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은 방송을 타고 [사람]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글 입력 2022.03.0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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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되고 상영되는 모든 것들은 기록물이다.

기록물은 그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시선이 담겨있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를, 영상을 보면서 그 시대로 잠깐이나마 회귀할 수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침공이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신냉전이라고 불리는 21세기의 국가적 대립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열전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우크라이나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밝혀지자 러시아에 대한 많은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성들에게 징집령이 내려지자 그들은 나라를 지키고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자 연인과 가족에게 눈물의 포옹을 남긴 뒤 떠났다. 기약을 알 수 없는 이별이다. 어쩌면 그것이 마지막으로 서로를 바라본 기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떠날 수밖에 없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이별. 어쩐지 많은 것이 익숙하다. 냉전의 열전화, 이별. 꼭 70여 년 전의 우리나라를 보는 것과 같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극이라 할 수 있는 건 이산가족의 슬픔 아닐까.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우리나라는 6.25 전쟁을 겪으며 많은 이산가족이 생겼고, 1983년부터 KBS에서 특별생방송인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라는 프로그램을 편성하여 500일에 가깝게 이산가족을 찾으려는 노력이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이 방송은 애타는 눈빛으로 자신의 잃어버린 가족을 찾으려는 사람들, 자신과 찾고자 하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적어 붙인 대자보, 서로를 보자마자 자신의 잃어버린 가족임을 확신하고 벅차오르는 감정, 눈물을 흘리며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그리움, 슬픔, 기쁨을 나누는 이산가족의 상봉 장면 등이 담겨있다.

 

 

오빠와 여동생

 

 

 

해당 사연은 어렸을 때 헤어진 오빠와 여동생의 이야기다. 오빠는 보육원에, 여동생은 이발소에 양자로 입양된 이후로 서로를 찾지 못하고 30년을 넘도록 살아왔다. 여동생은 오빠와의 화면이 연결되자마자 "오빠다."라며 감격한다.

 

서로를 확인한 그들은 울며 서로를 부르짖고, 오빠는 "넌 김 씨가 아니라 허 씨다. 이름을 알아야지, 개도 자기 이름을 안다."라며 오열한다. 제주도에 살던 여동생은 다음 날 비행기를 타고 대전에 살던 오빠를 보러 가고, 택시가 미처 멈추기도 전에 오빠는 택시의 문을 열어젖히며 동생을 맞이한다.

 

그들은 2013년에 방영한 30주년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여전히 서로의 우애가 단단한 모습을 보인다.

 

 

형과 아우

 

 

 

아우는 영등포에서 양자로 들어갔다가 1년 만에 보육원에 가서 혼자 외롭게 살아왔다. 인천에서 장사하던 아우는 양어머니께 자신의 성이 '임'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임씨 성을 가진 친형을 찾고자 서울 방송국에 찾아왔다. 부산 방송국에서 동생의 얼굴을 마주한 형은 "맞네, 닮았네"라며 그가 자기 동생임을 확신한다.

 

서로의 기억을 맞춰가던 도중 아우는 서럽게 울음을 터뜨리며 "지금까지 나는 혼자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라며 "자신은 잘 살아가고 있었다"라고 형을 부른다. 형은 "사는 건 걱정마라" 라며 아우를 향한 깊은 사랑의 의지를 보여준다.

 

 

 

영화 '국제시장' 속 이산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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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 에서도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의 장면이 묘사된다.

 

주인공은 어렸을 때 헤어진 여동생과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에서 재회한다. 긴장된 마음으로 화면을 바라보는 주인공. 여동생은 뜻밖에도 미국 LA에 있었다. 여동생이 기억하는 것이라곤 오빠와 헤어지기 직전의 장면이었다.

 

그러나 오빠도, 그리고 집에서 해당 방송을 지켜보던 가족들도 모두 그녀가 잃어버린 가족임을 직감했다. 여동생은 가지고 있던 어릴 적 한복 저고리를 보여주면서 울먹거린다. "내가 정말 당신의 여동생이 맞나요?" 그녀는 오빠가 자기 가족인지를 묻지 않는다.

 

나의 소속을 물어보며 자신의 외로웠던 마음을 표현하며 원망과 그리움, 슬픔을 담아낸다. 오빠는 그녀를 보고 잃어버린 나의 여동생이 맞다며, 내가 너의 손을 꽉 붙잡지 않아서 헤어진 것이라며 울음을 터뜨린다.

 

*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와 '국제시장' 모두 당시의 시대 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두 영상 모두 하나의 기록물로서 당시의 시선을 보존하고 있다. 기록물은 해당 시대를 보호함과 동시에 후손들이 그 시대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세계적인 비판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우리는 우리가 겪었던 역사에 대하여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재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방영 39주년을 맞이하였고 '국제시장'이 개봉한 지 8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럼에도 이 방송들을 통해 사람들은 여전히 감동하고 감격한다. 그것은 비단 해당 영상으로부터 사람들이 느낀 정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록물이 가진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 덕분일 것이다.

 

사람 사이의 가치를 보여주고 지키고자 하는 기록물들에 대하여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선대의 기록물을 통해 현재의 우리를 발견하고, 현재의 우리를 기록물로 보존하여 후대에 지금의 가치를 전달해주어야 할 것이다.

 

 

[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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