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연장선, 아웃 오브 이집트 [도서]

짭짤한 바다 공기와 건조한 바람이 분다.
글 입력 2021.10.27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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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영화로 접한 뒤 원작 소설이 궁금해 빌려보게 되었다. 소설은 영화를 넘어선 짜릿한 만족을 주었다. 설레면서도 불안한 첫사랑을 표현한 이야기는 하늘의 파랑, 이탈리아에 비추는 노란 햇빛, 그리고 약간의 핑크가 수채화 그림에 장식을 더한다.

 

이 책이 필자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된 지 3년이 된 지금, 작가 안드레 애치먼의 회고록을 읽게 되었다. 그 작품의 제목은 ‘아웃 오브 이집트’이다. 애치먼 작가가 이집트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살기까지 그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웃 오브 이집트는 애치먼의 할아버지 시대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꽉꽉 뭉쳐 사는 애치먼의 가족은 이방인이자 유대인으로서 겪는 어려움과 서로에 대한 의지와 사랑을 보여준다. 물론 많은 인물들이 서사의 중심이 되기에 그들의 역할과 별명을 기억하는 점이 어려운 것은 단연 사실이다. 그렇지만 책의 마무리 단계에 도달하면서 인물의 서사들이 정리되며 어려움은 점차 녹아버린다.

 

회고록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작가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애치먼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 묘사되는 배경과 사물은 마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연장선인 것만 같았다. 담배, 무화과, 바다, 햇살이 그러했다. 건조한 바람이 불고 짭짤한 바다의 공기를 들이 마시는 기분을 주는 책의 분위기를 우리는 느낄 수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엘리오는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의 별장에서 여름을 보내며 여유로운 날들을 보낸다. 주인공은 강 옆에서 소설을 읽고, 담배를 피고, 과일을 따 먹기도 하며 수영을 한다.

 

이 모든 자연스러운 행동들이 작가의 어린 시절을 반영했다는 점이 느껴졌다. 작가가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들어온 소중한 이야기들이 그의 경험이 되고 그의 작품이 되며 대중적인 영화로까지 펼쳐졌다는 점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안드레 애치먼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그의 영화가 취향이라면 그 깊은 배경을 더 잘 이해하고 이야기를 온전히 해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그 과정에 필요한 단계이다.

 

특유의 세심한 문체, 배경의 묘사를 쓰기까지의 애치먼이 되기까지 경험들을 그대로 보여주기에 차근차근 읽어본다면 그의 작품세계를 온전하게 이해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아웃 오브 이집트_앞표지.jpg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작가 안드레 애치먼. 그해 여름 바닷가, 햇살을 머금은 모래언덕과 오래된 야자수, 북적거리는 도시, 그 시절을 함께 한 모든 사람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의 아름답고 애틋한 기억.


"아름다운 기억과 그보다 더 아름다운 글." -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북 리뷰]
 
[아웃 오브 이집트]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며 독자들을 매혹시킨 안드레 애치먼의 회고록이다. 이집트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을 우아하고 재치 넘치는 언어로 선명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배경이 탄생한 시작점이 바로 이 회고록이라 할 수 있다.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 풍부한 색상을 담은 배경 묘사와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 언어를 통해 생생히 전해지는 냄새와 촉감, 소리까지 작가 특유의 글쓰기가 모두 담겨 있다. 허세로 가득 찬 빌리 할아버지, 성격이 전혀 다른 친할머니 공주와 외할머니 성녀, 바깥일로 바쁜 아버지 앙리와 청각 장애가 있는 어머니 지지, 바흐를 연주하는 플로라 숙모, 오디세우스를 낭송하는 시뇨르 달라바코와 매력적인 가정교사 록사네, 한가족처럼 지낸 가정부 라티파와 하인 히샴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 소년. 고개만 들면 펼쳐지는 찬란한 바다와 집 안 가득 퍼지는 커피 향, 햇살에 낱알이 반짝이는 모래언덕이 전하는 여름 아침의 냄새 그리고 활기찬 도시!

1905년 이집트에 첫발을 들인 유대인 청년 아이작을 따라 온 집안이 콘스탄티노플에서 이집트로 이주하는데, 이들 가족은 계속되는 중동전쟁의 위기 속에서도 특유의 기질로 기회를 잡고 대를 이어 풍족한 생활을 영위한다. 이 회고록은 이집트에서 나고 자란 소년이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대가족과 함께 알렉산드리아의 아파트와 학교, 바다가 있는 만다라의 별장을 오가며 인종과 언어, 사상과 종교를 넘어선 다양한 경험 속에서 성장하는 이야기로 결국 가족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전 재산을 빼앗기고 이집트를 떠나기까지의 기억을 담고 있다.

비록 소년은 이집트를 떠났지만 기억은 영원히 그곳에 머물며 그 시절을 아름답고 애틋하게 추억하듯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조용히 눈을 감으면 저 멀리서 들려오는 조용한 파도 소리처럼 저마다의 특별한 기억이 서서히 밀려와 눈부신 햇살에 빛을 반짝일 것이다.
 
 
[임민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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