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코로나 시대에 느슨하게 연결되는 우리 [문화 전반]

소셜미디어로 부족한 오프라인 만남을 조금씩 대체해왔던 기록
글 입력 2022.04.1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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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쉐어 세 명 구합니다(1/4)”

 

가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을 발견한다. 4명을 모아서 계정을 공유하면 넷플릭스 구독 비용이 약 삼분의 일로 줄어든다. 그렇지만 모르는 사람을 믿고 매달 돈을 보내주고 마음만 먹으면 서로의 시청 기록까지 볼 수 있는 관계에 쉽사리 뛰어들 수 있을까?

 

놀랍게도 그렇다. 나 역시 18년도부터 5년째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간 넷플릭스 파티를 한 번도 바꾸지 않을 만큼 만족도가 높았던 멤버들을 온라인에서 시작된 영화 소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사이비 종교의 포교 방식인가 걱정하다가도 만나서 얘기하다 보니 서로 믿을 수 있는 사이로 발전한 것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낯선 사람과 독특한 신뢰를 쌓은 경험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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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양한 유대관계를 만들고 있다.  약한 유대관계는 굉장히 유익하고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데 이에 관련된 굉장히 유명한 연구가 있다. 1973년 사회학 교수 마크 그라노베터가 ‘약한 연결의 힘(The Strength of Weak Ties)’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가까운 친구들(강한 연결)보다 먼 지인들(약한 연결)이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직한 사람들이 어떻게 새로운 직장을 알게 되었는지에 관한 실증 연구에서, 27.8%가 약한 연결을 통해 직장을 얻었다고 했다. 이 수치는 16.7%의 사람이 강한 연결을 통해 직장을 얻은 것에 비해 높은 수치이다. 약한 유대관계를 통해 다른 네트워크나 커뮤니티와 연결될 가능성도 증가한다. 깊은 관계만큼 약한 연결도 의외로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 연구의 요지다.


코로나 시대에 약한 유대관계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가상 워크스페이스로 전환함으로써 일터에서의 만남이 줄어드는 것이다. 직장 외에도 아침에 들리는 빵집에서의 스몰톡이나 체육관에서 아침 운동 멤버들과 이야기하는 시간도 주저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조금 이른 것 같다. 소모임에서 넷플릭스 파티원들을 만났던 것처럼, 우리는 이미 소셜미디어까지 인간관계의 영역을 넓혔다. 온라인 유대 관계가 작은 인간관계의 형태로 자리잡아 가는 것 같다. 최근 동향인 메타버스(Metaverse: 가상현실 공간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활동을 하는 것)까지 갈 것도 없다. 익숙한 소셜미디어에서부터 이미 친구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생판 남 말고 조금은 아는 사이부터 시작하면, 집단 상담 멤버들과의 단체 채팅방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 최근 교내 상담 센터에서 운영하는 집단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온라인 줌(ZOOM)의 회의실에서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누었는데, 이름 대신 좋아하는 단어로 닉네임을 지어 서로를 불렀다.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다 보니 더 솔직한 얘기를 할 수 있었다. 얼굴을 한 뼘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긴장했다가 어느 순간 견디지 못하고 긴장이 확 내려가 술 마신 것처럼 멍해지는 증상, 인간관계에서의 두려움 등 너무 자질구레하고 날 것이라서 어디서 말 못 할 이야기들을 하고 들으면서 우리는 뭔가를 나눈 것 같았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는지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인연을 이어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단톡방에서도 우리는 무슨 일을 하고 나이가 몇인지 모른 상태에서 별명으로 서로를 지칭한다. 얼굴은 알지만 익명성도 가진 이런 독특한 관계가 꽤 마음에 들었다. 어제는 한 분이 시험 기간에 다들 잘 지내시냐며 안부를 묻는 메시지를 보냈다. 나도 이들이 생각났던 영상을 공유하면서 진심으로 공감하고 응원해 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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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세 다리 정도 건너면 알 만한 관계도 있다. 학교 커뮤니티에서 발견한 온라인 독서실이다. 디스코드라는 어플에 우리 학교 학생만 아는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가면 열람실이 거기에 있다. 딴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컴퓨터 화면을 공유하고 책상을 실시간으로 녹화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누가 뭘 하나 이리저리 둘러보지만 곧 적응해 내 공부에 집중하게 된다.

 

사실 집에서 공부를 하다보면 아무도 나를 보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왠지 더 게을러지고 딴짓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렇지만 온라인으로 서로를 감시한다면 집중해서 공부를 할 수 있다. 공부하다 잠깐 쉴 수 있는 휴게실도 마련되어 있고 가끔은 신청곡을 받아서 파티도 하니까 그야말로 한눈 팔 틈이 없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소속감으로 연결되고 함께 공부하는 관계들이 고맙고 귀했다.

 

최근에는 완벽한 타인과 연결되기도 했다. 구독하던 블로거가 온라인 스피치 연습 소모임을 연 것이다. 이전부터 눈독 들이다가 드디어 운 좋게 참여할 수 있었다. 밴드를 기반으로 모여서, 매주 뉴스 기사 하나를 요약해 녹음하고 서로 피드백을 준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목소리는 아는 사이가 된 것이다.

 

상대가 조금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고칠 점을 알려주고 제대로 배운다. 응원하는 마음과 칭찬도 가득 담는다. 관심사와 필요로 연결되었고 우리는 조금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더 조리 있게 말하고 신뢰감 있는 스피치를 하는 데에 도움이 된 것 말고도 이렇게 만난 사람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나는 당신들로부터 이미 많은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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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오프라인 만남을 이렇게 어느 정도 대체해가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은 필요하면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아내나 보다. 코로나 시국에 가족으로는 채워지지 않은 또래 관계의 공백이 있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인연을 만들고 친구를 사귀며 든든한 관계를 이어가는 중이다.

 

때로는 익명이고 가끔은 너무 쉽게 끊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런 얕고 소중한 관계들을 많이 만들어두고 싶다. 그건 남보다는 조금 나은 사이로 남거나 시간이 흘러 더 두터운 모습으로 자랄 수도 있다. 인연을 나무뿌리로 표현하면 가는 잔가지들을 넓게 퍼트리는 것이다.

 

나와 다른 관점의 사람을 견딜 수 있는 시기가 20대라고 한다. 삶의 영감은 예상치 못한 만남에서 오기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을 만나갔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안고 앞으로도 기술 발전의 혜택을 누리며 느슨하고 단단한 인연들 사이에서 즐겁게 지내고 싶다.

 

 

[고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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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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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는 잔가지들을 넓게 퍼트리다보면 느슨하고 때론 단단한 인연들을 만들수 있군요! 온라인으로도 이 모든게 가능하니 모든 인연들을 잘 누려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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