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시 돌아오지 않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공연]

글 입력 2022.02.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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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작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빌리 엘리어트, 영화로도 굉장히 유명한 이 작품의 뮤지컬 캐치프레이즈는 바로 "이 시대 최고의 뮤지컬"이다.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보면 정말 "이 시대 최고의 뮤지컬"이라고 말을 한다. 무엇이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우선 짧게 시놉시스를 보고 이야기해보자. (제작사 신시 컴퍼니 홈페이지 발췌)

 

1984년, 영국 북부의 작은 탄광촌은 파업에 돌입한 광부들과 정부 사이의 대립이 한창이다. (중략) 춤에 대해 천부적인 빌리의 재능을 발견한 발레 선생 미세스 윌킨슨은 남자아이가 발레를 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하는 빌리 아버지 몰래 빌리에게 개인 레슨을 해주고, 곧 최고의 발레 학교인 런던의 로열 발레 스쿨의 입학시험을 목표로 빌리와 연습에 매진한다. 하지만 이런 행복도 잠시, 격렬한 파업의 심각한 상황 속에서 발레 스쿨 입학시험 날을 맞이한 빌리는 아버지와 형의 엄청난 반대에 맞부딪혀 시험장으로 갈 수 없게 되는데...

 

 

 

연출과 상징성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작은 남자아이(스몰보이 역)가 객석에서 무대 위로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객석을 돌아다니던 어린 관객이 올라가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뮤지컬에 등장하기엔 어린 나이이다. 실제로 극 중 스몰보이가 하는 대사는 거의 없다. 스몰보이는 그냥 더럼 마을에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아이 - 한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 를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존재이기도 하다.

 

인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넘버를 통해서도 상징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Solidarity’에서는 광부와 정부의 대립이 나타나는 밖과 발레 걸즈와 빌리가 춤을 추는 안이 공간적으로 대비된다. 넘버가 진행되면 발레 걸즈가 대립 되는 무리 사이로 지나가면서 무대에 있는 모두가 “모두 다 같이, 모두 다 같이, 모두 다 같이 영원히.”라는 가사를 부르며 다 같이 춤을 추게 된다. 실제로 발레 스쿨 안에는 광부 그리고 광부와 대립하는 무리의 자식들이 모두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아이들이 춤을 출 때만큼은 대립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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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Angry Dance’에서는 계속해서 공격적인 대립이 일어나고 그 대립 사이에서 빌리가 돌아다니며 울분을 폭발적으로 드러낸다. 파업이 최고조에 달함과 동시에 시험을 볼 수 없게 된 빌리의 분노가 교차하여 나타나기 때문이다. ‘Solidarity’의 가사 “모두 다 같이 영원히”가 배경 음으로 깔리며 “모두 다 같이”가 될 수 없는 이 상황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시대를 아우르는 이야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광부(노동자)와 광부와 대립하는 무리가 나온다.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노동은 필수적이다. 작품의 배경은 1980년대이지만 약 40년이 지난 지금도 노동자가 존중받지 못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Solidarity'에는 "자랑스런 노동자, 모두 다 같이 영원히."라는 가사도 나온다. 이 부분을 반복해서 부를 때 광부와 광부의 반대 무리는 서로 다른 모자를 계속해서 바꿔 쓴다. 연출 의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주관적인 감상으로는 광부든 광부가 아니든 노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같은 노동자이고 모두 존중받아야 함을 표현한다고 느꼈다. '노동 존중사회'라는 개념이 언급되고 있는 만큼, 노동을 존중하자는 메세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유효할 것이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크리스마스에 빌리의 아빠는 빌리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미세스 윌킨슨을 찾아가 부탁을 한다. 마을 사람들은 함께 돈을 모으고 소식을 듣고 온 파업 반대 세력의 도움까지 받아 빌리를 오디션에 보내게 된다. 이 부분에서 나오는 넘버가 바로 'He Could Be A Star'이다. 제대로 된 발레 교육을 받지도 못한 아이를 "저 밖에선 빛날지도 모르잖아"라는 이유로 모든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은다. 처음에 말한 스몰보이의 역할과 이 장면을 모두 보면 현대 사회에서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빌리 엘리어트 그리고 한 사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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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넘버인 ‘Electricity’는 “춤을 출 때 어떤 기분이 들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공연을 놓치지 않고 쭉 감상한 사람이라면 나를 잃어버리는 동시에 완전해지고 자유를 얻는다는 대답과 함께 여러 장르의 춤을 추는 이 장면에서 벅참을 느끼지 않기는 힘들 것이다. 그만큼 빌리가 춤을 사랑하고 춤에서 떨어질 수 없는 존재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오디션까지 왔는지 보았기 때문이다. 그 후 합격 통지서를 받은 빌리는 친구 마이클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객석을 향해 달려가는 것으로 끝이 난다.


아무도 빌리 엘리어트의 끝은 알 수가 없다. 세계에서 알아주는 발레리노가 되어 다시는 더럼 마을에 오지 않았을 수도, 어쩌면 무대에 한 번 못 서 보고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춤을 출 때 반짝반짝 빛이 나고 행복해 보였기 때문에 빌리의 삶은 너무 아름답고 찬란해 보인다. 세월이 흐르더라도 즐거움만을 바라보고 도전했던 이 빛나는 시기의 기억은 존재 자체로 아름답고 소중하고 값진 추억이 될 것이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도 비슷하다. 공연 특성상 제한된 나이의 배우들만이 할 수 있다. 계속해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관객들은 빌리의 삶뿐만 아니라 이 배우들의 절대 돌아오지 않을 찬란한 시기 또한 함께 보는 것이다.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경험을 돈으로 구매 가능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정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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