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다.리' 일곱 번째 이야기 : 왜 삶은 괴롭고, 죽음은 외로워야 하나요?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12.1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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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아가면서 반드시 맞닥뜨려야 하는 죽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을 생각하며 우리는 때로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에 떨기도 하고 때로는 주어진 삶의 소중한 가치를 느끼고자 최선을 다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이라는 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완성될 수 있는, 완전하게 평등해질 수 있는 삶의 마지막 단계라고도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 순간에서조차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존재하지 말아야 했던 것처럼 여겨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름에서부터 쓸쓸함과 외로움이 느껴지는 ‘고독사’는 말 그대로 혼자 지내던 이들이 혼자 죽음을 맞고 일정 기간(통상 3일)이 흐른 뒤 뒤늦게 발견되는 죽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고독사의 문제는 그간 저소득층이나 노령층과 같이 경제적 취약계층의 일로만 여겨져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청장년층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인 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청년층의 경우 고독사의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중장년층에 비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을 정도로 극단적인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끝이 보이지 않는 취업난과 불안정한 생활에서 오는 무력감과 실망감에 자기 자신을 의도적으로 가족과 사회로부터 떨어뜨려 놓는 일명 ‘고립생(生)’을 선택하는 청년들 역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어쩌면 수면 위로 드러난 것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은 청년들이 고독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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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나눔과나눔)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고독사 관련 공식 통계가 갖춰지지 않아 무연고 사망 통계를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마저도, 업무 주체와 판단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은 까닭에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에는 공식 통계의 1차 자료가 되는 지자체별 통계가 각기 다른 무연고 판정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1인 가구 고독사 그중에서도 40대 이하 청년층에 대한 통계를 집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통계청이 사망신고서를 비롯한 행정 처리의 어려움은 물론, 통계 작성 역시 어렵다는 답을 내놓으며 다시 한번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편, 고독사와 ‘닮은 듯 다른’ 무연고 사망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개념은 얼핏 보기에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 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사뭇 다른 결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고독사가 생전 고인의 사회적 격리(단절)의 원인과 죽음에 이르러 발견되는 과정을 ‘포착’하는 데 있다면 무연고 사망의 경우에는 연고자의 유무에 따른 시신 인계 및 장사 절차에 대한 책임의 ‘분담’과 관련이 있기 때문. 물론, 고독사 사례 대부분이 무연고 사망으로 분류되고 있는 까닭에 종종 혼용되기도 하지만 문제 해결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두 개념의 명확한 구분과 각각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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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BS 뉴스)

 

 

그중에서도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법적 정의를 비롯해 무연고 시신 처리 절차 전반을 다루고 있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약칭 ‘장사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무연고 시신을 인도받을 수 있는 ‘연고자’의 권리가 배우자, 자녀, 부모, 자녀 외의 직계비속 등과 같이 법이 인정한 가족 구성원들에 우선적으로 부여될 수 있게끔 명시되어 있는 까닭에 전적으로 선순위 연고자의 의사에 따라 무연고 판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차순위 연고자로의 권리 이양조차 담당 공무원의 재량에 달려있다. 이는 곧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하더라도 혈연과 혼인이 중심이 되는 전통적 의미의 가족관계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면 사망자에 대한 애도를 표하는 일도, 장례를 치러주는 일도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의미한다. 실로 터무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법이 정한’ 연고자들을 찾게 된 무연고 사망자들은 온전히 생을 마무리하게 되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았다. 조사 결과 그간 무연고 사망으로 판정된 사례 대부분이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경우가 아닌 막대한 장례 비용과 절차의 복잡성 등으로 인한 여러 부담을 견디지 못한 연고자들이 인수를 거부, 포기하는 경우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올해 들어 그 수는 더욱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고자의 손을 떠나 지자체로 인계된 무연고 사망자의 경우에는 일괄적인 행정절차에 따라 ‘수습’되거나 ‘처리’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한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져야 할 존엄성조차 보호받지 못한 채 무연고 사망자들은 그렇게 가족과 사회의 관심 밖에서 철저하게 외면받은 채 사라져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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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나눔과나눔)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4월부터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약칭 ‘고독사예방법’)이 시행됨에 따라 5년 주기의 고독사 실태조사 실시를 비롯해 각 지자체별 자체적인 고독사 예방 시행 계획안 수립 및 운영 그리고 전폭적인 국가 지원이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무연고 사망과 관련해서는 지난 2008년 전남 신안군을 필두로 전국적으로 확대된 ‘공영장례’ 조례 제정 및 사업 운영에 주목할 만하다. 최근 들어서는 비영리단체 ‘나눔과나눔’을 비롯한 다양한 민간단체와의 협력도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성과가 기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1인 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근무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위치하게 된 청년층들을 포용할 수 있는 정책을 고안하는 것은 물론, 기존 주요 서비스 대상이었던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에 있어서도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방향성을 갖춰야 한다. 더 많은 지자체들이 공영 장례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게끔 하는 법제적 차원의 보완 그리고 국가 지원 정책의 확대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이 느꼈을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아주 천천히 부지런히 잊혀야 했던 그들의 슬픔과 아픔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각종 미디어 매체가 발달하면서 고독사와 무연고 사망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다른 국가들처럼 사망 당시 고인이 느꼈을 개인적 감정만을 강조하는 ‘고독사’라는 단어가 아니라 사회 안전망의 부재를 강조하는 ‘고립사’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선 장사법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여전히 우리 사회는 죽음의 문제를 한 개인이나 그가 속한 가족만이 ‘설명해야 하는’, ‘다뤄야 하는’ 문제로 여기고 있다. 마지막까지 우리와 함께 그리고 같이 살아왔던, 그러나 혼자만의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한낱 ‘사소한’ 존재로 만들면서 말이다.


“(중략) 우리 사회가 나를 그냥 버리지 않고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서

인간다운 마지막 마무리를 보장해 준다, 라는 거

이거는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큰 삶의 의지가 될 수도 있어요.”

 

모든 이들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 사회적 장례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비영리단체 <나눔과나눔>에서 공영장례 자원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민석 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인간다움’은 멀리 있지 않다. 서로가 서로의 결을 기억하고, 서로의 겹이 되어주며, 마침내 서로의 곁에 영원토록 남는 일. ‘인간다움’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이제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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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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