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눈먼 나라에선 애꾸눈이 왕이다. [미술/전시]

문화예술은 우리의 거울이다.
글 입력 2022.05.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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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빈 의자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커다란 의자를 보아하니 왕의 자리인가? 그렇다면 왕은 어디 있나?


그 위론 미사일이, 그 오른쪽엔 사형대인가? 반대편에는 길이 없다.


밑으로 내려가 덩굴 속을 들여다보니, 아니! 현재 우리 사회 속 장면들이 아닌가?!


오늘 소개할 전시는 지난 17일 끝난 강래오의 <눈먼 나라에선 애꾸눈이 왕이다>다.

 

*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소설을 아는가? 이 소설은 시력을 잃는 전염병으로 인해 점점 사회가 붕괴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이기심, 폭력성, 그리고 그 속에서도 살아 숨 쉬는 인간애를 그린 소설이다.


주제 사라마구는 인간이 다른 동물 비해 높은 의존도를 가지고 있는 시각을 상실케 함으로써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잃었을 때만 가지고 있던 것이 정말 무엇인지를 안다’라는 메세지를 전하고자 했다.


그리고 강래오는 이러한 소설 속 상황이 현재 우리가 처한 시대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았다.


현재 우리는 여러 위기에 직면해 있다. 가령 기후 변화의 위기, 경제적 불평등의 극대화와 민생의 위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위기, 무엇보다 전염병 창궐로 인한 생명의 위기 등등. 하지만 우린 소설 속 장님처럼 이를 제대로 보지 않고 외면하고 있다.


또한 강래오는 오늘날 우리가 처한 이러한 여러 위기를 더욱 가열시키는 것을 정치적 갈등과 이념/종교 문제라 생각했다. 여기서 그는 무엇보다 그것을 돕는 ‘개인’을 비판했으며, 그럼으로써 현재의 삶을 돌이켜보고자 하는 의도를 작품에 담았다.


전시 제목인 ‘눈먼 나라에선 애꾸눈이 왕이다’는 에라스뮈스의 잠언을 인용한 것이다. 에라스뮈스의 저서 <우신예찬>은 16세기 부패한 가톨릭교회를 비판하며 ‘성직자의 위선’, ‘신학자의 허구성’을 풍자한 책이다. *우신(愚神) 즉, 바보 신


강래오는 현재 전 세계가 겪고 있는 팬데믹은 무차별적인 개발과 경제 성장주의를 지향함으로써 만들어낸 결과며, 이것은 ‘사악한 위정자’, ‘타락한 종교 지도자’, ‘그릇된 이데올로기’라는 우신의 짓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전시를 통해 그런 어리석은 신들과, 결국 그러한 우신을 (예찬함으로써) 만든 우리 인간을 비판하고 풍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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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빅데이터', '바이러스', '자본주의(ai)', '핵무기', ;자유', '자연', '시간'라는 글자가 보인다.


죽은 아이와 버려진 지구, 구명조끼를 입은 많은 사람이 타고있는 배.


전쟁은 얼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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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이마에 제 3의 눈을 가지고 있는 요괴를 삼지안 또는 세눈박이라 하며, 그것은 눈을 하나 더 가진 만큼 초월적인 인지력을 가지고 있다.


눈이 세 개인 인간(요괴) 뒤로 그것이 꿰뚫어 보고 있는 장면들이 보인다.

 

흔히 우리가 티비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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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은 원불교 교리표어의 하나로 이 세상 모든 사람, 모든 우주 삼라만상이 다 부처님이므로, 모든 일에 있어서 부처님께 불공하는 마음으로 경건하고 엄숙하게 행하고 살아가자는 뜻이다.


이중 당신이 믿는 부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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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종교, 철학(이데올로기), 정치 책들이 쌓여있고 서로 다른 쪽을 보는 두 사람 사이로 누군가 걸어 들어가고 있다. 흔히 우린 교과서의 내용을 진리라 여긴다. 이것은 수정 가능하나 쉽지가 않다.

 

이 시대의 패러다임은 곧 우리의 세계관을 형성한다. 그러니 패더라디임이 바뀐다는 것은 곧 세계관이 바뀐다는 것이다. *패러다임 :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지배하는 이론적 틀이나 개념의 집합체

 

그래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쉽게 신뢰하지 않고 저항한다. (또는 저기 두 사람처럼 자기가 보는 방향만을 고수) 하지만 세상은 계속해서 변화하며, 그것으로부터 모순이 발생한다. (한 쪽만 본다면 문제가 발생)

 

전쟁 그리고 코로나19.


표지판을 보아하니 분명 저 사람은 길을 잃을 것이다.

 

*

 

지금까지 작가의 작품 대부분은 파랗기보다는 멍든 것처럼 퍼랬고, 어둡기보다는 무섭고 깜깜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우신보다 그것을 만들고 예찬하는 우리 개인을 지적하고 있다. 이 전시는 지난 17일에 끝이 났지만 작가의 다음 작품이 더 기대가 된다. 그리고 동시에 두렵다.

 

우리가 우리의 모습을 보려면 거울을 통해 봐야 하듯, 이런 문화예술이야말로 현시대와 인간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준다. 우리에겐 이런 그림이, 작가가 꼭 필요하다.

 

 

[김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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