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1 공간을 추억하는 방법

공간이 들려주는 이야기
글 입력 2022.06.27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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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한 계기는 음식이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너무나도 맛있어서 감동을 받으면,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었다. 같이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내 감동을 표정과 액션으로 전하고 싶었고, 지금 함께하고 있지 않은 사람과도 함께 나누고 싶었다.

 

핸드폰을 꺼내 음식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보내 너무 맛있다고 호들갑을 떨고, SNS에 게시해 너무 맛있었다고 동네방네 자랑한다. 언젠가 그들에게 다시 연락이 와서 ‘네가 추천해준 음식점 정말 맛있더라.’ 한마디 해주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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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음식보다는 카페를 더 좋아한다. 자연히 카페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욕심이 생겨 큰맘 먹고 카메라까지 장만했다. 카페 사진만 따로 올리는 SNS 계정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보통 혼자 가서 음료와 디저트를 주문하고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왜 혼자 가느냐... 하면, 사진 찍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실력이 뛰어난 사진가는 아니기 때문에 사진 여러 각도로 최대한 많이 찍어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남겨야 한다.

 

질보단 양으로 승부하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이상한 자세로 많이 찍는다. 만약 같이 가는 사람이 있다면 사전에 양해를 구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렇게 셔터를 누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피사체를 담는 시선이 달라지고, 사진에 나만의 해석과 생각이 담기기 시작했다.


처음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이는 공간이 어떤 느낌을 주는가, 공간을 이루고 있는 색상이 주는 분위기는 어떠한가, 테이블 간의 간격은 얼마나 두었는가 등 사람을 처음 봤을 때 외모와 옷을 보며 첫인상을 남기듯이 카페를 처음 들어갔을 때 주인장이 주고 싶은 느낌이 어떤 느낌인가를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서 음료를 시키고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면, 이제는 사진을 찍기 위해 공간 구석구석을 바라보다 보니 주인장의 정성이 이곳저곳에 담겨있음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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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들어간 정성이 눈에 들어오고 나니 결국 카페라는 곳도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니라 카페라는 공간을 창조하면서 방문하는 손님에게 만족감을 주고,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원두를 고르고 연구하며 내가 꾸며놓은 공간에서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내놓기 위한 보이지 않은 노력과 정성이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예전에 자주 가던 카페가 있었다. 딱 우리 부모님 정도 되는 세대의 부부가 운영하던 곳이었다. 요즘 SNS에서 떠오르는 포토존이 있고 화려한 메뉴가 있는 그런 카페는 아니었다. 다만 커피 한잔을 주문하면 오늘의 원두를 추천해주시고, 조금씩 나눠주시며 맛을 보게 해 주셨다.

 

나를 손님으로 본다는 느낌보다는 본인이 자신 있게 로스팅하고 추출한 커피를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느낌이었다. 손님과 카페 주인의 관계에서 맛있는 커피를 함께 나누는 관계가 되니 자연스레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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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란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공간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이야기꽃을 펼치는 곳이기도 하고, 처음 만나는 너와 내가 서로를 알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소중한 공간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커피 향과 맛있는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식도락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향으로 기억하는 순간이 있다.

고소하고 은은한 커피의 향과 달콤한 디저트의 향이 함께하는 공간,

너와 내가 함께 이야기를 하는 순간의 기억이 잔향이 되어 추억이 되는 공간.


그렇게 우리는 공간을 추억한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김상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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