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뮤지컬 스메르쟈코프를 이해하기 위해

글 입력 2022.04.1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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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메르쟈코프>는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스핀오프 뮤지컬이다. 전작이 표도르의 죽음과 카라마조프 형제들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이 작품은 표도르를 죽인 스메르쟈코프를 주인공으로 세운 작품이었다.

1편과 이어지는 스메르쟈코프의 혼란스러운 내면, 발작, 선과 악, 신과 삶, 죽음에 관한 끝없는 질문을 주제로 하고 있었기에 전작을 관람하지 않은 필자는 해당 작품이 매우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졌다.

웅장한 뮤지컬 넘버와 강렬한 대사, 배우들의 극적인 연기가 극장을 가득 채웠지만, 이 인물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의미가 무엇인지,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전작에 관한 설명이나 인물에 대한 설명이 짧게라도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관객이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는 건 좋지만 주인공이 계속 발작을 일으키며 분열하는 인물이기에 그 여지를 조금은 좁혀 줄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질문을 안개처럼 던지는 것에서 나아가, 뮤지컬 <스메르쟈코프>는 어떻게 이 인물을 해석하고 표현하고자 했는지 그 의도가 더 잘 드러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뮤지컬 <스메르쟈코프>가 여러 가지 상징을 이용해 스메르쟈코프라는 인물과 그의 고뇌를 새로운 이야기에 담아내고자 노력했다는 건 분명하다.
 
스메르쟈코프를 세 명의 배우가 연기한다는 점도 창의적이었고, 시체를 하얀 천으로 묘사한다거나, 붉은 장미 꽃잎을 활용해 피를 표현하는 동시에 장식적으로 무대를 꾸미는 방식도 인상 깊었다. 피아노 반주와 배우의 노래 뿐인데 묵직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극적으로 표현되었다는 점도 박수를 보내고 싶은 부분이다.

또한 뮤지컬이 끝난 후 진행된 무대 디자이너와의 짧은 인터뷰를 통해 시각적인 풍성함을 위해 무대환경을 어떻게 조성했는지도 꼼꼼히 살펴볼 수 있었다. 회전하는 무대, 압도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조정된 기둥의 높이, 조명, 여러 인물들의 무덤, 러시아의 추위를 표현하기 위해 만든 눈보라가 치는 듯한 무대 배경과 좀 쌀쌀한 듯한 극장 온도까지.
 
뮤지컬 <스메르쟈코프>는 곳곳에 공이 많이 들어 간 작품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처음 관람하는 관객들에게는 조금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질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

 

필자는 본 작품을 관람한 이후 원작소설을 다시 읽으며 뮤지컬에 나온 몇 가지 상징을 찾아내 보았다.
 
아래에 뮤지컬 <스메르쟈코프>를 보러 갈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원작소설의 내용을 몇 개 인용해두고자 한다. 책 <카라마조프 형제들: 가볍게 읽는 도스토옙스키의 5대 걸작선 (허선화 옮김, 뿌쉬낀하우스>을 인용하였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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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메르쟈코프와 '안개' - “(...) 세례를 주고 이름을 파벨이라고 지어주었다. 그리고 부칭으로는 모두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표도로비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후에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버려진 아이에게 어머니의 별명을 따서 스메르쟈코프*라는 성을 지어주었다.” (p.86) *스메르쟈코프는 '냄새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 성인 스메르자차야는 냄새나는 여자라는 뜻이다.

 

“발람의 나귀란 하인 스메르쟈코프를 말하는 것이었다. 아직 스물네 살의 젊은이인 그는 매우 사람을 꺼리고 말수가 없었다. 그는 오만한 성격으로 모든 사람을 경멸하는 것 같았다. 어릴 때 그는 고양이들을 목매달아 죽이고 의식을 갖추어 묻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 그리고리*는 갑자기 스메르쟈코프를 향해 대놓고 말했다. ”네놈은 사람이 아니야. 너는 바냐의 수증기에서 만들어진 거야. 너는 그런 놈이야.“ 나중에 밝혀진 것이지만, 스메르쟈코프는 결코 이 말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p.104) *그리고리: 표도르 파블로비치의 충직한 하인으로 스메르쟈코프를 자식처럼 키운다.

 
2. 밀알 -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서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열매를 많이 맺는다.” - 요한복음 12장 24절
 
3. 조시마 장상 - “모두가 장상이 영면하고 나면 뭔가 즉각적이고 위대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p.136)

 

4. 이반의 논문 - “형인 이반에 대해서는 그가 왠지 음울하고 자기 속에 갖힌 소년으로 자랐다는 것만을 알려두기로 하겠다. 이 소년은 매우 일찌감치 거의 유년기부터 학문에 대한 어떤 특별하고 뛰어난 능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 이반 표도로비치는 갑자기 큰 신문 중 하나에 한 이상한 논문을 실었다. 이 논문은 당시 어디에서나 제기되었던 교회 재판 문제에 대해 쓴 것이었다.” (p.30)

 

5. 스메르쟈코프와 이반의 대화 - "스메르쟈코프는 여전히 뻔뻔한 눈길로 이반 표도로비치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또 다른 것'에 대해서란 어쩌면 도련님께서 그때 아버지의 죽음을 몹시 바라셨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었습니다." (p.443)
 

"저도 그때 잠깐 저에게도 기대를 거신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저에 대해 예감하시고도 떠나신 거라면, 그것으로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신 셈이 되는 군요. '너는 아버지를 죽여도 좋다, 나는 방해하지 않겠다'라고요." (p.445)

 

 

[이진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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