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느질로 연장되는 인연: 다닝(Darning) [사람]

바느질 기법인 다닝(Darning)에 대해 알아보자
글 입력 2022.02.0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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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사물에 쉽게 마음을 주고, 일일이 의미 부여를 하는 성격이기에 너무 헤지거나 낡아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더라도 계속 소장하는 편이다.

 

가령 구멍 난 양말이나 뾰족한 곳에 찍혀 올이 나간 스웨터와 같은 것들. 내 미련 때문에 애써 붙들린 채 방 한구석을 차지해버린 이제는 무용한 것들을 바라볼 때면 자주 마음이 아려 온다. 기왕이면 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들에게 다시 숨결을 불어넣는 좋은 방법이 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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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rofessor Pincushion 유튜브

 

 

내가 찾은 답은 ‘다닝(Darning)’이다. 다닝은 구멍 난 곳을 꿰매거나 짜깁는다는 뜻을 지니며, 유럽의 전통적인 의류 수선 기법에 해당한다. 오늘은 재봉틀이 사용되는 다닝은 제외하고, 손으로 하는 다닝 위주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핸드 다닝(Hand Darning)의 준비물로는 구멍 난 패브릭, 실과 바늘 그리고 다닝 머시룸(Darning Mushroom)이 있다. 둥근 갓 구분을 구멍 하단에 댄 후 손잡이를 잡고 세로 실과 가로 실을 조심스럽게 교차시키면 된다. 만약 집에 다닝 머시룸이 없다면 목각 인형, 마트료시카, 돌, 스푼 등으로도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

 

다닝은 쓰이는 스티치 기법의 종류에 따라 패턴 다닝(Pattern Darning), 네트 다닝(Net Darning), 니들 위빙(Needle Weaving) 총 세 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패턴 다닝은 일반적으로 반복적인 직선 바느질을 통해 다양한 기하학적 문양들을 형성한다.

 

또한 필레 레이스(filet làce)로도 불리는 네트 다닝은 레이스의 특성을 모방하기 위해 그물 소재의 천에서 바느질이 이루어진다. 마지막으로 니들 위빙은 실이 뒤틀리도록 손으로 직접 꼬거나 베틀에서 꿰매 무늬로 활용하는 자수 기법이다.

 

다닝은 역사적으로 유럽 외의 여러 국가에서도 활발하게 쓰였다. 그 예로 로포가리(Rofogari)는 이란에서 직물을 수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손바느질 기법을 일컫는다. 로푸(rofoo) 문화로도 불리는 이 기술은 바슬레-파인(vasleh-Pineh) 문화를 기반으로 하며, 초기에는 공동체 내의 빈부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의도로 시작되었다. 가정 내 여성들은 패치로 손상된 부분을 덮고 꿰매는 형태로 옷의 수명을 늘려 나갔다.

 

라푸가리(Rafoogari)는 인도와 그 이웃 국가에서 망가진 옷감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일종의 치유예술을 말한다. 다닝을 단지 수선 기법의 하나로만 등한시한 것이 아니라 예술의 영역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바느질에 결부된 치유적 효과가 이전부터 수용되었음이 암시된다.

 

이 예술은 고도로 숙련된 숄, 비단, 모직 옷, 심지어 고운 목화 등의 값비싼 옷들을 복원하는 라푸가(rafoogar)의 손을 통해 피어났는데, 그들의 기술력 때문에 그 나라의 사람들은 정교하게 수선된 옷을 착용할 때마다 자부심을 느꼈다고 한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사물과 관계 맺는다. 우리는 감성적인 동물이기에 사물을 사용하는 동안 필연적으로 어떤 감정을 느끼기 마련이고, 그것들이 다채롭게 모여 결국 추억이 된다.

 

어쩌면 내가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까닭은 이처럼 소중한 기억과의 끈을 억지로 잘라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 중에 나와 비슷한 마음인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은 다닝을 통해 사물에 대한 인연을 이어나가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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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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