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글을 쓰는 방법을 잊었다

글 입력 2022.06.2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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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방법을 잊었다.

 

 


#시작


 

어릴 적부터 부모님은 천방지축이던 내게 단 한 가지의 부탁을 전할 뿐이었다. 지식을 쌓고, 인생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독서를 해야 한다고. 그러나 인생 선배인 어른들의 조언은 태생부터 청개구리 본능을 지녔던 내게 그저 지겨운 잔소리에 불과했다.


그러던 내게 좋아하는 것이 생겼다. 음악, 그중에서도 아이돌과 힙합에 빠져버린 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어졌다. 그때 내가 선택한 것은 글이었고, 운명처럼 아트인사이트를 만나 ‘덕행’을 연재하게 됐다.


결과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기대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글쓰기까지 좋아하게 됐으니. 생애 처음으로 ‘의미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는 희열감을 느꼈다. 말 그대로 금상첨화 같은 결말이지 않은가.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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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애정이 생긴 나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글을 쓰는 직업을 갖게 됐다. 하지만 마땅한 대가를 지불 받고 작성한 내 첫 글은, ‘틀에 맞지 않다’, ‘어렵다’는 가혹한 평을 받았다.


이전까지의 유의미한 순간들을 차치하고, 나는 막심한 후회 속에 빠졌다.

 

하긴, 글을 배웠던 경험이라고는 책을 한 글자라도 더 읽게 하겠다는 어머니의 강경한 입장에 따라 중학교 시절 논술 학원에 잠시 다닌 것뿐이었다. 사회에 나와 처음으로 씁쓸한 무력감을 느낀 나는 나름의 악착같은 노력으로 매달 백 개의 보도 자료를 거뜬히 작성하는 어엿한 사회의 일원이 됐다.


그렇게 2년 반의 세월을 흘려보낸 지금의 나는 나만의 글을 쓰는 방법을 잊었다.

 

 

 

#직업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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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일을 하면서 일종의 직업병이 생겼다.

 

어설퍼 보이지 않아야 하며, 최대한 담백해야 한다. 소위 말하는 ‘겉멋’을 모조리 빼기 위해 노력했던 나는 맞춤법과 문법에 집착하고, 정해진 시간 안에 다량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안간힘 썼으며, 그 과정에서 ‘나’를 지워갔다.


홍보라는 명확한 목적에 어긋나지 않기에 그간 작성한 수천, 수백 개의 자료들이 나쁜 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투박하고 어설픈 글로 뜨거운 진심을 전할 수 있었던 과거의 내가 그리워질 때면 이유 모를 슬픔이 찾아왔다.

 

나도 그저 즐겁게 글을 쓰던 때가 있었는데.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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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음악을 향한 순애보를 지닌 나는 최근 유튜브를 시작했다. 목적은 역시나 자명하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음악을 즐기고 싶다는 것.

 

감사하게도 많은 이들이 댓글과 메시지를 전해왔다. 일면식도 없는 그들은 오로지 순수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나를 향한 글을 써주었고, 나는 진심을 눌러 담은 그들의 짧은 문장에 감동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퇴사를 한 지금, 기로에 놓인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해 온 주제다. 맞춤법, 길이, 스킬과 관계없이 누군가를 울고 웃게 하고, 감동하게 한다면 그 자체로 좋은 글이 아닐까.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글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나라는 사람을 당신에게 가닿게 하는 것. 좋은 글로 그 역할을 해내고, 잃어버렸던 ‘나’를 되찾기 위해 ‘덕행’의 재연재를 결심했다. 마음이 담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누군가에게 작은 여운을 남기고 싶다.

 

 

사진 출처 - [MV] GIRIBOY(기리보이) _ Snow Sweeping(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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