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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팝(Britpop)” 이라는 장르 아닌 장르의 이름을 흔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밴드 오아시스의
1990년대 영국의 젊은이들은 이런 브릿팝 밴드들에 열광했다. 60년대의 The Kinks, the Who, 70년대의 데이빗 보위와 록시 뮤직으로 대표되는 글램 록, 펑크와 뉴웨이브, The Smiths와 같은 얼터너티브 록 등 지극히 영국적인 밴드들의 음악의 영향이 조금씩 묻어나 있는 자국의 밴드들에 영국인들은 자부심 섞인 애정을 보냈다. 그렇다면 인디 씬의 브릿팝 밴드들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온 계기는 무엇일까. 브릿팝의 메인스트림의 문을 처음으로 열어젖힌 것은 바로 밴드 스웨이드의 1993년 발매된 1집 셀프 타이틀 앨범이다.
가죽 소재의 이름으로 익숙한 스웨이드와 동명인 이 밴드의 초기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영상은 스웨이드가 Brit Award에서 펼친 Animal Nitrate 무대이다. 시상식에서 스웨이드의 등장은 현장의 관객들과 이를 TV로 시청하던 이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스웨이드의 보컬 브렛 앤더슨은 딱딱한 시상식장에서 날카롭고 서늘한 기타 리프가 주를 이루는 노래를, 할머니의 탑과 스키니 핏의 바지를 입은 채로, 마이크를 휘두르고 자신의 엉덩이를 때려가며 열창했다. 스웨이드는 브렛 앤더슨 특유의 비음 섞인 목소리와 중독성 강하고 날카로운 기타 리프, 그리고 각종 도발적인 행동과 발언들로 데뷔하자마자 스타덤에 올랐다. Animal Nitrate는 다소 도발적이며 외설적인 가사에 가볍지만 서늘한 기타리스트 버나드 버틀러의 기타 솔로가 더해진 중독성 강한 노래이다.
스웨이드의 음악은 이지 리스닝이라기 보다는 긴장감 있는 음악에 가깝다. 길거리에 비유하자면, 세련되고 정돈된 깔끔한 거리라기보다 어둡고 한적한 쇠퇴한 도시의 낡은 건물로 가득한 길거리 같은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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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고 퇴폐적인 스웨이드의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 건 LP 바 사장님의 추천 덕분이었다. 지난겨울 친구와 함께 동네 근처의 LP 바를 찾았다. 듣고 싶은 앨범이 있었는데, 그때 그 앨범은 없다고 하셨다. 다음에 찾을 수 있으면 구비해 놓겠다고 하셔서, 대화가 트인 계기로 리버틴즈와 스매싱 펌킨스 등의 밴드 얘기를 잠깐 했다. 평생에 걸쳐 모으셨다는 LP판의 종류가 다양했다. 맥주를 홀짝이고 있을 때 사장님께서 자리로 다가오셔서, 표지부터 생소한 앨범 하나를 들이밀었다. 혹시 이 앨범을 아냐고 물으셔서, 지금 처음 본다고 말했다. 사장님께서는 내가 그 앨범을 좋아할 것 같다며 꼭 들어보라고 추천해주셨다.
정확한 앨범명은 모르고 가수 이름이 스웨이드라는 것만 메모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 사장님께서 추천해주신 앨범은 스웨이드의 3집
The Drowners
스웨이드의 데뷔앨범인 1집 [Suede]
The Drowners의 뮤직비디오에서도 보이듯이, 초기의 스웨이드는 글램록 스타일과 양성애적 스타일을 컨셉으로 가진다. 여담이지만, 지금은 아버지이자 남편이 된 보컬 브렛 앤더슨의 그의 자서전에서 이때 자신의 다소 파격적이었던 행동들을 후회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이미지 메이킹과 전반적인 노래의 분위기들은 스웨이드라는 밴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Stay together
The Drowners, Animal nitrate, Metal Micky 등이 수록되었던 [Suede]
이 노래가 발매되던 시기 스웨이드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 아마 Stay Together과 이후 발매된
따라서 스웨이드의 2집은 버나드 버틀러의 기타를 들을 수 있는 마지막 앨범이다. 브렛 앤더슨은 그의 자서전에서 당시에는 자신과 버틀러 모두 너무나도 미성숙했고, 지금은 그때의 서로를 이해하며 좋은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버나드 버틀러와 브렛 앤더슨은 시간이 한참 흐른 후, 함께 “The Tears”라는 밴드를 결성해 앨범을 내고 활동하기도 했다. 이때, 둘은 내한하기도 했었는데 당시에는 스웨이드의 존재를 알지 못해 가지 못한 것이 참 아쉽다.
The asphalt world
스웨이드 2집 [Dog man star]
Beautiful Ones
Beautiful Ones는 스웨이드의 3집 [Coming Up]에 수록된 곡으로, 아마도 스웨이드의 곡 중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곡일 것이다. 버나드 버틀러의 탈퇴 이후, 스웨이드는 리처드 오스크를 새로운 기타리스트로 영입한다.
2집이 상업적으로 거둔 미지근한 반응에 대한 쇄신, 그리고 버틀러의 탈퇴 이후 가라앉아있던 밴드의 분위기와 음악에 변화를 주기 위해 3집 [Coming Up]
버나드 버틀러에서 리처드 오스크로 기타리스트가 교체되었음에도, Beautiful Ones를 비롯한
Beaitiful Ones는 밝고 경쾌한 멜로디에 비해 그 가사는 스웨이드답게 딥하고 어둡다. 스웨이드는 Beautiful Ones의 가사에서 drug acts, suicides, get into bands and gangs, psycho for sex and glue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역설적으로 이들을 Beautiful Ones 즉 아름다운 것들이라 칭한다. 뮤직비디오 구성도 상당히 캐치하고 재미있으니 뮤직비디오를 함께 보며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Trash
스웨이드 3집 [Coming Up]
![[포맷변환][크기변환]suede-hp-gq-21nov18_sky-dean-chalkley_b.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112/20211202023817_zohqerwk.jpg)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밴드들과 달리, 스웨이드는 지금도 활동 중이다. 한 차례 해체했던 스웨이드는 결국 재결합했고, 이후 영국의 Royal Albert Hall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재결합 이후 낸 노래들도 참 좋다. 세월이 흘러 브렛 앤더슨의 비음도 많이 사라졌고, 더욱 진지해진 가사들로 이루어진 노래들이 더 많아졌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함께 변화해가는 밴드의 모습을 보는 건 행복한 일이다.
life Is Golden
스웨이드 재결합 이후 발매된 곡들 중 하나. 아버지가 된 브렛 앤더슨이 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가사로 적었다고 한다. 90년대 활동 시절과는 또 다른 느낌의 좋은 음악이다.
스웨이드는 예나 지금이나 멋진 밴드다. 할머니의 탑을 입고 딱 붙는 가죽바지를 입은 채로 며칠은 안 감은 듯한 머리를 쓸어넘기며 노래를 부르던 브렛 앤더슨이 멋진 중년의 대학교수처럼 수트가 잘 어울리는 미중년으로 변하기까지, 스웨이드의 음악은 그 모든 시간에 함께 했다. 운명처럼 다가오는 음악이 있다고 한다. 나에게는 스웨이드의 음악들이 그랬다.
우연히 추천받은 음악이 마음속에 자리 잡는 순간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스웨이드의 음악을 추천해 주고 싶다. 가을과 겨울 지하철에서 듣고 싶은 노래가 필요한 당신에게 스웨이드의 음악 추천하고 싶다. 스웨이드의 음악은 스웨이드로 만들어진 뾰족한 부츠처럼 섹시하다. 정작 브렛 앤더슨은 밴드의 이름을 아무것도 염두에 두지 않고 그저 갑자기 밴드의 이름이 스웨이드여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이런 일화마저 스웨이드스럽다. 12월의 시작이다. 스웨이드를 듣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