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타고난 호기심으로 자유를 그려낸,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 [전시]

글 입력 2022.05.30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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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는 절대 추상적일 수 없다.
사람, 새, 또는 어떤 것을 상징하는 기호이다.
나의 회화에서 형태를 위한 형태는 없다.

- 호안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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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색과 상징적인 기호로 시선을 압도하는 예술가가 여기 있다.

 
호안 미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몇 달 전에 종료한 <초현실주의 거장들> 전시에서였다. 뒤샹과 살바도르 달리, 마그리트에 이어 처음 보는 호안 미로의 예술적 독특함은 강렬한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 그의 그림은 자주 보이는 기호들로 무슨 메시지인지 모르겠는 모호한 해석과 함께 무한한 궁금증을 준다. 푸른색의 배경 속 가느다란 선들을 보며 독창적인 해석을 주고받았던 경험은 잊을 수 없다.
 
이번 전시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은 미로의 회화뿐만 아니라 드로잉, 판화, 태피스트리, 조각까지 선보인다. 개인적으로 유화와 드로잉을 보는 재미가 컸다. 그의 예술적 모티프와 뚜렷한 화풍에서 모호한 해석을 찾는 과정이 꽤나 어려웠기 때문이다. 유독 기억에 남는 작품은 전시 제목에도 드러나는 <여인, 새, 별>이다. 청명한 배경 속 여인과 새, 별이 독특한 기호로 나타나 있다. 단순한 해석을 해보자면, 가운데의 여인이 왼쪽 새를 향해 팔을 뻗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자유를 갈망하는 것처럼 보인다. 별은 여인의 머리보다 큰 크기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우주와 하늘 그 이상의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꿈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우리가 사회에 나아가 각자의 일을 하고 살아가는 동안 상상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꿈을 잠시나마 생각으로, 말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들 말이다. 기괴하고 엉뚱하더라도 무한한 상상력만 있다면 잠깐의 흥미로운 휴식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Section 1 기호의 언어


 

미로 특유의 예술세계가 잘 드러나는 대표적인 작품을 볼 수 있다. 그의 특징적인 기호는 눈에 띄고 명확하게 나타난다. 그의 언어는 분명하고 형태는 섬세하고 정밀하다.

 

미로는 어릴 때부터 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림을 그릴 때도 자신을 표현할 기호를 통해 언어를 통합하고자 노력했다. 이는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기호들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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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인, 별 Woman with a Beautiful Hat, Star, 1978 ⓒ Successió Miró /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인, 별> 또한 앞서 말한 <여인, 새, 별>과 비슷한 분위기이다. 곡선으로 간결하게 표현된 모자를 쓴 여인을 고개를 기울여보면 오리처럼 생기기도 했다. 아마도 굵고 긴 선의 묵직한 두 다리 때문에 오리발이 연상되어서 그런 듯하다. 터벅터벅 걷는 그녀의 뒤로 귀여운 별 하나가 보인다. 여인의 꿈과 희망처럼 둥둥 떠다니는 것이. 마치 우리 옆에도 보이지 않는 별 하나가 있는 것처럼 당연하다.
 

 

내가 여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피조물로서의 여자가 아니라 우주를 말한다.

 

 
 
Section 2 해방된 기호

 

기호들이 변형되기도 하고 혼합되거나 재창조되기도 한다. 추상적이고 암시적이며 더욱 대담하고 직관적인 표현을 통해 미로의 원대한 자유가 드러난다. 즉흥적으로 보이지만 매우 신중하게 구성된 표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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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5 = 7, 1965 ⓒ Successió Miró /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가장 좋아하는 호안 미로의 그림이다.
 
처음에는 색 조합이 조화롭고 뚜렷하여 이끌렸는데, 가까이 감상해 보면 또 다른 해석이 절로 나온다. 우주를 표현한 걸까? 지구와 비슷한 원형 아래는 우주선인가? 지구 양옆에는 달과 해인 것일까? 푸른빛은 외계인의 입 같기도 하다. 우주의 신비로움을 가득 담아놓은, 그렇다고 해석이 명확하지도 않아 더 매력적인 그림이다. 한편으론, 자유를 갈망하는 의지를 담아놓은 것 같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던 작품이다.
 

 

2 더하기 2는 4가 되지 않아.
회계사들만이 그렇게 생각하지.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그림은 상상력을 풍요롭게 해야 해.

- 1959년 이본 타이양디에와의 인터뷰에서 발췌

 

 
미로는 회계 일의 경험이 있어 숫자에 익숙했다고 한다. 다만 명백한 숫자의 증거를 예술적으로 바꾸어 상상으로 스며들게 한 것은 예술가로서의 행위라고 볼 수 있겠다.
 
 
 
Section 3 오브제

 

오브제와 태피스트리를 통해 일상 사물에 대한 그의 특별한 관심이 잘 느껴진다. 이 섹션은 미로가 이미지가 아닌 물질에 집중했던 표현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실제 생활에서 쓰이는 밧줄, 털, 실, 금속품을 작품의 한 부분으로 사용했는데, 이는 미로가 조각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판화와 직물 작품에도 그의 애정이 드러난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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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새, 전시장 전경 ⓒ 마이아트뮤지엄

 


한곳에 머물러 꽤 오래 감상했던 작품이다. <사람과 새>에서 사람은 발을 이용해 지상을 뜻하고, 새는 천상을 뜻한다. 즉, 천상과 지상을 연결하는 통합의 의미를 뜻하는 것이다. 처음엔 발이 토막 나 있어 매우 기괴하다고 생각했는데, 새와 사람을 하늘과 땅으로 의미 부여하여 연결한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다만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매우 난해했던 작품이다.
 

 

발의 형태와 기능은 항상 흥미로웠다.
발이 인간을 땅에 연결시켜주지 않는가.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연결을 떼어놓는 것도 발이 아니겠는가.

- 1962년 드니 슈발리에와의 인터뷰에서 발췌

 

 
 
Section 4 검은 인물

 

그림 속 인물은 단단히 응축되고 암시적인 형태를 띤다. 특히 인체의 일부와 같은 정체불명의 요소들이 단순화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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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의 카탈루냐 농부, Catalan Peasant in the Moonlight, 1968 ⓒ Successió Miró /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달빛 아래의 카탈루냐 농부>는 달과 농부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 형태가 정확하지 않으나 달과 낫, 밀짚모자를 쓴 농부의 모습이 보인다. 푸른 하늘과 붉은 수확물들이 오른쪽 아래 공간에 그려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의 붉은 얼굴은 달빛 아래 비친 고된 노동을 상징하는 색으로도 볼 수 있겠다.
 

 

농부의 이미지는 나에게 강하게 다가온다.
나는 일생 동안 그들과 가깝게 지냈기에 잘 알고 있다.
내가 달을 그리는 이유는 달이 매우 중요한 시적 모티프이기 때문이다.
달빛 아래 일하는 농부가 그리 이상한 건 아니다.
어느 밤, 어느 달의 주기에서도 무언가는 심어질 수 있다.

- 1978년 루이스 페르만예르와의 인터뷰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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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 새, 별, 그리고 태양, 달, 별자리와 사다리.
 
순수한 색과 제한된 회화적 요소로 상징적 언어를 표현하는 미로는 타고난 호기심과 감각으로 원대한 자유를 그려내었다. 미로는 작품의 해석을 관객에게 맡기는데 시인이 표현하면 해석은 독자의 몫이 되는 이치와 같다. 그리고 결국, 미로의 시적 표현이 나의 무한한 상상력과 해석을 자극하는 것은 성공했다.
 
나는 호안 미로 작품이 더 궁금해졌다. 회화에서만 멈추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해 나갔던 그 순간조차 말이다. 더 매력적인 것은, 그가 전통적인 회화 작법을 뛰어넘어 창의적인 자유를 그려내어 오늘날 예술가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것이다. 앞선 경험과 거대한 해석과 같이, 모두가 미로 고유의 언어이자 시대를 초월하는 메시지를 자유로이 감상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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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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