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새벽 감성이 짙게 배인 음악들 - 문콘이 EP.8 [문화 전반]

Photograph, Malibu Nights, 2 Soon
글 입력 2022.02.0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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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삶이 녹아들다


 

이번 문콘이 ep.8은 음악 특집이다. 문콘이 시리즈에는 음악의 비중이 굉장히 높은데, 그 이유는 그만큼 다루고 싶은 음악 콘텐츠가 무수하기 때문이다. 나는 삶에 음악이 아닌 음악에 삶이 녹아들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음악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내가 애정하고 사랑하는 모든 것이 음악과 연관되어 있고, 그렇기에 평생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리란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런 내가 음악을 듣는 패턴은 다음과 같다. 당장 해야 할 일과 어울리는 음악을 찾아서 듣는 편으로, 보통 특정 아티스트의 앨범이나 원하는 분위기의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한다. 이를 장르로 구분하자면 공부할 때는 클래식이나 재즈를, 과제할 때는 인디를, 게임할 때는 힙합을, 샤워할 때는 K-Pop을 듣는다.

 

때때로 공연을 보기 전과 후에는 출연하는 아티스트가 부른 노래나 극의 넘버를 몰아서 듣는다. 전자는 함께 따라부르기 위해, 후자는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요즘은 떼창이 불가하기에 조용히 속으로 외치고 있지만 말이다.

 

이처럼 음악과 함께하는 삶은, 단조로운 일상에 감성 한 숟가락을 더해준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 다른 세상으로 떨어진 듯한 특별한 기분이 든다. 이를 통해 부족한 감정을 끌어올리거나 극대화할 수 있다. 음악을 듣는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건 아니지만, 그 대신 집중력이 높아지는 느낌이다. 실제로 집중이 잘 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기에 느낌이라고 했지만, 적어도 내겐 그러하다. 나처럼 가만히 앉아서 집중하는 걸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는 집중도를 높이는 신비한 묘약과도 같다.

 

오늘은 그런 효험을 지닌 음악들 몇 가지를 공유해보려고 한다. 온종일 음악을 듣는 사람으로서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새벽 감성이 짙은 곡들로 가져왔다. 새벽이 아니라면 노을 지는 저녁에 들어도 좋을 만한 곡들이니 괜찮다면 그 시간대에 맞춰 들어보길 추천한다.

 

 

 

Music #찰칵

: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찍는, offonoff – Photograph


 

 

 

'Photograph'는 한창 오프온오프에 꽂혔을 때 가장 좋아했던 곡이자 지금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찍는 순간의 로맨틱한 감정이 담긴 시적인 가사, 힙하고 트렌디한 멜로디, 낮게 읊조리는 듯한 중저음의 달콤한 목소리가 어우러진 감성적인 노래다.

 

오프온오프는 힙합 R&B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꽤 유명한 그룹이다. 리스너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춤', 'Gold', 'Moon, 12:04am'와 같은 곡 중 딘이 피처링한 'Gold'는 한국힙합어워즈 2018에서 올해의 알앤비 트랙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들은 회사가 해체된 후로는 음반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는 보컬인 콜드 혼자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Photograph'의 감상 포인트 중 하나는 실제로 사진을 찍듯이 중간에 삽입된 "찰칵" 소리다. 귓가에 셔터음 소리가 들리는 순간, 내가 화자가 되어 사랑하는 이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듯 연인과 함께 있는 순간이 행복하다 못해 시간이 멈춘 것 같다는 낭만적인 가사에 취하고 만다.

    

 

잠이 든 도시와

빛나는 네 눈동자

쏟아질 것 같아

한참을 바라본 다음

모두 담아두고파서

 

이렇게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불러줘

함께 이 순간을 나눌때면

세상이 멈춘듯한 걸

 

 

무엇보다 오프온오프는 그들만의 색깔이 짙은 그룹이기에 한 노래가 마음에 든다면 다른 노래 역시 마음에 들 확률이 높다. 그들의 진한 무드가 배인 음악에 관심이 생겼다면, 앞에서 언급한 곡들 외에도 'Cigarette', 'Bath', ‘Boy' 역시 명곡이므로 한 번 들어보길 추천한다.

 

 

 

Music #드라이브

: 깜깜한 밤 거리를 달리며, LANY - Malibu Nights


 

 

 

너무나도 아끼는 곡이라서 소개하기 망설였던, LANY의 'Malibu Nights'. 이는 한 유튜버의 노래 가사 해석 영상을 통해 접하게 되었다. 이미 'ILYSB'(Stripped)로 화제를 모았던 그들이기에 아티스트 소개만 듣고도 꼭 한번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곡이었다. 처음 낮게 깔리는 전주를 듣자마자 탄성이 나왔고, 2분 17초쯤 감정을 토해내는 하이라이트 구간에서 완전히 매료되었던 것 같다.

    

 

I drive circles under street lights

Nothing seems to clear my mind

I can't forget, get this out my head so

 

 

'Malibu Nights'는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서정적인 멜로디가 심장을 내려앉게 하는 곡이다. 이별 후 아픔을 감당해야 하는 한 사람의 감정을 가사지에 수놓음으로써 안타까운 분위기를 더한다. 노래 자체가 깜깜한 어둠과 닮아있어선지 밤에 드라이브할 때 듣기 좋은 곡으로도 꼽힌다. 만약 차에 탄 채 이 노래를 틀고 밤거리를 달린다면 앞서 언급한 "I drive circles under street lights"라는 가사와 자신이 동기화된 기분을 느끼며 감성에 젖어들 것이다.

 

이처럼 좋은 곡을 선물해준 LANY는 미국의 인디 팝 밴드로,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감각적인 멜로디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누군가 내게 "어떤 팝송을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면 "LANY, LAUV, Troye Sivan의 노래요"라고 설명할 정도로 내 취향인 아티스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와 취향이 맞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셋의 노래가 마음에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LANY와 LAUV가 콜라보한 'Mean It'이나 LAUV와 Troye Sivan이 콜라보한 'I'm so tired'는 음색 끝판왕들의 조합으로 더욱 환상적인 음악을 선사한다. 따라서 관심 있다면 시간 날 때 들어보길.

 

 

 

Music #안부

: 잘 지내? 나는 여전히 술에 취해있어, Keshi - 2 Soon


 

 

 

'2 Soon'은 유튜브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접하게 된 음악으로, 음악 추천 유튜버들의 플레이리스트를 돌려 듣다가 발견하게 되었다. 제목이 숫자와 영어의 조합이라 의문을 가지다가 곧이어 그것이 'too soon'(너무 일찍 이별했어)이라는 뜻이란 걸 알아챘던 기억이 있다.

    

도입부는 밝고 희망찬 멜로디의 기타 선율로 시작하는 것과 다르게 자신의 처지를 절망하며 후회하는 가사가 등장한다.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와는 달리 전 연인을 잊지 못해 술에 절어 사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중간에 "How you been? How you doing?", "You been good? I been drinkin'"과 같은 안부 인사를 집어넣었기에 노래 전반에 걸쳐 절절한 고백을 내뱉는 느낌도 들었다.

    

 

Drank too much, got the sickness

Pray to God and his son for forgiveness

Same crew but another mistress

Every day, every night getting wasted

 

But I miss you, what did I do?

Fuck it up, laugh it off and I lost you

If I pull through, is it too soon?

Turn it up, close my eyes and I'm with you

 

 

위 'Malibu Nights'와 같이 감당할 수 없는 아픔에 힘들어하는 화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단지 '2 Soon'에서는 결별 후 훨씬 비참하고 피폐한 시간을 보냈을 뿐이다. 둘 다 헤어짐의 아픔을 각자만의 방식으로 다르게 표현해서 인상적이었다.

 

Keshi는 싱어송라이터로서 모든 곡을 작사/작곡하며 솔직하고 현실감 넘치는 가사를 써내린다. 팝 R&B 장르를 선보이는 그는 'Summer', 'Right Here', 'Skeletons'와 같은 곡에서도 그 역량을 발휘했다. 이 역시 '2 Soon'과 비슷한 감성이지만 조금씩 다른 이야기와 구성으로 고막을 사로잡았다.

 

*

 

내가 사랑하는 음악으로 가득 채운 문콘이를 작업할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다. 'Photograph', 'Malibu Nights', '2 Soon'처럼 오랫동안 품어왔던 좋은 곡들을 다른 이들에게도 소개할 수 있음에 기쁘다. 내 취향이 100% 반영된 아티스트와 곡인 만큼 나와 같은 음악 취향을 가진 사람에게 닿는다면 그것만큼 보람찬 일도 없을 것이다. 오늘 밤에는 내가 추천한 음악들을 다시 들으며 감성에 잠길 계획이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감성 가득한 밤을 보내길 바라며 마친다.

 

 

 

컬쳐리스트.jpg

 

   

[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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