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좀비처럼 죽지도 않고 등장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좀비’ - 좀비즈 어웨이

글 입력 2022.04.30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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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는 언제나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존재이면서 우리의 호기심을 자아내고 공포감을 조성한다. 여름이면 등장하곤 하는 서늘한 공포물의 일종으로 짜릿한 스릴과 갈등상황에서 비롯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도 한다.


좀비라는 소재가 수없이 반복되면서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거다. 기억나는 작품 제목 몇 개만 살펴봐도 주옥같은 작품들이 많다. 말이 필요없는 고전 명작 <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 최근 아카데미에서 논란이 있었던 윌 스미스가 주연했던 < 나는 전설이다 >, 기차라는 좁은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상호 감독의 < 부산행 >, 최근 넷플릭스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던 < 지금우리학교는 >까지.


이 작품들이 각각 세상에 나온 날의 텀만 생각해봐도 좀비란 그 존채처럼 콘텐츠계에서도 죽지 않는 소재임이 분명하다. 당연히 웹툰이나 게임, 소설같은 다른 분야에서도 좀비를 소재로 한 콘텐츠는 끊임없이 쏟아져나왔다. 좀비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합의는 되어있지만 그 형태와 능력, 종류는 천차만별이고 작품마다 다루는 주제의식도 많이 다르다.


좀비와 인간 사이의 로맨스나, 우정, 극한의 상황에서 각자 다른 선택을 하는 인간 군상에 대한 고찰. 절대악으로 규정된 좀비에 대한 무차별적인 학살을 통해 쾌캄을 느끼는 액션, FPS장르도 있는 반면 가족이고 친구였던 이들이 좀비가 되면서 딜레마를 겪는 작품까지. 이렇게 간단하게만 훑어도 정말 많은 종류의 작품이 있었고 여전히 변주될 여지가 남아있다. 무엇보다 좀비가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소재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 흥미진진함과 더불어 아포칼립스 상태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은 인문학의 깊이를 확보한다. 좀비물은 작품이 좀비가 등장하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시점인지, 어떤 좀비가 등장하는지 좀비를 대하는 사회상은 어떤지, 그 속에서 주인공은 어떤 인물이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천천히 뜯어보면 더 깊이있고 재미있게 좀비물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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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안전가옥’에서도 좀비를 소재로 한 작품이 새로 나왔다. 오늘 소개할 배예람 작가의 < 좀비즈 어웨이 > 이다. 이 책은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열두 번째 책으로, ‘남들은 한창 좋을 때라는데 정작 나는 뭐가 좋은지 하나도 모르겠어서 일단 쓴 이야기를 내면 되는 공모전(일명 남정일 공모전)’의 당선작이 포함된 단편집이다.


배예람 작가는 이미 SF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전에 PRESS로 소개했던 안전가옥 앤솔로지 책 < 대스타 > 에서 소개했던 작품 < 스타 이즈 본 >의 작가이기도 하다.

 

참고자료: [PRESS] 멀고도 가까운, 화려한 빛 대스타

 

지난 작품에서 촘촘한 전개와 추리력을 바탕으로 작품을 전개해나가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설득시켜나갔던 배예람 작가가 이번 작품에서는 좀비를 주제로 세상을 어떤 모습으로 그려내고 우리에게 설득해나가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즐거운 작업이다.

 

작품마다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는 두려움 가득 흥미진진한 세계와 특유의 유쾌함은 작가의 특장점이자 출판사 안전가옥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매력이다. 부담되지 않는 분량과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일탈이랄까.

 

 

당선작이자 이 책의 표제작인 <좀비즈 어웨이>는 공모전에 응된 약 100여 편 가운데 유일하게 선정된 작품이다. 젊다는 것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 젊기에 더 버거운 삶의 무게. 버텨내고 발버둥 친 끝에 스스로 피워 낸 작은 희망의 가치가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배경으로 선명하게 드러난다.

 

 

모든 수록작은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한다. 좀비 바이러스가 막 퍼지기 시작한 시점에 한 여고에서 벌어지는 비극과 로맨틱한 서사가 동시에 펼쳐지는 〈피구왕 재인〉, 나라 전체에 좀비가 창궐한 시대에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두 여자의 동행을 그린 〈좀비즈 어웨이〉, 실패만 거듭했던 인생에서 벗어나려 했던 건강식품 업체 사원의 이야기를 통해 좀비 대유행의 원인이 드러나는 〈참살이404〉 등 잔인하고도 따스한 세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수록 작품들의 공통 배경이 되는 잔혹한 세계관을 처음 알리는 것은 피구공 대신 날아온 사람 머리다. 이 머리가 등장한 이후로 < 피구왕 재인 >의 무대인 봉암여고는 뿜어져 나오는 피, 잘려 나간 팔다리, 쏟아져 흐르는 내장이 난무하는 아비규환이 된다. 사람 머리는 다음 작품인 < 좀비즈 어웨이 >에도 등장하는데, 이 머리가 나오는 장면은 사뭇 다른 분위기를 띤다. 전신이 온전하지만 말주변이 없는 여자와 달변가이지만 머리만 남은 여자의 첫 대면은 작품집 전체에서 가장 유머러스한 장면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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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구왕 재인 - 봉암여고 체육대회를 앞두고 피구 예선전을 치르던 나는 피구공 대신 날아온 사람 머리를 맞닥뜨린다. 그 직후 감염자들을 피해 도망치라는 교내 방송이 들려오고, 학생들은 비명을 지르며 학교 건물 밖으로 몰려나온다. 운동장에 있던 나는 교실에 있을 소중한 친구 혜나를 찾기 위해 홀로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뜯겨 나간 팔다리며 내장, 곳곳에 흩뿌려진 핏자국을 본 나는 영화나 웹툰에서나 보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음을 깨닫는다. 감염되지 않은 자를 노리는 붉은 눈의 감염자들을 피해, 나는 혜나를 만나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말을 꼭 전해야만 한다.

 

좀비즈 어웨이 - 연정은 정육점 알바생이다. 정육점에서는 좀비 고기와 좀비 머리를 취급한다. 고기를 파는 이유는 좀비를 먹으면 좀비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생긴다는 뜬소문이 퍼져서이고, 머리를 파는 이유는 나라에 머리를 제출할 경우 대입 또는 취업 시 가산점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사장님의 명에 따라 좀비 머리를 찾아 동네를 뒤지던 연정은 좀비가 되지 않았지만 머리만 남은 채로 살아 있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인간다운 생활을 돕는 인프라가 모두 무너져 버린 세상에서 인간다운 연민을 버리지 못한 연정은 여자의 뜬금없는 부탁에 돌연히 긴 여정에 뛰어든다.


참살이404 - 소영은 유서를 쓰던 날 이력서도 썼다. 유서에 쓸 만한 문장을 검색하다 회사 광고를 발견한 것이다. 건강식품 제조업체 JBU에 입사한 소영은 회사에서 개발 중인 음료 ‘참살이404’를 마신 뒤 평생 느껴 온 무력감과 피로감에서 처음으로 벗어난다. JBU 회장은 스스로를 패배자, 낙오자, 부적응자라 부르는 사람들을 위해 참살이404를 만들었다고 밝혔고 JBU의 입사자 또한 그러한 이들이었다. 신규 고객과 직원을 물색하던 소영은 대기업에 다니다 6년여 만에 그만두었다는 고교 동창 보영을 데려오는데, 그는 참살이404를 마시든 그렇지 않든 갖가지 방면에서 유능함을 뽐내며 만족스러웠던 소영의 회사 생활을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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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배예람

 

발행일: 2022.3.31.

 

정가: 10,000원

 

출판사: 안전가옥

 

시리즈: 안전가옥 쇼-트 12

 

ISBN: 979-11-91193-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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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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