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날것들의 아름다움 - 초현실주의 거장들

글 입력 2021.12.1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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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들 모두에게는 본능이 있다. 그것이 공격적인 것이든 성적인 것이든, 혹은 그 외에 어떤 특정한 것이든 말이다. 그러나 그것들의 대부분은 흔히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 형태를 띠고 있다. 정신분석학의 대가 프로이트가 말하는 의식 세계 속에서 금지된 모든 본능적 충동들은 예술 사조 중 특히 초현실주의 속에서 날것의 형태로 무참히 뿜어져 나왔다.

 

 


우리가 바로 초현실주의다


 

초현실주의 포스터_1108.jpg

 

 

르네 마그리트, 살바도르 달리, 마르셸 뒤샹을 포함한 초현실주의 거장들의 원화를 직접 볼 수 있는 전시 <초현실주의 거장들 :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걸작 展(A Surreal Shock : Masterpieces from Museum Boijmans Van Beuningen’)>이 오는 11월 27일부터 내년 3월 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된다.


본 전시에서 선보이는 모든 작품은 유럽 전역에서 가장 큰 초현실주의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독보적인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의 소장품으로 전시는 총 6개의 섹션 (1섹션: 초현실주의 혁명, 2섹션: 다다와 초현실주의, 3섹션: 꿈꾸는 사유, 4섹션: 우연과 비합리성, 5섹션: 욕망, 6섹션: 기묘한 낯익음)으로 구성된다.

 

초현실주의의 시초가 된 다다이즘 운동부터 초현실주의 이후 싹튼 추상파 운동까지 아우르며 정신적이고 몽환적인 초현실주의 운동의 특징과 맥락을 세부적으로 담아낸 밀도 높은 전시이다.


‘초현실주의 거장들: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걸작전 에서는 초현실주의의 창시자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란 무엇인가? Qu'est-ce que le suréalisme?, 1934], 살바도르 달리의 [서랍이 있는 밀로의 비너스, Vénus de Milo aux tiroirs, 1936],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 La reporduction interdite, 1937] 등 회화, 판화, 조각, 책 등 총 180여 점의 다양한 초현실주의 작품을 소개한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기 : 초현실주의 혁명(Surrealist Revolution)



초현실주의는 1924년 프랑스 작가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문(Manifeste Du Surrealism)'으로 시작하였다. 초현실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1924년부터 제2차 세계 대전 발발 직후까지 약 20년 동안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예술 운동이다.

 

이성의 지배를 거부하고 비합리적인 것, 의식 아래의 세계를 표현하는 예술 혁신 운동이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전쟁의 원인이 이성에 의한 합리주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무의식의 세계 내지는 꿈의 세계를 표현하면서 등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작품을 통해 의식과 무의식을 혼합한 초현실을 창조한다는 것은 초현실주의의 큰 특징이다. ‘현실을 초월한 미술’이라는 뜻으로 상상화처럼 현실에 존재하지 않거나 있을 법하지 않은 일 등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주로 무의식의 세계, 꿈과 같은 세계를 표현하고자 했다.

 

특히 초현실주의에 심취해있던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의 “선택할 수 있다면 하루에 2시간만 활동하고 나머지 22시간은 꿈속에서 보내겠다.”라는 말은 이러한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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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

머리에 구름이 가득한 커플(Couple aux têtes pleines de nuages), 1936 판넬에 유채, 98.5x77x4.5cm(L), 87.5x72.4x4.5cm(R)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Collection of Museum Bojmans van Beuningen

 

 

 

길들여지지 않은 날것의 아름다움



특히 이 전시는 다양한 기법들로 제작된 초현실주의 작품들을 보여주는데, 그중 하나는 의식의 흐름대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이들은 술을 마시거나 약물 남용을 통해 완성시키기도 했다.


인간의 의식 세계 속에서 억압된 날것들은 어떤 형태였을까? 초현실주의자들은 그것은 무의식 속에 있으며 가공되지 않았기에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예술가들은 이러한 재료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수많은 기법을 실험하며 무의식으로 가는 길을 열고자 했다. 그래서 그림의 내용뿐만 아니라 표현 방법 또한 이전과 다르게 해야만 했다.

 

이는 한편으로 시대의 불안에 직면한 당시 예술가들의 심리적 대처 모습이기도 했다. 표현 방식으로 심리적 무의식의 이미지를 기록하는 자동 기술법(오토마티즘:automatism), 우연적인 효과를 가져다주는 콜라주, 앗상블라주, 프로타주, 데칼코마니 등 새로운 기법들을 탄생시켰다.

 

그들은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으며, 서로의 꿈을 기록하고 환각을 추구했지만 어떤 방법도 극단적이지 않았다. '자동 기술법(Automatisme)'은 이성, 도덕성, 미학으로부터 자유로운 무의식적 사고의 표현을 의미한다. 앙드레 브르통은 초현실주의를 '순수한 상태에서의 심리적 자동화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1920년대에 초현실주의자들은 많은 자동화 기법을 개발했으며 본 전시에서 기법이 적용된 많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기묘한 낯익음이 만드는 새로움



"재봉틀과 해부용 탁자 위의 우산이 우연히 마주치는 것처럼 아름다워…" - 말도로르의 노래 중 일부


초현실주의자들은 우연한 만남에서 가능성의 세계를 보았다. 그리고 기묘하리만큼 연관성이 적은 임의의 물체가 만나 새로운 종류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1937년 어느 초현실주의 화가는 들판 위에 전혀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자, 당구대, 트럼펫, 자전거 등을 줄 지어 그렸다. 그로부터 약 90여 년이 지난 오늘, 나는 그 거장의 젊음 앞에 우연히 서게 되었다. 그리고 한참을 바라보다 뒤돌아서서는 내 자신에게 읊조렸다.


“슬퍼하지 말라. 너의 젊음은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니다. 이것은 황무지를 거침없이 헤쳐 나가며 하나씩 꺼내 보였던 너의 수많은 순수함이었다. 이제 그것들은 하나의 길이 되어 너의 발자국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죽었으나 아직 죽지 않았다. 결국 영원히 간직될 너의 모습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젊음은 사라져 이제 비록 그림으로만 남아 있다. 그러나 지금 그 길을 가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용기와 희망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앞으로도 스스로 생각하는 삶의 모습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비합리적인 것들이라고 가볍게 치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당신만이 걸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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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르네 마그리트(Réne Magritte, 1898–1967), 삽화가 된 젊음(La jeunesse illustrée),  1937, 캔버스에 유채, 184x136 cm © René Magritte /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Collection of Museum Bojmans van Beuningen

 

 

 

당신의 가장 아름다운 날것은 무엇인가요


 

“기이한 것은 언제나 아름답다. 기이한 것은 무엇이든 아름답다. 사실 오직 기이한 것만이 아름답다.” - 앙드레 브르통, 1924


초현실주의에서 흔히 말하는 기이한 것들은 과연 어떤 것일까. 그것은 바로 당신의 마음 깊은 곳에 이미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당신이 꺼내 보일 차례이다. 당신이 지금 마주한 현실을 초월하여 새로운 혁명을 시작해보시라. 물론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 당신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흐름에 집중하고 주의를 기울여 보면 된다.

 

나머지는 역시나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시라. 그러면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당신만이 시작할 수 있는 ‘초월주의 혁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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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 1896-1966) 초현실주의 혁명(La Révolution surréaliste) 간행물, 1924, 28.6x20.2x0.3 cm (© André Breton /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Collection of Museum Bojmans van Beunin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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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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