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7마리의 검은 고양이 展 [미술/전시]

글 입력 2022.04.0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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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고 무너지면서 / 더 크게 무너지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주저앉을 마음이 있다는 건 / 쌓아 올린 마음도 있다는 것

새가 울면 / 또 다른 새가 울었다

또렷하게 볼 수 있다면 / 상한 마음도 다시 꺼내 볼 수 있을까

 

- 안미옥, <톱니> 中

 

 

우리의 감정을 치유하기 위한 믿음은 어디 있을까?

 

카메랄트 아홉 번째 기획 전시 <7마리의 검은 고양이> 展은 '미신의 이유와 다양성'에 대해 탐구하며 사회에 만연한 미신을 고찰하고 근저의 믿는 행위를 조망한다.

 

자본주의의 고도화, 인공지능의 현실화, 코로나 19 등 각종 사회문제는 불안을 점차 심화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무의식중에 미신에 기대어 안정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저 행운이 오기를 바라며 무성한 잡초 속에서 나만의 네잎클로버를 찾아 믿음을 만들어간다. 현대인들이 믿지만 믿지 않고, 믿지 않지만 믿는 미신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화함으로써 미신 뒤에 숨은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본 전시는 검은 고양이가 가진 불운의 상징을 전복시키며, 미신의 양면성을 밝혀낸다. 믿는 행위의 원인과 양상 그리고 여러 형태의 미신을 예술의 소재로 승화시켜 감정 치유의 계기를 만든다. 미신을 매개로 '지금-여기' 에 있는 개인의 마음속 심층에 도달해 두려움의 정서를 통찰하고, 이 감정이 표출되는 양상을 관찰한다.

 

불안과 두려움이 만들어 올린 미신은 누군가에게는 기댈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엇물린 톱니처럼 그것을 믿는 자를 짓누르고 파괴하기도 한다. 다양한 형태의 예술로 펼쳐낸 미신의 이야기를 통해 관람객이 결국 한없이 약해져 상해버린 마음을 또렷이 마주해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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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번째 전시 <7마리의 검은 고양이>展 에서는 미신을 매개로 감정 치유의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 서문은 그 당시 스스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자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았다.

 

나의 20분 정도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 작년 11월, 학교에서 개최한 첫 전시를 준비하면서 ‘처음’의 성장통을 꽤 겪었다. 회복 탄력성이 굉장히 낮아져 작은 일에도 불안을 쉽게 느꼈다. 회피, 저항 등으로 생겨난 이차적 고통은 걷어내고 최소한으로만 힘들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어떤 밤에 불안으로 몸이 아파 가만히 있을 수 없을 때 침대에서 기어 나와 화장실에 갔다. 거울을 보니 내가 조금은 객관적으로 인지되어 고립에서 어느 정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곤 불안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려고 노력했다.

 

난 그저 내가 일차적 고통만 느끼길 바랐다. 내 모든 불안을 마음속에서 허락했다. 그 순간엔 되게 두렵고 무섭고 배가 울렁거리기도 했다. 그래 본 적이 없어서 나한텐 쉽지 않은 시도였다. 음, 몸에 피가 갑자기 확 돌아 손이 저릿하더니 어지러워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머리에 피가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해도 뻣뻣하던 몸이.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와, 신기했다. 불안을 마주하니 오히려 편안해졌고 나름의 ‘치유’를 경험했다.

 

당신의 불안을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일련의 계기는 만들어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우리 전시를 통해 각자의 불안을 느껴보자고. 미워하며 쫓아내지 않아도 된다고. 시 <톱니>에서 나온 것처럼 새가 울면 또 다른 새가 운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고, 연결되어 있는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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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은, 윤민주, 이가영, [WANTED trust or distrust] , 2022, 복합 설치작, 250x250cm

 

 

"락슈미 이외의 다른 신을 섬겨도 괜찮다. 네 행복에 대하여 거짓을 말하지 마라. 누구보다 솔직해져라"

 

락슈미는 행운과 번영, 풍요의 인도 여신으로 배금주의적 태도를 지닌다. 우리는 신 락슈미를 위한 제단을 설치해 재물을 상징하는 미신의 소재를 쌓아둔다. 이를 통해 믿음이 생기는 지점을 포착해 작품으로써 통찰하며 자본주의와 미신의 교차점 근간에 있는 소유개념에 대해 탐구한다.

 

돈으로 무언가를 소유할 수 있는 믿음의 전제에서 탈피해 원초적 자아를 마주해본다. 개인적인 정신생활에서 미신과 믿음이 성립하는 복잡하고 깊은 동기가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증명되길 바란다.

 

작년 학교 교수님과 대화 중 개인의 소유개념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관점이 인상 깊었다.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2021 올해의 작가상 전시 중 최찬숙, <큐빗 투 아담>이 유사한 담론을 다루고 있어 작품을 만들 때 참고했다. 이 작품은 인간의 물질 소유 역사에 대해 다루며 우리가 발로 딛고 있는 땅과, 몸에 대해 성찰 한다. 개인의 기억과 역사 속 소유를 둘러싼 관계에서 자신의 위치와 존재를 살펴본다.

 

인도에서 현존하고 있는 신 ‘락슈미’를 모티프로 가상의 제단을 만들었다. 물질적 풍요를 기원하며, 마치 체리 장 작가와 같이 사이비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했다. 로또 당첨 등의 소원을 '락멘'이라며 기도하지만, 결국 이를 전복해 돈으로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윤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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