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름이 너무 길어요 [문화 전반]

이제는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기후 위기다
글 입력 2022.06.0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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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19가 시작된 후 처음 맞은 여름은 끔찍했다. 얼굴에 땀이 많은 체질이라 항상 손 선풍기를 지니고 다녔고 선크림은 지하철역에만 도착해도 다 지워져 어느 순간부터 바르지 않게 되었다. 1시간이 넘는 거리의 학원을 일주일에 3번씩 오가며 이 계절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2021년, 카페에서 일을 했다. 커피 머신 앞은 항상 더웠고 머리를 묶고 모자를 쓰는 것만으로는 흘러내리는 땀을 막을 수 없었다. 불쾌감을 줄이고자 향수를 사 모았고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에어컨 바람이 가득 찬 방에서 쉬었다.


그리고 2022년, 4월부터 여름 같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더운 날씨가 시작되었다. 더위와 추위를 모두 심하게 타는 탓에 낮에는 덥고 밤에는 전기장판을 틀고 자는 생활이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자랑인 사계는 이미 경계가 불분명해진 지 오래다. 여름이 왜 이렇게 덥고 길어졌을까?


어렸을 적, 우리는 학교에서 ‘지구온난화’에 대해 꾸준히 배웠다. 지구온난화의 경각심을 알리기 위해 각종 대회가 열렸던 기억이 난다.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지구는 따뜻해지고 있는 수준을 넘어 ‘기후 위기’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100년 사이 지구의 기온이 1도 넘게 상승했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의 여름과 겨울이 각각 20일 가량 증가하고 감소한 것이다. 작년에는 99년만에 벚꽃이 가장 빨리 개화했고, 1973년 이후 최악의 더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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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눈에 띄는 변화는 계속되었다. 늦은 장마와 고온 현상으로 인해 딸기 모종이 말라 죽었고, 값이 70% 이상 급등했다. 계속되는 이상 기후로 꿀벌 100억 마리가 사는 꿀벌 집 50만 개가 텅 비어버리는 사태도 발생했다.

 

4월 초에 는 길가를 잘 보면 목련, 벚꽃, 개나리, 철쭉, 라일락이 모두 피어버린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동해안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일어났으며 최근 1년간 누적 강수량이 평년 대비 20%가량 부족하여 곳곳에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


생태계의 파괴는 식량난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최근 몇 달간 양상추와 감자튀김의 공급이 불안했고,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밀 주요 생산국인 미국과 유럽에는 가뭄이, 중국에는 홍수가 발생하며 밀 생산율이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주요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겹치면서 전 세계 밀 비축량이 10주 치밖에 남지 않았다는 추측도 나왔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일의 원인,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답은 ‘탄소중립’에 있다.

 

 

탄소중립이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를 막기 위해 인간 활동에 의한 배출량을 최대한 감소시키고, 흡수량은 증대하여 순 배출량이 ‘0’이 된 상태. 인간 활동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최대한 줄이고,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산림 흡수나 CCUS(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활용 기술)로 제거하여 실질적인 배출량을 ‘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탄소중립이라고 한다.


- 탄소중립 녹색성장 위원회

 

 

세계식량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축산업의 탄소 배출량은 18%로, 14%에 이르는 운송업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그래서 전 세계 사람들이 완전한 채식을 하게 된다면 탄소배출량이 65% 이상 감축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비단 기후위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인해 나는 하루에 한 끼 비건식을 실천하는 플렉시테리언이 되었다.

 

지난달 25일, 풀무원이 코엑스에 비건 식당을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부러 약속 장소를 코엑스로 잡았다. 평소 풀무원이 내는 다양한 비건 식품을 애용하고 있던 탓에 식당에도 기대가 컸다. 유동 인구가 많은 코엑스에 식당을 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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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튜드'의 두부카츠


 

식당을 찾았을 때 여러 행사가 겹쳐서인지 40분 정도를 기다렸지만, 기다림이 아깝지 않았다. 밥 한 그릇에 담긴 가치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식당은 상업적 가치만을 위해서 만들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비건이 가시화되고 식품을 다루는 대기업이 식당을 내기까지는 많은 목소리가 있었을 거다.


보통 약속이 있는 날에는 한 끼니만 밖에서 먹었기에 비건 식당을 찾아갈 생각은 못 했는데, 점심 약속을 비건 식당으로 잡고 나니 저녁도 비건 식당에서 먹고 싶어졌다. 근처에 있는 식당을 찾아보았고, 건대 입구로 넘어가서 식사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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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스드'의 후라이드


 

꼭 채식만이 기후 위기의 대안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 채식이었을 뿐이고, 각자의 삶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한 번이라도 더 기후 위기를 고려하고 행동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고, 주변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환경에 대한 고려는 차순위로 밀려나기 마련이다.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은 실험을 통해 상품의 플라스틱 트레이가 정말로 필요한지 의문을 던졌다. 실생활보다 강한 충격을 주어도, 박스가 파손될 정도로 심한 배송 과정에서도 조미김이 멀쩡했기 때문이다.


정미란 활동가는 "조미김 제조업체들이 한 해 배출하는 플라스틱 3,055톤은 국민 약 340만 명이 1년 동안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지 않아야 줄일 수 있는 무게”라고 말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기업에 제재를 주는 국가적인 차원의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느낀다.


변화가 없다면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이 더운 여름도 더 길어질 것이다. 아직 멈출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개인과 국가가 함께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참고 자료

기상청,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보고서’

국가가뭄정보포털

동아사이언스, [프리미엄 리포트] 데이터가 보여주는 식량 위기의 이유

FAO, LIVESTOCK’S LONG SHADOW, 2006

KBS 뉴스, 딸기값 70% 이상 급등..왜?

JTBC 뉴스, 꿀벌 100억 마리 사라졌다…'기상이변' 생태계 재앙 이어지나

동아일보, 전세계 밀 비축량 10주치 불과..8월부터 대기근 우려

한국일보, [제로웨이스트] '홈런볼' 낙하실험, 플라스틱 트레이 없으면 부서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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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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