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팬데믹 라이브 D+619, 신기록 갱신 중인 EDM 듀오 - Sofi Tukker [음악]

인스타만 켜면 끝, 집에서 즐기는 EDM 파티
글 입력 2022.01.2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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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코로나가 혼란하던 재작년 봄, 예술가들은 암흑기에 처하고 생존과 창작을 도모한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E-Concert, 요즘의 ‘온라인 콘서트(이하 온콘)’ 되시겠다. 현장에 가지 않고 어떻게 분위기를 즐기냐- 라는 불신도 잠시, 온콘은 거리의 제약을 깨부셔 역설적으로 ‘전 세계’ 뮤지션들을 ‘전 세계’ 리스너들에게 연결해주었다.


지금에야 온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그에 익숙해진 가수와 팬들이 많지만 초창기엔 그렇지 않았다. ‘현장감을 포기한 라이브’가 어떤 매력을 가질 수 있을지 대부분 반신반의했다.

 

모두가 우왕좌왕할 시점, 그 시국을 백분 활용한 똑똑이들이 있다. 바로 미국의 EDM 혼성그룹 ‘소피 터커 Sofi Tukker.’ 그들은 소셜미디어에서 ‘매일’ 디제잉 파티를 벌였다. 중요한 건 매일이다. 매일! 지독히도 성실하고 발랄한 이 듀오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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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터커 인스타그램에 남아있는 라이브 방송들)

 

 

때는 바야흐로 2020년 3월,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이 봉쇄됐고 사람들은 집에만 처박혀 있느라 지겨워 죽을 지경이다. 나른하고 무료한 1시의 대낮, 이 젊은 듀오는 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치, 아무튼 각종 SNS를 켜고 본인들을 소개한다.


 

안녕, 난 터커고요. (Hey, I’m Tucker.)

난 소피에요. (And I’m Sophie.)

우린 ‘소피 터커’라고 해요! (And we’re ‘Sofi Tukker’!)

 


어디 외출할 곳도 없건만 화려하게 치장한 그들은 야자수 나무가 가득한 스튜디오(집안 한켠 어딘가)로 팬들을 초대한 뒤, 곧 세상에서 가장 건전하면서도 감각적인 디제잉 파티를 벌인다. 소피 터커의 색깔이 잔뜩 담긴 전자음악들이 공간을 채우고, 그들은 이렇게 매일을 공연했다.

 

2020년 3월 11일부터 시작된 소피 터커의 라이브는 멈추지 않았다. 100일, 200일, 300일을 지나 1년을 가뿐히 넘겼다. 미국 공연 전문 매거진 폴스타(Pollstar)가 선정한 ‘2020년 세계에서 가장 조회수가 높은 라이브 스트리머’ 부문 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0년 한 해 기준으로만 197번의 쇼, 무려 516만 번의 조회수였다.

 

(2021년 4월 19일, D+400 까지 쇼는 계속 되었다. 이후엔 점차 오프라인 공연이 가능해지며 다시 실물 무대로 나갔지만 여전히 간헐적으로 라이브를 하고 있다. 가장 최근 라이브는 2021년 11월 22일, D+619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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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The Freak Fam'과 만난 모습. 출처: 소피 터커 인스타그램)

 

 

재밌는 점은 그들의 라이브가 두 가지 문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음악을 즐기는데 시차는 필요치 않다. 소피 터커의 고정 라이브 시간은 동부 표준시(EST)로 오후 1시다. 한국은 무려 새벽 3시인 시간. 아마 다른 국가에 사는 누군가에겐 막 눈을 뜬 아침, 지루한 오후, 잠들기 직전의 저녁일 수도 있다.

 

그러니 ‘EDM 듣기 적당한 시간대’ 같은 건 없다. 그저 본인의 시간에 맞춰 충실히 즐기면 되는 것이다. 한국에 있는 나는 새벽마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열심히 어깨를 들썩 거렸다. 새벽 EDM 파티는 한동안 내 삶을 즐겁게 해주었다.


두 번째, 이 전 세계 리스너들이 모여 소피 터커 라이브의 팬덤 ‘The Freak Fam’이 창설됐다. SNS를 기반으로 한 이 팬 커뮤니티는 심지어 자기들끼리 모여 줌 파티(Zoom Party)를 열기도 했다. 시차가 다른 세계 각지의 팬들이 소피 터커를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로 대동단결 하여 화상채팅으로 EDM 파티를 하고 있다니.

 

음악이 만들어낸 대통합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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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와 터커는 브라운 대학교 재학 중 학교 미술관에서 처음 만난 사이다. 소피 할리-웰드는 독일에서 태어나 캐나다, 이탈리아를 옮겨 다니며 자랐고 브라질 음악과 기타를 공부했다. 터커 할펀은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브라운 대학의 농구 선수였으며 주장을 맡을 정도로 실력 있었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그만 두었다.

 

2014년, 두 사람은 졸업과 동시에 뉴욕으로 이동해 음악을 시작한다.

 

 

 

 

2016년, 첫 싱글 ‘Drinkee’가 애플 시계 광고 음악에 사용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소피의 읊조리듯 중얼거리는 보컬, 단조롭지만 리드미컬한 비트의 지속성이 곡의 매력이다. 어렸을 때부터 드럼을 좋아했다던 터커의 트랙 패드 연주와 소피의 기타 연주가 호흡을 맞춘다.

 

 


 

 

이후 애플의 도움을 더 받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2017년 ‘Best Friend’가 무려 아이폰X 광고 음악이 된 것. 역시 소피의 몽환적인 보컬과 터커의 드럼 비트, 경쾌한 트럼펫 소리가 도입부를 자극한다.

 



 

 

혼성 그룹임에도 섹슈얼한 텐션은커녕 사이좋은 괴짜남매의 이미지가 더 강한 두 사람(터커가 소피보다 두 살 많다). 히피스럽다가도 건실한 체육인 같으면서 악기를 들기만 하면 별안간 진지해지는, 이 청년들만의 대체 불가한 매력이 있기에 이토록 많은 러브콜을 받았던 것일 테다. 첫 정규앨범의 ‘Batshit’ 또한 아이폰8 레드의 선택을 받았다.


굵직하고 낮은 터커의 목소리는 아이폰 레드의 관능을 살리는데 십분 일조하며, 대자연을 배경으로 한 소피의 위풍당당한 일렉기타 연주(영상 0:30)가 일품이다.


이렇게 음악적 인정과 유명세를 동시에 확보하기 시작한 혼성 듀오가 코로나라는 장애물을 만났다는 게 지금까지의 타임라인이다. 하지만 이들은 좌절하지 않고 특유의 성실함을 이용해 월드 와이드한 라이브 스트리머로 거듭났다.

 

 

(라이브 과정을 기록한 뮤직비디오)

 

 

마지막으로 이 전지구적 재난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소화한 노래를 소개한다.


팬데믹 라이브 65일 째에 발매된 ‘House Arrest’. 잉글랜드의 DJ듀오 고르곤 시티(Gorgon City)와 공동작업 했다. 우리 지금 완전 가택 구금 아냐? 그래도 밖에 나가진 말고 이 순간을 즐겨보자고! 라는 긍정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한동안 이 곡은 소피 터커 라이브의 엔딩송이었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의 소피 터커 버전이라 볼 수 있겠다.

 

 

This is house arrest

이건 가택 구금이야

Come, but wear your Sunday best

밖에 나가진 말고, 대신 일요일처럼 멋지게 차려입어

This is house arrest

가택 구금이긴 하지만,

La-da-di-da-di-da-dum

(다 함께 콧노래로) 라다디다디다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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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행처럼 퍼졌던 팔꿈치 박수는 이제 점점 사라지고 있다. 타인, 비말, 접촉에 대한 공포와 경계심이 거의 허물어졌다. 소피 터커는 벌써부터 여러 페스티벌을 누비며 팬들과 뜨거운 열기를 주고받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것이 호전된 상황임에도 그들은 여전히 틈날 때마다 라이브 스트리밍을 한다. 처음 라이브를 시작할 때 했던 말처럼,


We’re not going to stop until everyone can go out safety.

우린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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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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