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마 – 도착지를 찾아서

글 입력 2022.01.0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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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도착지는 어디일까.


끝없이 흐르기만 해 보이는 인생에도 끝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목적지는 어디일까. 고민했다. 죽음이라는 추상적이고 막막해 보이는 장소 또는 시간이 아닌, 삶의 끝에는 어떤 깨달음이 있는 것일까. 한 풀의 숨이 남아있을 때, 그 숨을 뱉기 전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책 <소마>의 저자 채사장은 주인공 소마의 탄생과 죽음이라는 기나긴 열차에 독자를 태운다. 멈출 것 같지 않은 열차에 올라탄 독자들은 주인공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고 삶의 ‘무엇’을 찾아나가는 소마의 여정을 함께한다. 결국 주인공 소마의 깨달음과 함께 열차는 종착지에 다다른다.

 

 

 

내면의 빛



 

잘 다듬어진 화살은 궤적 위에서 방향을 틀지 않는다. 올곧은 여행자는 자신의 여정 중에 길을 바꾸지 않는다. 소마는 잘 다듬어진 화살이고 올곧은 여행자다. 언젠가 삶의 여정 어딘가에서 길을 잃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본래 자신의 길을 찾게 될 거다. 걱정의 시간도 후회의 시간도 너무 길어질 필요는 없다.


- 도서 <소마> 중

 


소마는 올곧은 여행자다. 목표하는 바가 분명했고 나아가고자 하는 길을 자신의 신념을 내세워 꿋꿋이 나아갔다. 결국엔 그는 부와 명예를 가졌고 무조건적인 신뢰를 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 성공한 삶이었다.


하지만 소마의 삶은 자의보다 타의로 만들어졌다. 버려짐부터 시작해 엘가나의 손에 거둬져 한나에게 맡겨지고, 헤렌이라는 형제를 받아들이기까지. 소마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과 사람들의 욕망 그리고 권력의 인과관계가 그의 인생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슬픔이라는 교집합으로 묶인 한나를 위한 선택은 소마의 의지였다. 하지만 결국엔 그와 한나를 둘러싼 이해관계에서 어긋나지 않기 위한, 타의에 의한 자의였다. 소마의 눈은 언제나 밖으로, 외부로 향해 있었다. 따라서 외부의 상황이 흔들리면 소마 또한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소마는 맹인 이오페와의 시간이 풍요롭다 느꼈다. 그는 외부 상황과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하고 흘러왔기에, 오로지 자신의 내면의 욕구를 따르는 이오페에게 큰 감명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내면을 따르는 방법을 알기도 전, 이오페는 소마의 곁을 떠났다. 결국 소마는 다섯 개의 감각을 잃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그러나 소마는 가진 것을 모두 잃었을 때, 진정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그의 말처럼 ‘내면의 주인, 내면 안에 앉은 자, 내면 그 자체와 대면’하게 되었다.


 

그것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었다.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소멸하는 것도 아니었다. 영원한 것도 아니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가는 것도 아니고 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세상의 구심점이고 세상을 일으킬 준비가 되어 있는 그 상태 자체였다. 그거 존재하지 않는 얇은 경계로 구획되어 있는 무엇. 그것이 자기의 의식이고 그것이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 도서 <소마> 중

 


삶의 끝에서 소마는 내면의 빛을 보았다. 그 빛 가운데에 온전한 자기 자신이 있었다.

 

 

 

다음은?


 

 

Q : 5부는 모든 것에 성공한 소마다 다 이룬 후의 허무함, 허탈함, 헛헛함이 어떤 것인지 느끼는 부분들이 나온다. 이때 소마는 왜 한 번 더 권력을 그것도 이전과는 사뭇 다른 나쁜 권력을 휘두르는 것일까? 삶의 생기를 잃고 병들어가는 소마의 마지막 발악인가?

 

A : 현실적 성공을 위해 매진할 때는 이 성취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처럼 보인다. 나의 모든 열망이 실현되고 자신을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모든 이가 결승선에서의 순위 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결승선 이후를 고민하는 이는 없다. (중략) 소마가 삶에서 이루고자 한 것은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많은 사람의 욕망이 얽히며 만들어낸 우연적인 욕망이었다. 그것을 추구할 때는 몰입할 수 있으나, 그것이 성취된 이후에는 소마는 허망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에게 남은 잉여의 시간들을 덤덤하게 그려내고 싶었다.


- 도서 <소마> 코멘터리 중

 


소마는 전장에서의 목표를 이뤘다. 삶의 목표였다. 스무 해 이상이 걸린 긴 싸움이었지만 그는 종전에도 쉬지 않았다.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보다 전우의, 시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밤낮을 일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는 권력의 달콤함을 맛보고 헤어나지 못한다. 목표달성, 그 이후의 삶을 그는 술과 여자로 채운다.


소마의 이야기는 필자의 최근 상황과 닿아 있었다. 어느 날 필자는 물질적인 성공을 이뤘을 때를 상상했다. 큰 부를 얻었다는 기쁨에 가득 차 있는 필자. 하지만 그 이후엔 무엇이 있는가. 많은 재산이 주는 일시적인 쾌감이 필자를 한바탕 뒤집어 놓으면? 그 이후엔? 그 빈 공간을 또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소마처럼 사람과 술, 쾌락과 자극?


그 빈 공간을 결국엔 ‘나 자신’으로 채워야 할거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소마 또한 죽음과 싸움, 회생을 반복해서 경험한다. 그 또한 내면의 빛을 똑바로 응시하지 못한 건 맞다. 하지만 그는 계속된 내적 투쟁을 통해 번번한 좌절 속에서도 일어선다.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자신을 찾는다. 그리고 내면의 빛을 찾기 위한 노력은 이오페를 만나며 실현 가능한 일이 되었다.


결국 현실에서 일어나는 성공 즉, ‘외부의 성공’ 이전에 자기 자신을 알고 내면의 빛을 찾는 ‘내면의 성공’을 이뤄야 삶은 무너지지 않는다. 지속된다.

 

 

 

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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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마와 노년의 소마를 관망하는 긴 열차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외부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것은 눈 앞의 마시멜로우를 참는 것만큼 어렵다. 누군가는 필자를 열린 귀라고 칭찬하지만, 필자는 주변 환경에 휩쓸리는 경향이 짙다. 타인의 의견은 때론 삶의 지침서가, 때론 독이 된다. 그런 필자에게 소마의 삶은 말한다. 결국 삶의 끝에는 자기 자신이 남아있다고. 삶의 도착지는 본인이라고 말이다.


소마의 꿈틀대는 삶에서 배우는 인생.


도서 <소마>다.

 

 

[신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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