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정체성의 10할은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

류이치 사카모토 라이브 앨범 [Playing the Piano 12122020]
글 입력 2022.01.0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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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류이치 사카모토.jpg

 

 

2018년, 마스터 클래스에 참석하여 사카모토 류이치를 먼발치에서나마 볼 기회가 있었다. 결국은 한 가지 얘기였다. 그가 음악으로 받아들이는 대상의 범위만큼 그의 음악도 공명한다는 것.

 

이번 라이브 앨범에서 그는 수많은 공명 중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은 곡을 선보였다. 2020년 12월 12일에 진행한 라이브는 꼭 일 년째 되는 2021년 12월 12일에 발매됐다. 따로 아카이빙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 라이브는 영상물로써 그 흔적은 남지 않았지만 이렇듯 가장 중요한 청음의 산물로 남겨졌다.

 

영화 [마지막 황제]의 OST인 ‘The Last Emperor’는 솔로 피아노를 통해 보다 섬세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로 치환된다. 시대의 서사를 대변하는 곡이 다른 렌즈를 착용하고 또 다른 심상으로 전달될 수 있는 건 거장들이 으레 시도하는 연륜의 방식처럼 느껴진다.

 

손대기조차 버거운 스케일의 곡을 자유롭게 분해하는 그의 모습에는 망설임이 없다.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의 OST이자 사카모토의 대표곡 ‘Merry Christmas Mr. Lawrence’는 수없이 많이 청중들을 만났음에도 여전히 그 아우라를 잃지 않은 채 울림을 준다.

 

무인양품의 광고음악 ‘Muji2020’역시 라이브로 연주했는데, 올해 초에 발매한 해당 곡은 정갈하게 쓸고 닦으며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마음과 생활을 챙기는 단정한 태도에 대해 차분한 멜로디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린다. ‘Aubade 2020’역시 티비 광고를 위해 제작된 음악이다.

 

광고음악이라는 점이 왠지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이 점을 생각해 보고 가자. 빌 에반스는 다른 연주자들은 관심조차 가지지 않은 대중 곡들을 서슴없이 자신의 레퍼토리에 넣어 연주했다. 그 결과로 우리는 어떤 유산을 누리고 있는가? 당시 세간의 의아함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보이지도 않고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찾는 음악으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첫 곡 ‘Andata’는 그의 2017년 앨범 [Async] 첫 곡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어로 ‘출발’이라는 의미인 이 곡은 그가 솔로 앨범을 위해 밑그림 그리던 곡을 암 진단과 함께 폐기할 때 버리지 않은 유일한 곡이었다. 그 쇄신의 결과물인 앨범 [Async]에서 살아남은 이 곡은 그가 겪은 지난한 시간 이전의 ‘처음이자 출발’로 자리하고 있다.

  

1999년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기조로 발매한 앨범 [BTTB(Back To The Basics)]에 수록됐던 곡은 ‘Aqua’와 ‘Energy Flow’ 두 곡을 연주했다. YMO, 영화음악, 앰비언트 등 그의 활동을 갈무리할 만한 단어를 여럿 찾아야 할 만큼 넓은 폭의 음악을 선보이는 사카모토는 원점에 위치한다. 그리고 그 음악들을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한다.

 

이번 앨범은 여전히 시작이나 출발, 기본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그 기본에서 여전히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결국 아무도 가지 않은 자리로 가 있곤 한다. 이제 그는 어디에 가도 자신의 이름으로 호명되는 음악을 하니 사카모토 스스로는 곧 자기 음악이 가진 정체성의 10 할이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일기와도 같다. 일기는 자기가 아니면 쓰지 못하는 것이기에. 그는 이번 일기에서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잘 지내고 계신지요?’ 그리고 유효한 위로를 건넨다. ‘언제나 음악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조원용 컬처리스트.jpg

 

 

[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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