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양극화된 세상, 이상하지 않은가 [음악]

글 입력 2021.10.2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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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폭우처럼 쏟아지는 기사들 속 고정석이라도 있는 듯 제 자리를 지키는 헤드라인이 있다. 부동산값 폭등, 그 속에서 극명하게 갈리는 웃음과 눈물. 마치 처음과 끝처럼 멀어진 간격은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안 보인다. 둘 사이의 틈은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갑자기 벌어진 것이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전반적으로 경제가 악화하면서 사회 양극화는 더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몸집을 부풀렸다. 코로나 19로 직면한 위기는 양극화를 심화시켰고, 누군가 의문점을 제기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러한 사회의 모습에 한 질문이 던져졌다. 이 세상이 이상하지 않냐고.

 

 


 

 

Agust D의 두 번째 믹스테잎이다. Agust D는 방탄소년단의 슈가(SUGA)로 그가 정식 앨범이 아닌 믹스테잎으로 음악을 발표할 때 쓰는 예명이다. Agust D의 음악은 기존의 슈가로서 발표하는 음악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정식 앨범에 실릴 음악은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이나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심의 등 여러 조건 고려해 만들어야 한다.

 

그에 반해, 믹스테잎은 상업적 성격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과감히 말할 수 있으며, 가사 역시 자유로운 언어로 구성된다. 프로듀서로서는 철저하게 상업적인 음악을 만드는 그가 Agust D로서는 금기시되는 것들을 음악으로 표현함으로써 믹스테잎은 날것 그 자체가 된다.

 

Agust D의 두 번째 믹스테잎인 D-2에 수록된 <이상하지 않은가>는 현재 사회에 물음표를 던지는 곡이다.

   

 

Everything in dust Do you see?

well well well

Everything in lust Oh what do you see?

well well well

누가 알려줘 삶이란 고통인지

well well

신이 있다면 알려줘 삶이란 행복인지

세상이란 커다란 시스템

그 안에 대립과 전쟁이 아니면 서바이벌을 투입해

거부할 수 없는 삶 자본은 꿈을 담보로 희망이라는 모르핀을 주입해

부는 부를 창궐하고 탐을 시험해 부자는 가난조차 탐해 탐욕스럽게

세상은 흑과 백 둘만 존재해 끝이 없는 제로섬 게임 속 끝은 볼만해

양극화 세상에서 가장 추한 꽃 진실은 거짓에게 잠식된 지 오래고

가장 이득을 보는 건 누굴까?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도대체 누굴까

병든 세상에 병들지 않은 자 되려 돌연변이 취급해 이상하지 않은가

눈 감은 세상에서 눈 뜬 자 이젠 눈을 멀게 하네 이상하지 않은가

평화를 원하는 자 싸움을 원하는 자 각자 이념의 끝 이상하지 않은가

꿈을 가지라네 다 꿈이 없음에도 다 정답은 없네 이상하지 않은가

Everything in dust Do you see?

well well well

Everything in lustOh what do you see?

well well well

누가 알려줘 삶이란 고통인지

well well

신이 있다면 알려줘 삶이란 행복인지

you think you got taste Oh babe how do you know?

I mean for god's sake Everything's under control

몇지선다를 주곤 자본이 통제하는 취향

People talk 내 피드가 설명해주지 날

돈 얼마를 쥐었건 다 이 시스템의 slave

자랑하기 바쁜 개 목걸이와 개집 종일 누구 게 반짝이나 싸우네

이제는 너도 모를 걸 Oh baby what's your name?

양극화 이미 활짝 피어버린 꽃 네모난 구멍에 박혀버린 동그란 못

그래도 굴러가 어떻게든 또 이렇게 다 각자의 닭장에서 괜찮다 하네

병든 세상에 병들지 않은 자 돌연변이 취급하는 게 이상하지 않아 난 더

눈감은 세상에서 눈 뜬 자 혼자만 눈 떴다는게 훨씬 이상해 난

평화를 원하는 자 싸움을 원하는 자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말장난

꿈은 옵션이 된 그런 세상인데 정답은 없어 그게 정답이야

Everything in dust Do you see?

well well well

Everything in lustOh what do you see?

well well well

누가 알려줘 삶이란 고통인지

well well

신이 있다면 알려줘 삶이란 행복인지

 

 

1절은 Agust D의 가사, 2절은 피처링을 맡은 RM의 가사로 이루어진다. 양극화된 사회를 비판하는 주제를 두고 둘의 가사는 대립한다. Agust D가 약자의 입장에서 반항한다면, RM은 기득권층의 입장에서 이제 다들 순응하자는 의미이거나 약자가 점차 사회에 순응해가는 모습을 말하는 듯하다. 이들은 랩 가사 특유의 언어유희를 이용해 양극화를 꽃으로 비유했다. 약자에게 양극화는 세상에서 가장 추한 꽃이지만, 기득권층에게 양극화는 이미 활짝 피어버린 꽃이다. 약자는 ‘병든 세상에 병들지 않은 자 되려 돌연변이 취급해 이상하지 않은가’하는 의문을 제기하지만, 기득권층은 ‘병든 세상에 병들지 않은 자 돌연변이 취급하지 않는 게 훨씬 이상해 난 더’라며 반박한다. 각자의 시선에서 할 말을 늘어놓은 뒤 마지막은 질문으로 끝이 난다. 3분 내내 둘은 대립하지만, 그에 명확한 답은 제시하지 않고, 청자에게 대답을 맡긴다.

 

 

 

좁혀지지 않는 간극


 

사회 양극화는 전 세계에서 지속해서 제기해온 문제점으로 우리나라에선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고도화되었다. 이전부터 흐릿하게 존재하던 양극화는 근 몇 년 사이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선명한 색을 띠더니 기어코 사람들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중 가장 가시적인 건 단연 부동산이라 생각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소상공인의 매출은 감소한 반면, 주식과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의 자산은 더욱 증가했고, ‘그렇지 못한 계층’은 철저히 소외됐다. 막대한 저금리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흘러들면서 주식이나 주택 같은 자산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투자할 자금이 많거나 대출할 신용도가 되는 사람들에게 코로나 19는 위기가 아닌 기회였고, 실제 작년 조사 결과 소득 상위 10~30%는 재작년 대비 순자산이 1억 1천만 원이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실 본가가 지방인지라 미친 듯이 폭등하는 부동산 문제를 크게 실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는 것과 당사자가 되어 직접적으로 접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그 때문에 그저 안일하게 수도권에 거주할 일이 생긴다면 잘 마련된 대출 제도나 청년 주거 혜택을 통해 금전적인 부분을 해결하자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지금 사는 집에 절대 만족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자료를 보게 되었고, 그 순간 현시대 청년들이 보낼 미래가 어떤 사회인지 절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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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한 사람의 개인적인 견해에 불과하지만, 사회 양극화가 극심해지는 지금 ‘그렇지 못한 계층’에 속한 나로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당장 소유할 수 없기에 지도자들의 대비책을 따르지만, 그 이후는 누가 책임져 주는가. 급한 불이라 생각해 끈 것이 실은 더 큰 위기로 다가올 수 있음을 누가 알 수 있을까.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경제의 양극화는 교육의 양극화를 낳는다. 체감상으로는 교육 양극화가 부동산보다 훨씬 활개 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아마 언급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몇몇 이슈들이 벌써 떠올랐을 거로 생각한다. 입시를 위한 개개인의 노력은 분명 존재하지만, 개개인의 노력이 실행되기 위해선 충분한 배경이 따라주어야 하는 건 불변의 진리이다. 유튜버인 한 명문대생은 학교에 재학하는 동안 정말 많은 고위 자제들을 보았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실제로 고등학교 졸업이 대다수인 하위 30%와 달리 상위 계층으로 올라갈수록 고학력을 가진 사람이 많다. 이러한 사회 전반적인 통계를 내세우지 않아도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교육에 있어서 경제적인 조건이 얼마나 큰 장점으로 적용하는지 뼈저리게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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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나는 지방에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평생을 부산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수도권의 삶이 어떤지 알지 못하지만, 반대로 수도권에 거주하다 지방으로 내려온 사람들은 지방의 삶이 어떤지 잘 안다.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는 상상 이상으로 고조되었다고 한다. 지방과 수도권 사이에는 10년이 존재한다는 말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그 이상이었다. 나름 제2의 도시라는 부산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누리는 문화적인 혜택에는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이건희 컬렉션 기증관’ 입지 결정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지방의 도시들이 대형 문화사업을 통해 인구 분산 효과를 기대하며 절실히 바랬지만, 결국 접근성이나 연구의 편이성 따위의 이유로 서울 한복판으로 결정 났다. 국가는 지방의 인구 소멸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청년들의 선택은 여전히 수도권이다. 그들의 선택을 돌릴 수 없는 데는 모두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그 이유 때문이 맞다.

 

 

 

이 세상, 이상하지 않은가?


 

 

Q. 평소에 관심 있는 분야가 뭐예요?

 

A. 제가 꿈과 청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사회 분위기가 20대들에게 재촉만 하는 세상이잖아요. 어릴 때는 공부를 강요해요. ‘훌륭한 사람’의 기준이 명확하죠. 자신만의 꿈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에요. 그런데 막상 20세가 되면 그렇지 않잖아요. 이제는 ‘N포세대’라고 할 만큼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고요. 사람들이 좌절하는 이유는 미래가 안 보여서 그렇거든요. 빛이 보이면 그쪽으로 가면 되는데, 그 빛마저 안 보이니까 절망하고 나아갈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제 음악을 듣는 분들이 위로를 받고 조금이나마 걸어 나갈 수 있기를 바라요.

 

- 슈가 인터뷰 中

 

 

평소 슈가는 음악으로 꿈과 청춘, 현실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해왔다. 오히려 가장 흔하게 쓰이는 주제인 사랑보다 그 외의 것을 훨씬 많이 사용했다. 그 때문에 그의 음악은 신선했고, 공감이 갔으며, 위로됐다. 그런 면에서 <이상하지 않은가>는 그 어떤 곡보다 해석이 필요했다. 가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따로 없기도 했고, 명확한 주제였지만 대상을 규정짓지 않고 청자에게 질문을 한 채로 끝이 나 노래 속의 많은 물음표만큼 팬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왔었다.

 

그는 믹스테잎을 발매한 후 라이브 방송에서 앨범을 리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때 이 곡에 대해 짧게 이야기했다. 당시 슈가는 RM에게 피처링을 부탁하며 자신의 가사를 보여줬고, 이에 RM은 이미 기득권인 자신이 이 곡을 써도 되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슈가는 ‘괜찮다. 그럼 그에 대한 고민을 써라. 우린 물음표만 던질 뿐이다. 해석은 알아서 하는 거다.’라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영상을 보던 나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몇 년 전이야 이들이 사회의 부조리를 저격하는 곡을 발표하면 괜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이젠 기득권이 돼버린 사람이 현 사회의 문제점을 짚는 게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왠지 모를 찝찝함이 있었고, 곡의 비하인드를 듣고 나서야 해소된 것이었다. 그들은 기득권이 된 자신을 인지한 채로 이러한 문제점이 묻히지 않게 스스로 스피커가 되어 끊임없이 현실을 들추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젠 내가 그들의 질문에 대답할 차례다.

 

이 세상은 이상하다. 정말로.

 

 

 

지은정_컬쳐리스트.jpg

 


[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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