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작고 소중한 존재들이 전하는 위로의 선율 - 산책가의 노래 [도서]

글 입력 2022.07.01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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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치유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음악을 들으며 조용히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위로를 받기도, 혹은 술을 왕창 마시면서 잊어보려 하기도 한다. 그 무엇도 시도하기 힘들 때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괴로움에 빠져있게 될 수도 있다.


<산책가의 노래> 저자가 택한 방법은 다름 아닌 산책이었다. 갑자기 찾아온 커다란 슬픔을 안은 채 무작정 한여름의 햇빛 속으로 한 걸음씩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것이다.

 

이 산책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물론, 일상의 풍경 속 작고 소중한 것들을 만나게 된다. 물고기, 들꽃, 햇빛과 곤충들처럼 아름다운 자연의 존재들은 잔잔한 위안을 건네주고, 작가는 이를 서정적인 글과 수채화로 엮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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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풍경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강물에 부딪혀 조각난 햇빛은 생겼다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고, 완벽히 똑같은 구름의 모양도 존재할 수 없다. 삶과 죽음이 뒤섞여 흘러가는 것만 같은 광경 속에서 작가는 우리의 인생과 닮은 부분을 읽어낸다.


고요하고 투명했던 강물이 떨어진 나뭇잎 하나를 시작으로 뿌예져 버리는 모습을 마음에 빗댄 것이 특히 인상 깊었다. 때때로 아주 작은 말과 행동이 고요한 마음을 상처 입히고 병들게 한다.

 

겉으로는 강인하게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작은 일 하나에 무너질 수 있다. 애초에 타인이 겪은 일을 제멋대로 작고 사소한 일이라 치부해도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가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일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는지 우리는 알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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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뒤흔드는 것은 상처뿐만이 아니다. 예상치 못하게 밝은 빛과 사랑으로 온 마음이 물들게 되는 경우도 많다. 터무니없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흠뻑 빠지거나, 작은 사건으로 인해 감정이 불꽃처럼 튀어 오르기도, 짧은 만남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여운을 남기기도 하지 않는가.


마음은 상처에도 사랑에도 취약하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은 좀처럼 갈피를 잡기 힘든 것 같다. 그럴 때에도 역시 자연 속 작은 존재들은 말을 건넨다. 언제나 같은 상태일 필요 없다고, 흔들리고 부서지고 변화해도 괜찮으니 그저 계절이 지나는 동안 묵묵히 그 자리에서 살아가라고 말이다.


한 장 한 장 책을 넘길 때마다 이 책의 저자가 사랑과 사람을 진심으로 소중히 한다는 게 느껴졌다. 일상적이고 작은 것으로부터 아름다움과 의미를 발견해내고,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용기를 낼 줄 아는 사람 같았다. 그리고 상실과 이별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을 보고도 이제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강인함이 보였다.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세 번의 여름 동안 산책을 통해 마음을 보살핀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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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산책이라는 행위는 늘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나는 산책을 그리 자주 하지 않는다.

 

날씨 좋은 날이라면 오래 걸을 일이 생기더라도 꽤나 반갑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그러나 직접 산책만을 위해 시간을 내어 외출한 경험은 손에 꼽는 것 같다. 심지어 공기 좋고 하늘 맑은 독일의 어느 도시에서 한 학기 동안 지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나, 그것을 위해 그냥 작은 방에 누워 푹 쉬는 편이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것보다 확실한 휴식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나는 때때로 불확실성을 감내할 만큼 용기 있지 못하기도 하고, 의미 있는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에 가끔은 짓눌렸을지도.


하지만 목적지가 정해진 걸음을 딛는 중에도 얼마나 많은 것들이 나의 주의를 사로잡는지 모른다. 굳이 ‘산책’이라 명명하지 않은 여정에서도 만날 수 있었던 아름다운 순간들이 떠오른다. 돋아나는 새싹, 어느새 만개한 꽃송이들, 나무에 매달려 익어가는 과일,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우연히 마주한 길고양이가 나의 하루를 밝게 했던 마법 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저자의 글처럼 나 역시 그런 이미지들을 담아 놓고 싶다. 흩어지고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방법을 몰랐던 내게 이 책은 길잡이가 되어준 것 같다. 나만의 감정과 생각을 담은 글, 그림으로 이미지를 담아두는 것. 이를 위해서는 산책을 하는 데 온전히 내어줄 시간이 필요하다.

 

바라는 것 없이 그저 가만히 귀 기울이고, 들여다보고, 기록할 수 있는 그런 시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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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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