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거운 마음은 산책길에 두고 오세요, 산책가의 노래 [도서]

글 입력 2022.07.0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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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가의 노래_앞표지.jpg

 

 

저자의 글처럼, 이번 글에서는 나의 산책에 대해 써볼까하고 지난 일상을 돌이켜 곱씹어보니 산책 답게 걸어본 적이 오래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해진 목적지나 약속이 있어 걸었던 것을 제외하고 내 마음과 생각에 집중하며 걸어본 적이 오래 전이었음을 글을 쓰려고 앉아 생각하다 알게 되었다. 매일 집을 떠나 버스와 지하철에 몸을 싣고 일터를 향해 걷거나 일터에서 나와 걸어가는 것은 걷는다는 ‘행위’였으나 산책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타의적인 피곤한 루틴이었다.

 

걸으면서 하는 생각들도 일에 관한 생각,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대부분이었다. 또래 나이의 사람들이라면 으레 하는 걱정이겠거니 하며,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걱정을 하거나 생각을 하지 않으면 ‘0’의 상태로 만들어 머릿속을 아예 비워버리는 것이 요즘의 나였다.

 

일을 시작하면 덜 불안할 줄 알았던 마음쯤은 가볍게 사라져버리고 언제 다시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찾아왔는지 허덕이는 내가 보여 매일 스스로를 달래고 도닥이다 보니 벌써 반년이 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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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거닐다 마주친

작고 소중한 것들이 건네는 위로


[산책가의 노래]는 작가가 산책을 통해 얻은 위안을 서정적인 글과 감성을 자극하는 수채화로 엮은 첫 에세이집이다. 작가는 연이어 찾아온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안은 채 무작정 한여름 뜨거운 햇빛 속을 걷기 시작했고, 그렇게 세 번의 여름을 혼자 걸으며 발견한 작고 소중한 행복과 그로 인해 서서히 치유되어 가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았다.


작가의 담담하고 섬세한 묘사와 솔직한 감정을 읽고 바라보면서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수면 위에서 반짝이는 햇빛, 호수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 꽃잎에 맺힌 빗방울, 춤추듯 팔랑거리는 나비, 멀리서 지저귀는 작은 새 등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일상의 풍경이 건네는 위안, 그 눈부신 아름다움을 발견할 것이다.


*


어떤 슬픔을 안고 있는지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길이에 관계 없이 짧고 길었던 글 모두에는 저자의 깊은 그리움, 외로움이 담겨 있었다.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누구를 떠올리고, 고양이를 보며 한 줌 웃고 그렇게 세 번의 여름이 지나가도록 산책하며 마주했던 짧고 좋은 순간들은 모여 결국 어둠을 조금씩 밀어내고 시원한 가을을 맞이하게 했다.

 

실은 우리 곁에 있던 꽃이고 풀이고 바람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며 차근히 마음을 달래 살펴본 그것들은 이전과 다른 의미로 저자에게 다가가 위로를 주었던 것 같다.

 

무해한 자연의 작은 손짓과 시간이 가며 함께 변하던 잎의 많고 적음, 계절의 색을 보며 결국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뻔하지만 깊은 위로에 헤아릴 수 없던 슬픔을 조금씩 흘려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해본다.

 

해야 할 일들만 생각하며 정작 깊이 보지 않았던 가장 중요한 내 마음을 달래고 잘 살피는 방법 같은 건 아직 잘은 모른다.

 

그저 조금 복잡한 사람들 사이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영화나 책을 보고,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친구를 만나고,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투정도 부리며 잠들기 전 자리에 누워 오늘은 그래도 다른 날보다 많이 웃었다 싶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은 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지루하게 느껴지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할 일을 찾아 열심히 해왔다.

 

돌이켜보면 별 것 없이 그래왔듯 잘 살아갈 것 같은데, 문득 두렵고 다 멈춰버릴 것 같은 느낌이 마음을 짓눌러왔을 때 지난 일 년의 나는 그걸 이겨내는 법은 잘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마음 다루는 법에 답이 없다면, 그저 내 마음이 내일은 더 편해지고 가벼워지길 바라며 나를 위한 산책길에 이 책 한 권, 함께해보면 어떨까.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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