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기 [미술]

브루스 나우먼과 그의 작품들
글 입력 2021.11.0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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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ce Nauman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에 새로운 시각을 선사하는 작가가 있다. 미국 동시대 예술인 중 가장 혁신적이고 도발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그의 이름은 브루스 나우먼(Bruce Nauman)이다. 브루스 나우먼은 다양한 양식을 활용해 세상과 대중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당연하다고 여겼던 진리가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는,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런 그의 작품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브루스 나우먼은 처음부터 예술인의 길을 걷지 않았다. 어렸을 적 엔지니어 아버지 아래서 성장했고,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이후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미술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처음엔 회화로 입문하였으나 점차적으로 퍼포먼스, 설치, 영화, 사진 등 다양한 장르로 발을 넓히기 시작했다.


그는 네온사인, 자신의 신체, 대중매체 등을 활용해 의미를 전달했다. 그리고 물질의 생성과 변화, 신체에 대한 고찰, 삶과 죽음과 같은 주제에 대해 깊이 탐구하는 등 비물질적인 측면에 대해 고민하고 종래의 관념에 물음을 던졌다. 이후 이론가들에 의해 그의 작업은 개념미술로 분류되었지만 한편으로는 포괄적이고 복합적인 그의 작품 세계를 개념미술로 묶을 수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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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ue Artist Helps the World by Revealing Mystic Truths, 1967


 

1960년대 나우먼은 네온사인을 활용한 작품에 집중했다. 이 작품은 부르스 나우먼의 네온사인 대표작이다. 그는 네온사인 작품을 제작할 때 실제 상점 쇼윈도에 걸려있던 것을 가져와 작품화하곤 했다. 그가 네온사인에 집중한 이유는 네온사인이야말로 대중과 가장 밀접하고 익숙하게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생각에서다. 거부감 없이 작품을 수용하고 해석하게 만들었으며, 모두가 질문하고 답할 수 있도록 했다.


나우먼은 작품명처럼 예술가가 보이지 않는 진실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모두가 이에 대해 질문해보고 답할 수 있도록 문자화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나선형’인데, 나선형의 상징은 고대 문명, 인류의 문명과 같은 수세기 동안 이어지는 문명의 상징을 의미한다. 긴 예술의 역사와 본질. 이에 수반되는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네온사인 작품에 대한 의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체 작품에 관해 내게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테스트다. 마치 당신이 그것을 믿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 크게 이야기를 할 때처럼, 그것은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가에 달려 있다“

 

 

Walking un an Exaggerated Manner Around the Perometer of a Square, 1967-68

 

 

1960년대 후반 브루스 나우먼은 신체에 집중한 작품을 펼쳤다. 신체를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주체’로 생각하였다. 이 비디오에서 나우먼은 마스킹 테이프로 표시된 큰 사각형 둘레를 따라 걸어간다. 한 발을 다른 발 앞에 놓고 조심스럽게 광장을 걷는데, 눈에 띄는 점은 엉덩이를 과장되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튜디오 뒤편엔 그의 행동을 살펴볼 수 있는 작고 기울어진 거울이 놓여있다.

 

예술가의 몸은 자신이 만든 끊임없는 중복 속에 움직이도록 전시되어 있고, 슬로우모션과 같은 움직임은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아주 자그마한 비틀린 움직임은 눈길을 끈다. 팔의 느슨해짐, 뭉쳐진 티셔츠, 균형을 잡기위해 떨리는 몸을 예리하게 잡아내게 된다. 이윽고 감상자들은 자연스레 형성되는 긴장감 속에서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나우먼은 순환과 반복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확장하고, 전진과 후퇴를 모호하게 하고, 시작과 끝을 흐리게 했다. 전통적인 구성과 전개의 본질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또한 여러 미학의 기본 테마인 원형, 반복, 미니멀리즘, 포스트 구조적 언어 이론의 축소판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익숙한 것을 대상화하여 바라보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Raw materials, 2004

 

 

브루스 나우먼의 비교적 최근 작품이다. 불가사의한 음향 설치물이라고 불리는 이 작품은 2004년 테이트모던 터빈 홀(Turbin Hall)을 위해 제작되었다. 들려오는 이 소리는 벽에 장착된 22개의 스피커로부터 흘러나오는 소리이며, 약 40년 동안 녹음된 22개의 연설 조각들을 결합한 것이다. 마치 알라딘의 동굴을 떠오르게 하는 이 작품은 하모니 같기도, 불협화음 같기도 하다.

 

관객들은 이 소리에 압도되면서도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누군가는 신의 목소리, 누군가는 그저 소음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각기 다른 소리들이 합쳐져 다른 결과물을 낸다. 이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반응도 제각각이고, 이를 작품화함으로써 대중들이 소리들을 해체시켜 해석하고자 하는 행위도 재미있다.

 

쭉 듣다 보면 ”내 정신에서 나가, 이 방에서 나가“라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그리고 ”생각해!“와 같은 목소리도 함께 들려온다. 감상자들이 하나의 덫에 걸린 것과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삶에 길을 잃은 듯한 느낌, 독립적인 생각을 제한하는 느낌, 내 페이스를 찾고자하는 느낌 등 다양한 생각이 든다. 나우먼은 특별할 것 없는 여러 소리를 합쳐 감상자들의 생각을 좌우한다. 이 터빈홀을 떠나는 순간 한편의 꿈을 꾼 듯 느껴진다.


*

 

혁신적이고 도발적인 예술가 브루스 나우먼. 그는 익숙한 매체를 활용해 대중들에게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게 했고 광범위한 지각의 기회를 갖게 했다. 진리를 새롭게 조합해봄으로써 과연 무엇이 진리인지 생각을 다시금 정비하게 만들었다.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차분히 곱씹어 보았고, 나의 신체와 감각기관을 되돌아보았으며,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느껴보았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자. 그리고 오롯이 그 자체를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빛나는 가치를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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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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