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늘 내 곁에 있었던 문화예술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10.2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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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에 어울리는 글감을 고민하고 있었던 때였다. 평소처럼 오며가며 엄마에게 받은 생일선물을 눈에 담았다. 늘 보던 건데 그날따라 다르게 보였다. 예술작품으로 보였다.


되돌아보면, 주변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 건 그날부터였던 것 같다.


문화예술의 세계는 생각보다 넓었다. 드라마, 영화, 전시회, 공연 등 거창한 것만 문화예술이 아니었다. 시선이 달라지니 주변 곳곳에서 문화예술이 보였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서 글을 쓰지 않았다면 시선의 변화는 없었을 거다. 아트인사이트에 감사를 표하며 그동안 내가 본 일상 속 문화예술을 이 글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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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한정판 예술작품. (DIY 가구)



최근 수납장을 선물 받았다.


수납장이 필요한데 원하는 크기와 모양의 수납장을 찾기 어려웠다. 이 사정을 잘 아는 그는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수납장을 만들었다.


그는 먼저 원하는 사이즈에 맞게 재단된 나무를 구매했다. 배송 받자마자 나무에 피톤치드 스프레이를 뿌렸다. 곰팡이와 벌레에 취약한 나에 대한 배려였다.


스프레이를 뿌리고 건조시킨 후, 우리 집 인테리어와 어울릴만한 흰색을 입혔다. 색을 입히고 건조하는 작업을 세 번 정도 하고, 니스칠을 한 후 건조시킨 다음 조립했다.


사실 수납장이 처음은 아니다. 전에 살던 집은 신발장이 없었는데, 그 작은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가구가 없었다. 짐 늘리는 것을 매우 싫어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가까운 생활용품점에서 쌓아서 보관할 수 있는 신발장을 구매했는데 그는 그 신발장이 못마땅했나보다.


그는 결국 작은 공간에 딱 맞는 신발장을 직접 만들었다. 자세히 보면 서투른 솜씨가 곳곳에 드러나 있었지만 첫 작품치고 잘 만들었다. 아마 재주와 사랑이 만나 빛을 발한 게 아닐까 싶다. 그의 손길과 사랑이 묻어난 가구를 보니 짐이 늘어난 것은 까맣게 잊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 신발장은 이제 없지만 때때로 생각난다.


직접 만든 수납장과 신발장을 선물 받으면서 그의 세심함을 알게 됐다. 이처럼 가까운 사람에게 예술작품을 선물 받으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는 것 같다.


엄마에 이어 연인까지.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손재주가 있나보다. 그런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니, 나 자신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난 참, 복도 많다.

 

 

 

우리동네표 예술.



집 앞에 동상이 있다. 처음 이 집을 만났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은 동상이었다. 건장한 체격의 남성은 만세 하듯 팔을 크게 벌리고 하늘을 보며 서 있었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오는 좋은 기운을 두 팔 벌려 가득 받으려는 것 같았다. 그 땐 멋있다는 생각만 했다.


출입구를 항상 다르게 다녀서 매일 보진 않았지만 가끔 그 동상을 마주치곤 했다. 그 때마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는데 시선이 달라진 후, 그 동상이 눈에 들어오고 새롭게 보였다.


집 앞 외에 동네 곳곳에도 동상이 있다. 건물 조명도 알록달록해서 밤이면 그 불빛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네에 공원이 있는데 그 공원 한 쪽에는 빼곡하게 자리 잡은 아파트가 있다. 그 아파트는 밤마다 공원을 밝힌다. 집 안의 빛이 창문 밖으로 새어나와 공원의 야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웅장하고 신비로운 야경을 보고 있으면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 가본 적은 없지만 우주에 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곳곳에 예술이 있다. 나는 이 동네만의 예술을 좋아한다.

 

 

 

개성을 어필한 메뉴판.



카페 또는 음식점에 가면 독특하거나 예쁜 메뉴판만 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그런 메뉴판이 아니어도 향유한다.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예쁘거나 독특한 메뉴판만 그 곳의 개성을 표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심플하거나 눈에 띄지 않는 메뉴판도 그 곳의 개성을 표현하고 있었다. 메뉴판의 글씨체, 그림, 색감을 들여다보면, 그 곳만의 개성이 보인다.

 

 

 

실시간으로 본 예술작품의 탄생과정.



예술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을 길을 걷다가 우연히 봤다. 내성적인 나는 아주 천천히 걸으며 몰래 구경했다.


길을 걷는 척 하면서 구경한 것은 새 가게의 간판이 예쁜 보라색으로 물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밋밋하던 간판이 새 옷을 입으면서 가게는 물론 주변까지 우아하고, 매혹적인 분위기로 탈바꿈했다.


높은 곳에 색을 입히는 작업은 보기만 해도 아찔하고, 고되 보였다. 마음 졸이며 보고 있는 나와 달리 도장공은 능숙하게 쓱쓱 색을 칠했다. 도장공한테 보랏빛의 아우라가 보였다.

 

 

 

건물주의 옥상상추 나눔 문화.



전에 살던 집에 오랫동안 거주했다. 1~2년 밖에 안 된 건물이 오래된 건물로 될 때 나도 그 곳에서 함께 나이를 먹었다. 그만큼 정이 많이 들었다. 특히 건물주 아저씨표 상추가 기억에 남는다.


옥상에서 텃밭을 가꾸던 아저씨는 가끔 상추를 나눠주셨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나눔 하셨는데, 직접 대면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세입자들을 배려하신 것 같다. (코로나19 발생 전)


아저씨는 소분한 상추를 담은 대야를 엘리베이터 안 구석에 놓고, 옥상 상추라며 원하는 만큼 가져가라는 메모까지 잊지 않으셨다. 상추는 인기가 좋았다. 상추가 한 가득 담겨 있던 대야는 늦은 저녁이 되면 텅텅 비어있었다. 빈 대야를 볼 때마다 괜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먼지가 들어갈까 봐 꽁꽁 싸맨 비닐봉지 안에는 적당한 양의 상추가 들어있었다. 1인가구가 대부분인 원룸이라서 혼자 먹기 좋은 양만큼 소분하신 것 같았다. 상추도 어찌나 잘 키우셨는지 파릇파릇하고 신선했다. 아저씨의 센스와 꼼꼼한 성격이 그대로 느껴졌다.


아저씨표 상추는 다른 상추보다 더 꿀맛이었다. 지금도 종종 그 상추가 그립다. 아니, 아저씨표 나눔 문화가 그립다.

 

 

 

도자기 공방 카페 그리고 즐기는 것.



아트인사이트의 대표님과 작은 카페에서 티타임을 한 적이 있다. 내성적이고 낯가리는 나는 긴장한 탓에 주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대표님께서 알려주신 덕분에 그제야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옆을 보니 아기자기한 도자기들이 있었고, 뒤에는 초벌 도자기에 색을 입히거나 그림을 그리는 손님들이 계셨다. 알고 보니 그 곳은 도자기공방과 카페를 운영하는 곳이었다.


집에 가는 길 내내 그 카페에서 봤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분위기와 잘 어울렸던 도자기들, 도자기를 하얀 도화지로 삼아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며 행복해보였던 손님들의 모습이 자꾸 생각났다.


대표님 말씀처럼 즐겁게 하는 것은 모두 문화예술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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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주변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지난 추억이 더욱 가치 있는 추억으로 남지 않았을 거다. 도자기 공방 카페 안 풍경과 아트인사이트 대표님의 말씀을 곱씹지 않았을 것이다.


예쁘게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찍는 핸드폰 사진부터 요즘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홈카페, 홈베이킹, DIY, 다이어리꾸미기 등도 모두 문화예술이라는 걸 알지 못했을 것이다.


글을 쓰고,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하는 활동을 하는 내가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몰랐을 거다.


시선의 변화는 일상 속의 문화예술을 알게 해줬다.


*


시선을 바꾸고 주변을 둘러보자. 그대의 일상에도 문화예술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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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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