형 선물까지 가져와야 할 선물을 정해주며 아이들의 기대를 키웠다. 민서도 다른 아이들처럼 자신에게도 선물을 정해주며 초대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껏 기대했지만 결국 초대받지 못한다. 서러움을 가득 안고 집에 들어갔지만, 기분이 나빠 보이는 엄마가 자신에게 짜증을 낸다.

 

자신이 좋아하는 성모의 흉을 보면서 자신의 생일날에도 오지 않은 성모의 생일에 꼭 가고 싶다면 먼저 초대 해달라고 하라면서 끝내 민서를 울먹이게 만든다. 엄마는 그날 더 중요한 날이 있지 않겠냐는 묘한 말을 남겼지만, 마음이 상한 민서에게는 엄마의 말이 중요하지 않았다.

 

초대장을 나눠주는 날. 성모의 손에서 초대장 뭉치가 다 사라질 때까지 천천히 가방을 쌌지만, 마지막까지도 민서의 초대장은 없었다. 친한 친구들이야 그렇다 치고 전학해 온 지 얼마 안 된 전학생도 받았는데 자신은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크게 상심한다.

 

그렇게나 좋아했던 아이였는데 자신을 뺐다는 배신감에 6개월을 꼬박거려왔던 그림 공책마저 버려 버렸다. 속상해하는 민서는 엄마와도 싸우고 말았다. 자신이 따돌림을 당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대망의 생일날 성모를 따라 생일 파티를 하러 가는 아이들 속에서 민서는 집으로 돌아와 그림을 그렸다. 한동안 기분이 나빠 보였던 엄마도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이셨다.

엄마의 부탁으로 가방을 뒤지던 민서는 낯선 카드를 발견한다.


 

차민서 내 생일에 너를 초대하고 싶어

 

- 초대받은 아이들 中

        

 

자신을 두고 외출하는 엄마를 보내고 민서는 고민한다. 성모가 보낸 것일까, 다른 사람일까, 어느새 시간은 2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민서는 가진 돈을 들고나와 선물을 샀다. 성모이길 바라면서 게임 시디를 사 카드에 적힌 피자집으로 달려갔다.

 

피자집에는 성모의 생일파티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쳐다보며 '쟤도 초대했냐.' 따위에 말을 하는 걸 보면서 민서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서둘러 가게에서 다른 사람을 찾아 둘러보았다. 성모의 생일 파티에 참석한 사람이 아닌 자신을 기다리는 다른 사람. 다양한 손님들 중 누군가 들어왔다. 엄마였다.

 

 

 

멋지게 화내는 방법


  

알고 보니 엄마도 같은 날 생일이라고 한다. 아빠도 민서도 기억하지 못해 섭섭했다며 민서가 버렸던 공책과 새 공책을 선물로 준다. 버릴 공책이라면 줘버리고 이제 성모 말고 괜찮은 친구를 찾아보라며 조언해준다. 다음에는 민서를 알아봐 줄 더 괜찮은 사람을 찾으라고. 공책의 주인은 성모니 성모에게 줘 버리라고 더 잘해줘 버리는 게 멋지게 화내는 방법이라고.


어릴 때만 해도 민서 엄마의 조언이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았었다.

 

더 잘해주는 게 왜 멋지게 화내는 방법일까. 하지만 이제는 안다. 때로는 그러한 방식이 나를 더 값진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 다시 봤지만 역시 재밌었다. 이제는 민서에게 이입하는 것보다 민서 어머니께 이입이 많이 되었다. 엄마가 왜 기분이 나쁜지 어릴 때는 몰랐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족들이 생일을 잊어서 그렇게 기분이 나빴던 것일까. 물론 그러면 기분이 나쁠 수 있지.'라고만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물론 자신의 생일을 잊으면 서럽기야 하겠지. 하지만 어른이라면 그 정도는 견딜 수 있지만 내 자식이 누군가에게 선택받지 못했다는 분함, 그리고 며칠이고 속상해하고 상처받는 자식을 보고 있다면 부모라면 누구든 화가 날 것이다.

 

그리고 멋진 방식으로 자식에게 알려주고 등을 떠밀어 용기를 주는 어른의 모습이 참으로 멋있었다.

 

 

 

더 멋진 친구가 어딘가에 있을 거야


  

용기를 얻은 민서는 공책을 성모에게 줘 버리지만 공책의 결말은 좋지 못했다. 친구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다 결국 찢어져 버리고 말았다. 자신에게 소중했던 공책을 마음대로 다루는 성모에게 있던 정이 다 떨어져 버린 민서는 선물 더미를 바라보다 우연히 빈손으로 왔다는 전학생, 기영이의 선물을 보고 말았다.

 

자신의 공책보다 더욱 소중해 보이는 작은 선물을. 기영이도 선물을 아낄 줄 모르는 애에게는 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우르르 몰려 나가는 다른 아이들과 민서의 부모님을 앞서 보내고 둘은 천천히 대화를 나누며 나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어릴 때만 해도 반에서 인기 있는 애와 친해지는 것이 좋은 줄 알았다. 하지만 커 보니 막상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 자신과 다른 점에 끌릴 수 있다. 하지만 그게 과연 좋은 것일까?

 

사람마다 좋은 친구의 관점은 다를 것이다. 그래서 더 생각하게 된다. 지금 나와 친하게 지내주는 친구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일까. 좋은 친구로 그들의 곁에 있는 것일까. 책을 읽으며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어릴 때 좋아했던 책을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어른이 된 나에게도 교훈을 주는 멋진 책이었다. 언젠가는 보다 더 좋은 친구가, 민서 엄마처럼 고민이 있는 아이에게 조언을 해주는 멋진 어른이 될 수 있기를.

 

 

[빈민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79355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E-Mail: artinsight@naver.com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Copyright ⓒ 2013-2022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