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다.리' 열 번째 이야기 : ‘친환경’을 넘어 ‘찐환경’이 필요할 때 [문화 전반]

글 입력 2022.02.0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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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친환경’이라는 말만큼 자주, 또 많이 쓰인 말이 있었을까. 기후 위기를 비롯해 전 지구적 차원의 환경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소비자들의 환경 감수성이 높아진 요즘이다. 특히, 새로운 소비문화 주체로 떠오른 2030 MZ 세대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소비행위를 통해 자신만의 취향이나 신념, 가치관을 드러내려는 이른바 ‘미닝아웃’(meaning-out)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기업들도 하나둘 친환경 행보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초 출시와 함께 많은 관심을 받았던 ‘무(無)라벨’ 생수병이 그 대표적인 사례. 생산 과정에서부터 비닐 라벨을 제거한 덕분에 별도의 수고로움 없이 분리배출이 가능하고 또 기존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예상외의 ‘대성공’에 일반 식음료와 주류, 우유 업계에서도 잇따라 ‘무(無)라벨’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을 정도. 그럴듯한 홍보 문구 몇 줄이 아니라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자는 작은 메시지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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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좌측부터 비즈한국, 글로벌이코노믹)

 

 

얼마 전에는 약 3개월 전에 진행되었던 대한제분(곰표)의 플로깅(Plogging, 걷거나 가벼운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환경운동) 캠페인이 뒤늦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리 산 입구에서 나눠준 포대를 들고 정상까지 쓰레기를 수거해가면 자체 한정판 굿즈를 담아주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캠페인은 MZ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또 다른 트렌드(등산 문화, 굿즈 문화)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는 평가와 함께 성공적인 친환경 마케팅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친환경 마케팅 전략이 성과를 거둘수록 이를 악용해 ‘옳은 척’, ‘착한 척’을 하려는 경우들도 늘어나고 있었으니, 바로 ‘그린 워싱’(Green Washing, 위장 환경주의)에 대한 이야기이다. 녹색의 ‘Green’과 이미지 세탁이라는 ‘White Washing’이 합쳐진 그린 워싱은 실제로는 친환경과 거리가 멀거나 심지어는, 환경에 더 많은 부담을 안겨주는 제품을 생산하면서 일부 과정만을 부각하는 홍보 방식을 의미한다. 때로는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때로는 비용 절감을 위해 친환경주의를 표방하고 교묘하게 소비자들을 속이는 것이다.

 

 

(출처 : SBS 뉴스)

 

 

일례로, 지난해 4월에는 아모레퍼시픽(이니스프리)이, 9월에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스타벅스)가 각각 그린 워싱 논란에 휩싸였었다.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어김없이’ 플라스틱 재질의 제품을 제작하고 그것도 모자라,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급기야는 불매 움직임까지 나타날 정도로 강력한 거부 반응을 보인 이들도 있었다. 그 밖에도,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리필 스테이션 역시 전용 플라스틱 용기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단체와 누리꾼들의 지탄을 피하지 못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친환경에 대한 관심과 의식이 높아지면서 그린 워싱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고쳐 나가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주장이다. 환경부 주관 아래 이뤄지고 있는 현행 그린워싱 규제의 경우 제품의 ‘환경성’과 관련된 표시·광고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타 국가 사례에 비해 규제 강도가 미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 그렇다고 정부가 모든 사안에 일일이 개입하기에는 그린 워싱의 범위와 그 영향력이 매우 방대한 까닭에 효율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다.

 

무엇보다, 친환경 제품이 실제로 환경친화적 성격을 띠는지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구체적 기준이 아직까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 소비자와 투자자는 물론, 심지어는 기업조차도 그린 워싱에 대한 검증을 진행하는 데 있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일부 악성 사례들에 의해 친환경 소비를 향한 노력들이 폄훼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움을 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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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BaFin)

 

 

결국,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친환경 마케팅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의심하기보다는 그린워싱에 대응할 수 있게끔, 올바른 녹색소비를 이어갈 수 있게끔 소비자 주권을 길러야 할 것이며 공급자인 기업은 책임감 있는 자세로 진정으로 산업의 발전과 환경의 보전이 함께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가 공유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더욱 꼼꼼한 모니터링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친환경’을 넘어 ‘찐환경’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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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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