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얼마나 귀 기울이고 있나요? [문화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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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에 첨부된 소리 영상들을
눈을 감고 들어보시길 권유드립니다.
블랙홀 소리
지난 5월, 미 항공우주국 nasa는 블랙홀의 소리를 최초로 공개했다. 2003년 페르세우스 은하단의 블랙홀에서 음파가 관측된 이후,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의 소리에 관해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블랙홀의 중심에서 전송된 압력파가 고온가스에파장을 일으키고, 그것이 소리로 변환이 된다. 이번에 공개된 블랙홀의 소리는, 본래 인간의 가청영역보다 훨씬 낮은 음파를 실제보다 57~58옥타브 위로 올려 재합성된 음성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소리는 기묘하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며, 신비롭기도 하다.
처녀자리 은하단의 M87의 블랙홀의 소리는 더욱 놀랍다. 화성감이 느껴져, 진짜 음악처럼 들린다.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 같은 우주 sf영화의 ost 같기도 하다.
블랙홀의 음파는 은하 사이를 떠도는 가스를 가열하는 매개체이기 때문에 은하단의 진화를 연구하는 데에 있어 과학적 가치를 가진다. 이에 앞서, 우리는 블랙홀의 소리를 궁금해한다. 많은 이들의 블랙홀의 소리가 공개됐음에 관심을 가졌고, 놀라워했고, 경이로워 했다.
버섯의 음악
한때 sns를 통해 많은 관심을 받았던, “mushroom music”을 아는가?
버섯에 전선을 꽂으니, 왠지 '버섯스러운' 음악이 들린다. 버섯마다 다른 음악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고사리, 선인장 등 각 식물마다 다른 음악을 만들어낸다.
이는 모든 살아있는 유기체에게 흐르고 있는 생체전기를, 전기를 소리로 변환시키는 신디사이저를 이용해 이를 음악으로 만든 것이다. 결국 음악을 만든 건 인간이지만, 소리없이 가만히 그 자리에 서있는 식물들이 저마다 다른 신호를 내뿜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흥미롭다.
위 영상을 올린 는 이러한 식물들의 생체전기를 이용하여 음악을 만들어내는데에 관심을 가진다. 이는 새로운 실험음악으로, 음악의 영역을 넓히는 일이기도 하다.
또, 이러한 음악은 살아있는 생물에게서만 비롯될 수 있다.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버섯은 아무런 소리도 만들어낼 수 없다. 예술은 생명력에서 비롯된다는 나의 믿음을 증명해주는 것만 같다.
소리로 떠나는 여행
사진을 보는 것 만으로 그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그러나 360도로 우리를 감싸는 소리는 훨씬 더 현장감을 준다. 항공기내의 소리를 들음으로써 여행을 떠나는 설렘을 느끼기도 하고, 도쿄 야마노테선의 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마치 도쿄에서 지하철을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
눈을 감고 들으면 그 현장감은 배가 된다. 사진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그 사진 크기만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소리는 우리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을 할 수 있게 한다.
당신은 지금 누구와 함께 있는가? 전철 같은 칸 안에는 어떤 사람들이 타고 있는가? 어떤 광고들이 붙어 있는가? 당신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이러한 소리로 떠나는 여행은,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달콤한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다양한 나라의 사운드를 제공하는 어플 Blimp
사운드 스케이프
사운드 스케이프는 캐나다의 작곡가 머레이 셰이퍼에 의해 만들어진, 소리를 뜻하는 sound와 풍경을 뜻하는 landscape의 합성어로, 즉 소리풍경을 뜻한다.
우리는 흔히 풍경이라고 하면 시각적인 요소들을 먼저 떠올리지만, 사운드 스케이프에서는 소리도 풍경의 일부라고 보며,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소리의 가치에 관심을 갖는다.
한편, 음악가이자 생태음향학자인 버니크라우스는 자연의 소리에 관심을 가졌다. 아래의 영상을 보면,사운드 스케이프라는 개념에 대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우리는 자연의 소리를 분석함으로써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때로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를 소리는 알려준다.
모든 생물은 저마다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고, 그것에 세심히 귀 기울이는 것은 그 자체가 그들을 더욱 이해하려는 가치있는 시도다.
확장
우리는 하루 24시간 내내, 수많은 시각정보에 노출된다. 신호등, 광고 간판, TV, 영화관 스크린, 책, 스마트폰.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카카오톡을 보고, 인스타그램을 보고, 유튜브를 본다. 보고 있는 영상의 소리가 아니라, 소리 자체에 귀 기울여 본 적이 언제인가? 에어팟에서 흘러나오는 가사 있는 노래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어떤 소리가 흐르고 있는지 귀 기울여 본 적은 있는가?
음악과 교생으로서 중학교 학생들에게 하루동안 듣고 있는 소리를 시간에 따라 기록해보게 했을 때, 학생들이 기록한 소리의 8-90퍼센트는 안드로포니(버니 크라우스에 의한 소리의 분류), 즉 인간이 만들어내는 소리에 속했다. 우리가 어떤 청각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다양한 청각 경험의 기회가 너무나도 부족하다.
우리는 라디오조차 “보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보이는 라디오가 아니라 아날로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디제이의 목소리에, 영상전화가 아니라 공중전화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귀 기울이는 그런 기회가 우리에게는 없었다.
우리의 신체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변화한다. 감각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감각도 쓰지 않으면 예민하게 발달하지 못한다. 지금, 무슨 소리가 들리는가? 거기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뽑아낼 수 있는가?
나는 우리의 청각을 현재 우리가 활용하고 있는 것 보다 더 발달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음악을 잘하고 싶다면, 잘 노래하고 연주를 잘 하고 싶다면, 그에 앞서 음악의 본질이 되는 소리를 잘 듣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우리는 타자에게도 더 귀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과연 모두가 동등하게 소리 낼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가? 나의 목소리를 내는 일에만 집중하느라 낮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자연에서 들려오는 고통의 소리에는 귀 기울이고 있는가?
나는 보다 많은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는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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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스케이프의 개념을 알게 된 순간부터 나는 매료되었다. 너무나 많은 시각 자극에 지쳐왔기 때문일지도, 아니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본래 소리에 끌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엄마의 뱃속에서 <자연의 소리> 테이프를 무수히 듣고 자랐기 때문일지도.
이번 오피니언은 블랙홀의 소리 공개 소식을 보고서 영감을 받았다. 많은 이들이 생각보다 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그렇다면, 조금 더 욕심을 내 다양한 소리에 관심을 가져보기를 바랐다.
이번 글에서는 참 질문을 많이 던졌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제안을 하며 글을 마치겠다.
가끔은 눈꺼풀을 닫고, 귀로 세상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김민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블랙홀은 너무 우주적이라 모르겠고
식물을 많이 키우다 보니 가끔 가지치기하거나 줄기,잎을 잘라주는데 혹시 그들의 비명소리를 옆의 식물들이 듣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