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살바도르 달리, 그는 죽지 않았다

온전히 살바도르 달리의 예술세계에 젖어들다
글 입력 2022.01.0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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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혹은 괴짜.

초현실주의의 대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인정한 완벽히 광적인 스페인 사람.

“나는 미치지 않았다. 다만 정상이 아닐 뿐.”

 

그의 이름은, 살바도르 달리.

 

 

[포스터] 살바도르 달리전 ver.2.jpg

 

 

11월 27일부터 2022년 3월 20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디자인 전시관에서 ‘살바도르 달리’ 국내 최대 규모 회고전이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무려 달리 작품을 소장한 세계 3개 미술관들의 작품들을 모아 그의 전 생애(1910년대 초부터 1980년대까지)를 걸친 원화 작품들을 선보인다고 하니, 이 소식만으로도 얼마나 방대하고 다양한 작품을 다루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총 10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의 유년 시절부터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시기별로 작품의 특성을 조명하고 예술적 영감과 영향을 주고받았던 피카소와 갈라는 물론 개인적인 순간들을 함께 소개한다. 필자의 경험상 족히 2시간은 넉넉히 잡고 봐야 할 정도로 전시의 구성이 알차고 풍부하다.


특히, 유화 및 삽화, 대형 설치작품은 물론, 살아있는 달리의 목소리와 모습이 생생히 담겨있는 인터뷰 영상 자료와 그의 예술세계가 그대로 담긴 영화와 애니메이션, 사진 등의 걸작 140여 점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야말로 살바도르 달리의 예술 여정을 마음껏 탐험해 볼 수 있는 기회이다.


필자는 이번 전시를 꼭 봐야 할 이유를 몇 가지 관전 포인트와 함께 짚어보고자 한다.

 

 

 

관전 포인트 1: 세심한 전시 구성



전시의 연출에서 세심한 구성이 돋보이는 곳들이 있다.


첫 번째는, 달리의 다양한 그림과 오브제에 자주 등장하는 심볼에 담긴 의미를 소개해 주는 부분이다. 그의 회화에는 개미, 목발, 녹아내리는 시계, 줄넘기를 하는 여자, 신발, 사이프러스 나무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달리의 작품 특성상 다양한 상징이 한 그림에 담기는 만큼 그것들의 의미를 미리 이해할 수 있는 해당 구간은 이어지는 작품 감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캔버스에 갇히지 않고 조금씩 공간 연출에 변화를 주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처음에는 이미지, 텍스트, 작품, 인터뷰 영상이 주를 이루었지만 다음 섹션으로 넘어갈수록, 정확히는 달리의 작품 세계가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진화되고 발전될수록 마치 공간적인 연출도 전시의 분위기의 맥락을 함께 하는 느낌이었다. 특히, 그의 삽화 작품들을 모아둔 공간에는 곡선 형태의 전시대가 놓여있었는데, 시선을 위아래로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구간이라 기억에 남는다.

 

 

섹션 04_그래픽 아티스트_전시전경, 2021 (1).jpg


 

세 번째는, 섹션으로 넘어가는 구간마다 달리의 이미지가 연출되는 부분이다. 특별한 이미지는 아니다. 요컨대, ‘비둘기장 앞에서 뛰고 있는 살바도르 달리의 모습’처럼 달리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평범한 모습이 담겨있다. 이러한 이미지 연출은 다음 섹션으로 넘어왔다는 느낌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를 넘어서 인간 달리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일반적인 미술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남겨둔 흰색도 아니고, 가벽의 느낌을 지우기 위해 어떤 단색을 칠한 것도 아닌, 오직 달리의 이미지로 가득했다. 이러한 세심한 장면 연출 덕분에 온전히 예술가 달리의 모습과 그의 세계에 집중할 수 있었다.

 


  

관전 포인트 2: 달리, 삽화도 그렸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섹션은 ‘그래픽 아티스트, 이상한 나라에서 온 돈키호테처럼’이라는 제목의 공간이었다. 달리는 점점 활동 영역을 넓혀 고전문학에도 다양한 삽화 작품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돈키호테 데 라만차’가 있다. 달리는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석판화, 즉 석회암에 그림 작업을 하였는데, 우연적 요소가 예상하지 못한 작업물로 이어지는 결과를 보여준다. 맨 처음 그림을 봤을 때는 추상화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작품에 사용된 ‘우연적인 요소’들을 알고 나면 느낌이 확 달라진다.


물감 넣은 공기총, 물감 묻힌 달팽이, 코뿔소의 뿔에 빵을 꽂아 스펀지처럼 사용하는 등 절대 평범하지 않은 방법들로 그림을 완성시켰다. 물감은 묻혔지만 공기총이 어디로 날아가 어떤 모양을 그려낼지, 물감 묻힌 달팽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코뿔소의 뿔은 이리저리 날뛰지는 않았을지, 어쩌면 이 그림이 어떻게 완성될지 달리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다. 애초에 ‘우연성’을 가장하여 표현하려 한 것 자체가 계획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별난 재료들로 어떻게 그림을 그리고자 했을지 상상해 보니 잇달아 이어지는 우스운 풍경에 괜히 재미있어진다. 다시 바라보니, 우연적인 만남으로 완성된 이 작품이 더욱 특별해 보인다.


이렇듯 달리는 그만의 시선으로 동화를 재해석하여 삽화를 그렸는데, 그중에서도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삽화는 인상적이었다. 달리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그의 회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줄넘기하는 소녀'가 앨리스로 묘사되어 등장한다. 한 장면씩 넘겨 보니 왠지 모르게 ‘이건 달리의 그림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 정도로 그의 작품에는 도전 정신과 자유로움은 물론, ‘역시나, 달리’하며 그의 이름을 내뱉을 정도로 강한 개성과 특색이 드러난다. 기괴하고 강렬하다.

 

 

 

관전 포인트 3: 초현실적인 경험을 하다



달리의 초현실적인 세계에 초대받아 천천히 빠져들었고, 그만의 강렬하고 압도적인 개성 때문인지 그냥 허투루 넘기는 작품 하나 없이 무언가 강렬한 감정을 끌어내었다. 계속해서 들여다보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실제로 전시 관람객들은 그림을 그냥 보는 것이 아닌 마치 수수께끼를 풀어보듯 하나하나 뜯어보고 있었다. 그림 속 숨겨진 ‘상징’을 알아내기 위해, 그림 속 또 다른 그림을 발견하기 위해, 그가 말하는 ‘초현실적인 경험’을 해보기 위해.


전시에서는 달리의 ‘초현실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들이 있다. 그의 예술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물론, 전시의 말미에서는 <밀레의 만종에 대한 고고학적 회상>이라는 작품을 기반으로 구현된 <달리의 꿈> 영상을 통해 마치 달리의 꿈속을 산책하는 듯한 초현실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섹션 05_포트이가트_전시전경 (2).jpg

 

 

개인적으로는 애니메이션 <데스티노>가 인상적이었다. 어떤 형상이 다른 형상으로 이어진다. 완전히 다른 세계의 차원의 공간으로 넘나들며 빠르게 쪼개지고 녹아들어 다시 반복된다. 신기했던 부분은, 해당 영상을 보면서 ‘실제로 달리가 작품을 그릴 때 이런 사고의 흐름으로 그렸을까?’하며 그의 상상력의 연결고리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보는 사람의 무의식에 따라 하나의 이미지도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도록 하는, 달리의 가장 대표적인 기법인 ‘편집광적 사고’와 ‘이중 형상’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달리의 회화가 살아 숨 쉰다면 이런 느낌일까.

 

++

 

달리는 죽지 않았다.


살아있다는 말보다 ‘죽지 않았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사람, 살바도르 달리. 달리는 모순적이고 역설적인 사람이었다. 이는 그가 한 인터뷰에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알 수 있다.


 

“죽음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은 믿지만 달리의 죽음만큼은 난 절대 믿지 않는다. 나의 죽음은 아주,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살바도르 달리전의 숨겨진 부제는 ‘Imagination & Reality (상상력과 현실)’이다. 마치 꿈과 현실이 오가는 듯한 초현실주의 화풍을 가장 잘 드러내는 두 단어이다. 애초에 경계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상상력이 현실로 이어지고 현실에서는 다시 상상력을 꿈꾸고 이어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전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술이 인생을 지배해야 한다’는 달리의 신념을 한결같이 보여준다. 전시를 다 보고 나서도 그의 말이 내면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달리의 작품 세계를 천천히 훑어보며 한순간에 빠져든 순간, 그는 여전히 숨 쉬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의 자유로움과 강렬한 일렁임은 여전히 그를 살아있게 만든다. 어쩐지 그가 자신의 죽음을 부정했던 이유가 납득이 되는 순간이었다.

 



아트인사이트 신송희 컬쳐리스트.jpg

 

 

[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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