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특별한 미술관으로의 초대 - 마음챙김 미술관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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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은 감상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작품 자체가 주는 느낌에서 출발하여 작가의 창작 의도, 작품에 숨겨진 이야기 등을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그 작품에 온전히 몰입한 자신을 만나기도 한다. 특히 많은 예술 작품의 범주 중 하나인 그림은 캔버스에 한 순간이 담기지만, 그 뒤 숨겨져 있는 이야기와 작가의 자취를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예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많은 예술 작품에 숨겨진 이면의 이야기를 알아내는 작업을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그림과 친하지 못했다. 도화지에 선을 그리는 작업조차 막막할 때가 많다 보니 감상하는 행위와도 어느새 멀어진 탓이다. 더불어 왠지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는 인상주의와 같은 미술 사조에 입각하여 시대의 흐름과 맥락에 따라 감상을 해야 한다고 집착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미술이라는 예술의 한 장르는 높은 벽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그림과 친하지 않더라도 가볍게 책장을 넘기며, 나아가 한 개인에게 의미 있는 지점을 선물하는 도서가 있으니, 바로 지금 소개할 <마음챙김 미술관>이다.
이 책에 대해 ‘미술과 친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것은 전반적인 내용이 우리의 삶과 닿아 있기 때문인데, 이를 위해 책의 제목이 ‘마음챙김’ 미술관이라는 데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여기 ‘마음챙김 미술관’은 그림과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곳이다.
그림을 판단 없이 봄으로써 나의 마음을 좀 더 분명하게 알아차리고,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프롤로그 일부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두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 속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개인의 삶과 연관 짓고, 이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작업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책 속 작품을 어떻게 감상해야 할 지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한결 편한 마음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또한 그림을 개인의 마음과 연결지은 점도 흥미롭다. 실제로 심리학에서는 내담자 치료 기법 중하나로 미술치료를 언급한다. 치료는 창조적인 예술 활동을 통해 내담자의 감정, 내면세계를 표현하게 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는 사고나 감정의 제한점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어서 최근에는 치료 이외에도 개인의 인격 성장과 발전, 자아 성찰 등을 위해 널리 이용되고 있다.
<마음챙김 미술관>에서도 역시 그림에 숨겨진 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 감정이 개인에게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설명하며, 독자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의 작품을 소개하며 감정의 선택과 관련한 질문을 던지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리히터의 <책 읽는 사람>, 1994.
리히터는 많은 고민 끝에 자신의 삶을 그려내기로 결심한다.
리히터는 작품의 소재와 관련하여 당시 동독의 리얼리즘을 따라 인민을 위한 그림을 그릴지, 자신의 신념을 따라 그림을 그릴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리고 화가 초기, 그는 이러한 고민을 실제와 추상의 중간 즈음인 작품으로 표현하며 감정의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러다 뒤셀도르프 예술학교의 조소과 교수였던 요셉 보이스(Joseph Beuys)의 작품을 보고, 그는 신념을 택하며 자신의 삶을 둘러싼 대상을 그리기 시작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바가 아닌, 자신에게 중요한 감정과 닿아 있는 대상을 그리고자 한 것이다.
요셉 보이스의 <썰매 No.2>, 1970~80년대.
그는 자신의 삶을 다시 태어나게 해준 소재를 대상으로 그림을 그렸다.
작가는 일련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 챕터의 끝에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중략)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의 감정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알았다면,
이제 선택한 감정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차례이다.
그 감정을 선택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그 감정을 통해 어떤 상태가 되기를 원하는 걸까.
또 그 감정을 통해 나는 나에게 진실해질 수 있는 것일까.
그럼 다시 질문해 보자. 나는 오늘 어떤 감정을 선택하며 보내고 싶은가?
- 1장, ‘감정의 선택’ 중에서
책의 모든 챕터는 이렇게 주제와 연관되는 그림과 작가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키워드를 통해 독자에게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을 던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림을 통해 그동안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생각과 감정을 돌아보는 작업은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작품에만 머무르도록 두지 않는다. 독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과 좀 더 친해질 수 있고, 나아가 능동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시도할 긍정적인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책을 읽어보며 심리학과 미적 지식 두 가지의 측면에서 많은 내용을 얻어갈 수 있었다. 마침 개인적으로는 최근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혼자 공부해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기도 한데, 다양한 키워드를 통해 마음과 생각을 돌아볼 수 있어 의미가 깊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인상적인 부분들은 따로 밑줄을 쳐 두며 충분히 음미하고자 했고, 상황에 맞게 필요한 말들이 생각날 때는 해당 키워드와 관련된 부분을 펼쳐 따로따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미술을 조금 어렵게 느끼기도 했는데, 딱딱하게 작품에 대해 공부한다는 느낌보다는 그 작품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듣는 느낌을 많이 받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Recommend
전체적으로 지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힐링하고 싶은 시간을 갖고 싶다면,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에게 집중하여 몰입하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보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 되겠다. 또한 미술작품을 부담없이 감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하는 바이다.
나와 같이 누군가에게도 책의 내용이 의미있게 다가가 충만함을 가져다 주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정하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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