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잠 못 이루는 어른을 위한 다정한 자장가, 미소의 음악 [음악]

글 입력 2022.02.1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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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 바이브

 

 

가수 겸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미소(Miso)는 2016년 싱글 앨범 'Take Me'로 데뷔했다. 19살 무렵 프로듀싱을 시작한 그녀는 파리에서 열린 레드불 뮤직 아카데미(RBMA, Red Bull Music Academy)에 최초의 한국인 참가자로 초청되면서 본격적으로 아티스트의 길을 걷게 되었다. 현재 얼터너티브 레이블 '유윌노우(you.will.knovv)' 소속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로 몽환적인 분위기의 얼터너티브 R&B 장르의 음악을 선보여왔다.

 

미소의 음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절제된 감수성이다. 마치 깊은 새벽의 고요함과 어둠, 그리고 차갑고도 평온한 공기의 흐름 속에 압축시켜 놓은 듯한 수많은 생각들을 잔잔하게 풀어내며, 최소한의 표현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감정에 오래도록 취하게 만든다. 이름처럼 이유 모를 불안감마저도 잠시나마 잠재울 수 있을 것만 같은 다정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음악이다. 마치 모두의 평온한 밤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굿나잇 인사 같다고 해야 할까. 참 포근하면서도 몽롱하다.

 

 


Alone


 

  

 

Cover your eyes, girl

Open your mind instead

 

- 'Alone' 중

 


만약 누군가가 미소의 곡들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Alone'이라고 답할 것이다. 'Alone'은 공허함과 외로움, 그리고 불안감에 휩싸여 보지 못했던 우리 모두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내면에 대해 이야기한다. 갈 곳도 기댈 사람도 없는 이들을 향해 함부로 위기의 성급한 극복을 논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당장의 혼란이 기나긴 방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일깨운다. 그리고선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감정 속에서도 변하지 않을 것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며 그것을 지켜낼 용기를 건넨다.

 

 

[꾸미기][크기변환]화면 캡처 2022-02-18 125431.jpg

사진='Alone' M/V 캡처

 

 

뮤직비디오 속 미소는 홀로 누군가에게 쫓기듯 숲속을 달리다가 미지의 공간 속으로 추락하고 만다. 이후 다시금 내면의 평화를 되찾은 듯한 미소의 모습과 함께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뒤바뀌고, 이내 "당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가사가 흘러나온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는 상상 이상으로 우리 스스로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무감각해져 가고 있다. 삶이라는 것의 유한함을 인지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죽음을 맞이해버린 존재가 된 것처럼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는 곧 지나온 과거에 대한 후회와 다가올 미래에 대한 공포, 그리고 영원하지 않을 현재에 대한 집착의 근원이 되어 우리의 삶을 불안의 연속에 놓이게 만든다.

 

미소는 'Alone'을 통해 내면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한 자신만의 진리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그려낸다. 그러한 의미에서 어쩌면 혼자가 되었을 때 찾아오는 적막은 단순한 방황이 아니라 끝없는 질주 속에서 흐트러진 호흡을 되찾기 위한 시간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비록 때아닌 겨울잠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스스로를 가장 아름답게 피워낼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리는 과정이라면 그 또한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한 과정이 될 것이다.

 

 

 

Evermore


 

 

 

I thought that if time went by

That things would be alright, alright 

But instead, I fell back down 

Into emptiness, into the dark 


Was it my ego

Was it because I'm lost 

Was it the people 

Did I trust them too much

 

- 'Evermore' 중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라는 말이 있다. 즉, 시간이 약이라는 것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는 미화가 아니라 망각에 가까울 것이다. 결국 나쁜 기억을 상기시킬 만한 감정이 지속된다면 흘러가는 시간 속 기다림도 부질없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Evermore' 또한 오랜 기다림 후에도 여전히 제자리에 머무는 상황에 대한 회의와 자책의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것에서 멈추지 않고 과거에 대한 망각이 아닌 미래를 향한 기대를 통해 다시 한번 생존을 다짐한다. 결국 우리의 곁에 영원토록 존재하는 것은 지금 당장의 불행이 아니라 언제든지 베풀며 나눌 수 있는 사랑이기에, 타인이나 스스로를 향한 원망과 질책은 결과적으로 그 어떤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

 

 

 

Slow Running


 

 

 

Take things slow, it takes more to grow

And to be real, that's rare these days

Could I be trusted

Could I be something

Could I just get to know know know

 

- 'Slow Running' 중

 

 

'Slow Running'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곡이다. 전반적으로 공감 가는 가사가 많았던 곡인데, 그중에서도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진심이란 요즘에 찾기 힘든 것"이라는 가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살면서 진심이란 것 때문에 골치 아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삶을 살다 보니 나의 진심이 무엇인지 알아채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없는 열정을 찾느라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한편으론 요즘 취업 준비로 인해 수많은 '자소설'을 쓰고 있다는 친구가 떠오른다. 닥치는 대로 해치우며 열심히 살아왔지만 너무 성급했던 탓인지 자기도 자기를 잘 모르겠단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해야 할 것들에만 목을 매다 보니 자신을 알아갈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친구는 종종 자신의 삶을 마리오네트에 비유하며 쓴웃음을 짓곤 했다.

 

최근 휴식을 갖는 것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다름 아닌 남들에게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미소는 'Slow Running'을 통해 이처럼 자신만의 페이스를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한발 물러서라는 메세지를 전한다. 불안감으로부터 비롯된 스스로를 향한 불신을 버리는 순간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아는 존재는 자기 자신뿐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

 

잠 못 이루는 밤이 찾아올 때면 종종 미소의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한다. 그녀의 음악을 통해 무심코 지나쳤던 하루의 순간들을 되돌아보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새로운 아침을 맞이할 용기를 충전하며 기분 좋은 잠에 빠진다. 글의 제목에서 표현했듯이, 미소의 음악은 들으면 들을수록 불안하고 슬픈 어른들을 위한 자장가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러했듯 더 많은 사람들이 미소의 음악과 함께 편안한 밤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이만 글을 줄인다.

 

 

 

정예은.jpg

 

 

[정예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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