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샤갈의 영감의 원천, Bible - 샤갈 특별전

인류에 대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 마르크 샤갈
글 입력 2021.12.2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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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걀은 피카소, 마티스와 함께 20세기 가장 위대한 화가로 꼽힌다. 다채로운 색감과 신비롭고 동화 같은 순수한 화풍의 샤갈. 그런 샤갈에게 영감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예술세계를 이끌고 정신적인 지지가 되었던 것은 바로 bible, 성서였다.

 

샤갈은 초현실주의의 거장이라고 불리지만,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샤갈은 자신의 그림이 비현실적인 상상이 아니라 자신의 추억과 꿈을 담은 것이라고 말한다. 샤갈의 작품을 관람할 땐, 샤갈이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 어떤 추억을 담아내려 하였는지 고민한다면 그의 작품에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에서는 성서라는 이야기 덕분에, 작품 속 샤갈의 생각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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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샤갈


 


"만약 내가 유대인이 아니었다면, 예술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 마르크 샤갈 

 

 

샤갈은 1887년 러시아 비테스크의 독실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파리에서 유학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샤갈은 뮤즈였던 벨라와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이후 파리에 정착한 샤갈은 성서 작업을 의뢰받아 예루살렘에 방문한다. 그곳에서 깊은 감명을 받고 성서에 대한 작업을 이어 나간다.

 

그러나 나치당이 정권을 잡은 후 러시아계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샤갈은 퇴폐 예술가로 낙인찍히게 된다. 미국으로 망명을 간 샤갈은 예수 그리스도를 모티프로 유대인의 수난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그림을 남긴다.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처럼, 나는 이젤에 못 박혔다." 샤갈은 유대인이라고 핍박받는 자신을 예수에게 이입했다. 그가 그린 예수와 순교자에게선 유대인이 학살과 전쟁에서 겪은 고통스러운 절망을 이겨낼 것이라는 믿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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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은 모세를 많이 그렸는데, 그중 구약성서에 나온 모세의 탈출기를 소개하겠다. 모세는 이집트의 노예로 일하던 이스라엘 민족의 해방을 요구했으나 파라오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신은 이집트에 10개의 재앙을 내렸다. 파라오는 장자를 다 잃는 재앙을 받고 나서야 이스라엘 민족을 놓아준다. 이를 '탈출기'라고 부른다.

 

샤갈은 모세의 탈출기 일화를 나치에게 핍박받는 유대인에게 대입했다. <탈출기 혹은 탈출기의 배>에서는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은 이스라엘 민족을 표현했는데, 나치와 전쟁으로부터 해방되는 유대민족을 은유했다. 샤갈은 십자가형을 받는 예수, 순수함을 상징하는 성모자 등을 반복해서 등장시킴으로 민족의 고난과 희생을 다양하게 표현했다.

 

 

  

성서의 백다섯 가지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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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와 대홍수, 100세에 아들을 얻은 아브라함, 레베카와 결혼한 이삭, 야곱의 이상한 꿈 등 성서에 등장하는 주요한 인물과 이야기들을 삽화로 만날 수 있는 자리이다. 샤갈이 예루살렘을 방문하고 나서 25년에 걸쳐 성서 삽화 에칭 105점을 완성한다. 2섹션에서 샤걀의 간결한 그림을 통해 성서 속 이야기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또한 2섹션에서는 천의 목소리 내레이터 '쓰복만'이 들려주는 무료 음성 가이드도 제공된다. 샤갈이 그렸던 성경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니 작품과 함께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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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섹션에서는 성서에 나오는 주요 인물과 이야기를 모티프로 샤갈만의 해석을 한 작품들이 등장한다. 유화, 석판화, 과슈화, 대형 태피스트리까지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작품 앞에 준비돼있는 의자에 앉아 샤갈의 대형 태피스트리를 보고 있다 보니, 풍부한 색감과 몽환적인 분위기로 어느새 기분이 편안해지고 웅장함의 깊이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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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이 재해석한 작품들 중 가장 유명한 <푸른 다윗 왕>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져 한참을 보고 있었다. 샤갈 특유의 생생한 색감과 동화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다윗 왕은 샤갈이 모세와 함께 주요 작품마다 등장시킬 정도로 애정을 담은 인물이다. 이 작품 속 다윗 왕은 왕관을 쓰고 하프를 켜고 있다. 아들의 반역으로 상심에 빠진 다윗 왕이 고통과 슬픔을 잊기 위해 음악을 연주하며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이다.

 

상심을 치유하는 다윗 왕의 모습을 통해 전쟁으로 고통받는 인류의 마음을 치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샤갈은 성서를 그리며 인류에 대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또 다른 빛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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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빛을 향해>라는 그림은 샤갈이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이다.

 

끝까지 예술혼을 불태웠던 샤갈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빛을 위하여'라는 시에서는 비슷한 제목을 붙임으로써 노년의 작품 활동을 신에게 헌사했다.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자신의 영혼을 예술에 기꺼이 바치겠다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샤갈 작품의 아름다운 색감과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에 잔뜩 매료된 시간이었다. 그의 작품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인류에 대한 사랑의 메시지를 느끼고 싶다면, 성서를 사랑한 샤갈을 만나고 싶다면 마이아트뮤지엄의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을 방문하길 추천한다.

 

 

 

[아트인사이트] 이소희 컬쳐리스트.jpg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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