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서양 미술로 읽는 정원의 역사, 도서 "예술의 정원"

글 입력 2022.03.0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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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평면] 예술의 정원.jpg



예술의 범주에 드는 것은 세상의 넓이 만큼이나 다양하다. 누구나 쉽게 떠올릴 법한 회화나 조각에서부터, 이제는 행위까지도 예술로 간주되고 있으니 예술은 그야말로 다채로운 영역이다. 그런데 이 예술의 범주에 충분히 들어갈 법하면서도, 막상 예술을 떠올렸을 때 바로 착안하지 못하기 십상인 것이 하나 떠올랐다. 바로 조경이다. 조경에는 심미적인 요소들이 포함되기도 하지만 이를 구성하기 위해 건축학적인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인지 쉽게 예술의 영역으로 떠올리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조경을 통해 구성된 공간인 정원은 수많은 예술작품들을 통해 우리에게 끊임없이 정원도 예술의 일환임을 호소해왔다. 도서 "예술의 정원"은 예술작품들, 특히 회화 작품 속에서 다루어졌던 정원의 다양한 모습들을 살펴보며 정원의 역사와 함께 정원을 구성하는 요소, 나아가 정원 속에 담긴 도상학적 상징들까지 짚어보고자 하였다. 유럽여행을 가기 어려운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금 "예술의 정원"을 미리 읽어둔다면, 나중에 유럽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 현지의 아름다운 정원들을 충분히 음미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책을 펼쳐보았다.


 



< 책 소개 >


시대가 변하는 동안, 미술과 함께 발전해온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정원이다. 정원은 한 시대를 표현하는 예술이자 신화, 종교, 교황, 군주, 제왕들의 역사를 반영하기도 했으며, 또 어떤 시대에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나 그림 작품에 영감을 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예술의 정원]은 대중들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의미의 정원부터 당시의 생활 양식을 담은 정원, 상징적인 개념을 내포한 정원, 문학 작품과 화가의 화폭 속 정원, 종교적 장소로서의 정원 등 고대부터 19세기까지 서양 미술에 담겨 있는 다채로운 정원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 책의 목적은 회화와 예술 작품으로 표현된 정원을 주제로 그림에 담겨 있는 다층적인 해석을 끌어내는 데 있다. 그림 속에 그려진 정원은 회화의 배경으로 취급되거나, 주제를 장식하는 역할 정도로 낮춰 보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 녹색의 소우주 속에는 생명을 품고 이어져온 시대의 취향과 미학을 반영하는 상징과 의미가 숨어 있다. 본문에 수록된 300가지가 넘는 서양 미술에 담긴 정원 그림들을 통해 정원에 대한 다채로운 역사와 해석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서양미술, 예술철학에 대한 교양수업을 들었던 때가 생각난다. 당시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여러가지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유럽의 예술작품들을 살펴보면 인류가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의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다고 하신 점이었다. 정원을 다루는 책을 읽으려고 하니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과연 "예술의 정원"을 통해 그런 면을 살펴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리고 "예술의 정원"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내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었다.


비단 예술분야에 국한되서 뿐만이 아니라, 인류는 시대에 따라 자연을 대하는 모습을 달리 해왔다. 이를 더 명백히 구분하자면 동양과 서양에서 자연을 대하는 자세도 달랐음을 우리는 구분해야 한다. 동양이 훨씬 더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의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의 정원"은 서양 미술작품을 위주로 다루고 있으므로, 서양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인류는 자연을 정복하고 통제하는 삶의 방식을 취하기도 했으나 때로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삶의 양식을 선택하기도 했다. 그리고 정원 역시 이러한 변화의 모습을 따랐다.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것이 바로 바로크 시기의 정원과 풍경식 정원이다. 바로크 정원이라 하면 어떤 것인지 이미지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떠올리면 된다. 화려한 궁전에서부터 웅장하게 뻗어져가는 나무, 산책로 그리고 수변공간의 조경은 강력한 왕권과 더불어 자연에 대한 인류의 지배력을 위시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인류가 자연을 완전히 통제하고 압도한다는 개념의 정원이었다.


하지만 풍경식 정원은 다르다. 이는 18세기 영국에서 태동된 정원의 형태다. 풍경식 정원을 가장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바로 영화 <오만과 편견>을 떠올리는 것이다. 영화 <오만과 편견>을 본 사람들이라면 분명 알 것이다. 빙리나 다시의 어마어마한 재력을 나타내는 그들의 저택이 화려한 것은 명백하지만, 그들의 저택에 딸린 정원은 우리가 프랑스 베르사유 궁을 떠올릴 때 볼 법한 정원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말이다. 분명 저택에 포함된 정원이지만,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존재하던 자연 속에 어우러지도록 저택을 지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영화 <오만과 편견>이 촬영되었던 장소가 도서 "예술의 정원" 속에서도 소개되고 있다. 바로 스토어헤드 가든(Stourhead Garden)이다. 인류가 자연과의 공존을 선택한다는 게 어떤 아름다움을 주는지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정원 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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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원은 비단 인류와 자연과의 관계만을 반영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건축물 옆에 정원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만큼의 재력과 권력이 뒷받침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저자 루시아 임펠루소는 "예술의 정원"의 챕터를 구성하면서 시대순으로 먼저 나열하되, 그 과거의 시기부터 이후에 이르기까지 정원을 조경할 권력과 재력을 보유한 세력이 어떠했는지를 자연스럽게 독자가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첫 번째 챕터에서부터, 우리는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챕터의 제목은 '성과 세속의 정원'이다. 사실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때에는 성(Castle)을 말하는 것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라 성스러운(Sacred) 정원을 일컫고자 한 표현이었다.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점은 좀 아쉽지만, 첫 챕터에서 성스러운 정원과 세속적인 정원을 구분한 것에서부터, 조경 권력의 이동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쉽게 유추할 수가 있다. 바로 종교 권력에서 군주 권력으로 무게추가 이동했다는 것을 말이다.


고대 이집트, 그리스에서 시작하여 중세 시기까지 살펴보면서 저자 루시아 임펠루소는 정원이 갖는 함의를 살펴보았다. 고대 이집트의 경우 군주이자 신이었던 파라오의 무덤에 정원을 묘사한 그림들이 장식되었다. 그리스의 경우 신화와 종교적 가치가 가득한 대상으로 정원을 예술 작품 속에 담아냈다. 이슬람에서의 정원과 중세 유럽의 정원은 보다 종교적 함의가 강화된 정원이 조경되었다. 4복음서 등을 상징하는 4개의 구역으로 구획을 나누고, 이를 가로지르는 물길을 통해 생명과 구원의 상징인 구세주를 암시했다. 또한 외부의 무질서와 위험으로부터 이 완전무결한 공간을 차단하고자 정원의 변두리에 높은 벽을 세워 정원을 에덴동산과 같은 이미지로 도식화하였다.


하지만 중세가 지나고 르네상스가 도래하면서 인류는 정원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악이 도사리고 있는 외부를 차단하고 완성하는 에덴과 같은 정원의 이미지에서, 외부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삶의 총체로서 정원을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는 정원의 벽을 낮추거나 없앴고, 배치 역시 종교적 의미의 4분할을 벗어나 기하학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 또한 종교적 차원을 벗어나 고대 그리스 고전에 새로운 경의를 표하면서, 조각이나 작은 건축물, 폴리 등을 통해 정원 속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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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간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원 그리고 정원을 둘러싼 다양한 역학 관계의 변화를 살펴보다 보니, 문득 의문이 들었다. 정원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건축학이나 조경학적인 지식이 없는 나 같은 독자에게는 생소한 개념들이 많은데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을 안해주는 건가? 분명 읽다보면 똑같은 생각이 드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누군가가 생각할 것을 저자도 예측했던 게 분명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원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난 뒤, 여섯 번째 챕터에서 저자 루시아 임펠루소는 드디어 정원의 요소들을 다루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예술 작품들 속에서 드러난, 사람들이 정원을 즐기는 방식도 저자는 다음 챕터에서 소개하고 있다. 덩굴시렁을 수리하거나 화단을 정리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부터 정원에서 축제를 즐기고 연애하는 모습들 또 놀이를 즐기는 모습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정원이 비단 권력자의 위세를 떨치는 목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일상의 공간이 되었다는 것까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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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이자 도상학 전문가인 루시아 임펠루소의 설명과 이를 받아들이기 쉽도록 설명해주는 다양한 삽화들이 있어, 도서 "예술의 정원"은 유럽의 정원 변천사와 더불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신본주의와 인문주의의 역학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를 물 흐르듯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유럽 여행을 다녔을 때, 국가마다 그리고 장소마다 조금씩 정원의 느낌이 다르다고 느꼈던 것들이 시대의 차이에 따라 그랬던 것임을 분명하게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다시금 유럽을 오가는 것이 자유로워지는 시기가 온다면, 그 때는 분명 더 유럽의 정원들을 세세하게 즐겨볼 수 있을 것 같다. 공간으로서 남아있는 정원뿐만 아니라 회화 작품 속에, 문학 작품 속에 남아있는 정원들에 대해서도 보다 더 깊이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도서 "예술의 정원"은 예술과 자연을 사랑하는 모두에게 즐거운 자극이 되어줄 것이다.


 



예술의 정원

서양 미술로 읽는 정원의 역사


지은이: 루시아 임펠루소

옮긴이: 조동범


출판사: RHK

페이지: 528쪽


정가: 28,000원

ISBN: 978-89-255-7911-5(03600)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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