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든 일엔 둘이 필요하다 [게임]

It Takes Two 플레이기(Feat. 쏭)
글 입력 2022.01.1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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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그렇다. 세상에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없다. 현실에 치여 하루를 일해 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곁에 있는 동반자의 얼굴을 바라본 적 있었을까.

 

그래서 <잇 테익스 투>는 이렇게 말한다. 결혼 생활은 부부가 함께하는 거라고. 서로의 열정을 알아주며, 그것을 저버리지 않게 묵묵히 응원하는 일이 곧 삶의 동반자가 해야 할 의무라고 말이다. 오늘은 GOTY(Game Of The Year)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게임, <잇 테익스 투>가 들려주는 삶의 교훈에 귀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
내용 중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게임의 주인공은 남편이자 주부인 ‘메이’와 아내이자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코디’다.

 

오랫동안 갈등을 겪던 둘은 이혼을 결정하지만, 딸인 로즈가 하킴 박사의 책 ‘Book of Love’에 빈 소원으로 인해 인형으로 변하며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을 함께 한다. 메이와 코디는 오두막, 나무, 로즈의 방, 뻐꾸기시계, 스노 글로브, 정원, 다락방까지 총 7개의 챕터로 구성된 난관을 헤쳐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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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난관을 헤쳐가는 중에서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게임의 초반, 둘은 인형으로 바뀐 이 상황에 혼란을 느끼며 서로의 탓을 하기 바쁘다. 로즈의 눈물이 자신들을 인형으로 바꿨다는 의심만으로 딸이 가장 좋아하는 인형 큐티를 잔인하리만큼 무참히 찢어 놓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하나씩 단계를 밟아 나가며 둘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놓쳐왔던 상대방의 얼굴 그리고 딸 로즈의 심정을 알아가게 된다.


성격 차이로 인한 오해와 각자 꿈꿔 왔던 열정을 무시했던 지난날을 떠나보내며, 그 빈자리엔 끈끈한 연대감과 서로를 향한 애정이 자리 잡는다. 이렇게 하킴 박사의 부부 클리닉을 성공적으로 수료한 둘은, 부모의 이혼을 자책해 가출한 딸에게 사과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게임은 이들이 사이좋은 가정을 이루리라는 암시를 드러내며 행복한 결말에 이르렀음을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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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위기에 봉착한 부부라는 설정답게 <잇 테익스 투>는 반드시 2인이 플레이해야 하는 게임이다. 메이와 코디 중 한 명을 택해야 하는데, 스테이지마다 서로의 특성이 달라 역할을 바꿔 2회차를 즐기는 것도 좋은 게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오두막 스테이지의 플레이에선 메이가 망치의 역할을 하고 코디는 송곳을 던지는 식이다.


한 명이 주된 액션을 하고 다른 한 명이 이를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다 보면 대화는 자연스레 필수가 된다. 특히 온라인으로 친구와 만나 게임을 하다 보면 보이스톡을 킬 수밖에 없다. 대화로 게임의 퍼즐을 함께 고민하고, 기민하게 움직임을 가져가라고 요청하다 보면 다른 플레이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실제로 필자와 같이 플레이하던 친구 쏭(가명)은 답이 없는 필자의 플레이에 게임 초반, 많이 답답해했다(이 글을 빌려서라도 그의 인내심에 경의를 표한다). 함께 플레이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쏭은 필자 플레이의 문제점을 자세히 진단해주며, 게임 진행을 순조롭게 이끌었다. 협동이 강제되는 게임이 아니었다면,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고 말았을 테지만, 이 게임은 미우나 고우나 함께 갈 수밖에 없다.


개발자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는지, 보스전과 같은 스테이지에선 한 명이 죽어도 계속 게임이 진행될 수 있게끔 설계했다. 이렇듯 어떤 이에겐 단점이라 여겨질 수도 있는 2인 플레이가, 빛을 찬란히 발하는 순간은 상대적으로 게임 조작 능력이 떨어지는 플레이어가 어엿하게 다른 이를 서포트해줄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성장했을 때다.

 

한숨 나오는 플레이를 반복하던 필자가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쏭은 자기가 괜히 울컥하고 뿌듯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잇 테익스 투>가 게임에 관심 없는 가족, 연인과도 함께 즐기기 좋은 이유도 바로 이 점 때문이겠다. 게임의 주제가 플레이 자체로 이어진다는 특징 덕분에 이 게임은 새로운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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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 테익스 투>의 장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잇 테익스 투>는 현존하는 다양한 게임 장르를 게임 안에 성공적으로 착종하는데 성공했다. 어드벤처와 퍼즐을 기본으로 대전 액션, 비행, RPG, 슈팅, 레이싱, 인형 뽑기와 체스까지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스토리 흐름 속에서 그리고 미니 게임 형식으로 훌륭하게 커스터마이징됐다.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즐기다가 갑자기 장르가 전환되는 순간에 배가 되는 몰입감을 느끼며, 게임 속으로 완벽하게 빠져드는 그 반짝이는 찰나를 몇 번이나 경험하게 된다.


영화감독 출신인 요제프 파레스(<잇 테익스 투>의 제작사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의 설립자)답게 게임의 시각적인 부분 또한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 전원주택과 정원 그리고 일상의 소품들을 창의적인 방식으로 게임 세계 안에 구현했다. 구체적으로, 나무 챕터에서 물고기에 올라타 보이는 물속 풍경, 스노 글로브 챕터에서 펼쳐진 새하얀 설원의 모습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이외에도 픽사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귀여운 캐릭터들이 게임 배경과 잘 어울려 더욱 흥미롭게 플레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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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잇 테익스 투>는 어느 새부터 멋지지 않았던 게임 산업계에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한 획기적 작품이었다. 함께 했단 이유로 행복했었던, 우리들의 소중한 기억들로 남아준 <잇 테익스 투>와 친구 ‘쏭’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기며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그렇다. 모든 일엔 둘이 필요하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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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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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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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이 플레이해서 재밌었어요!! 뜻 깊은 경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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