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음악과 아날로그, '그래서 가요 LP' [도서]

아날로그 마니아의 음악과 기술
글 입력 2021.10.1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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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y T. Zielinski / Getty Images

 

 

음악은 시대에 따라 변했다. 소리의 기록을 시작으로 LP와 CD가 유통되고 다시 무형의 스트리밍으로 변하기까지 100년 남짓한 시간이 지났다. 그래서 동시대의 사람들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감상했다. 턴테이블과 LP를 사용한 중장년층, 카세트테이프와 CD를 이용한 밀레니얼 세대, 그리고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접한 디지털 세대까지 각자 서로 다른 경험으로 음악을 기억한다.

 

아날로그 시대의 음악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말처럼, 매체의 차이만으로도 감상 방법과 음악의 형태는 크게 달라졌다. 당시 음악 감상을 위해서는 당연히 오디오와 LP가 필요했고 음악 애호가는 자연스레 오디오 장비 수집을 취미로 삼았다. 그래서 '좋은 음악'을 판별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 섬세한 음악 취향만큼 박식한 음향 지식이 필요했다.

 

아날로그 시대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대적, 기술적 맥락이 필요하다. 당시 사회 속 대중음악의 역할과 장르의 흐름, 그리고 당시의 장비로 음악을 재생하던 기분까지 음악을 둘러싼 다양한 요소를 함께 살펴본다면 더욱 즐거운 감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LP의 유행이 돌아온 지금 피지컬 앨범의 소비 방식은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디지털 시대에 사라진 아날로그의 매력을 재발견하며 음반에 개인적인 의미와 가치를 더욱 적극적으로 투영한다. 그래서 아날로그 음반은 '음악 감상'이 아닌 수집, 소장 가치, 팬심, 심미성 등의 요소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며 소비된다. 다른 시대의 음반을 소비하는 지금, 21세기의 LP 수집은 아날로그 시대에 묻는다. 어떤 이유로 음반을 구매했는지, 그리고 그 음반이 '좋은 작품'인 이유는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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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요 LP>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에 걸친 가요 명반 추천서이자 아날로그 오디오 안내서다. 저자 양해남은 아날로그 시대를 관통한 음악 애호가이자 오디오 마니아다. 그의 본업은 시인이지만 동시에 오디오 전문지 <하이파이저널>과 <월간 오디오>에서 오디오 평론 및 대중음악 리뷰어로 활동했다. 아날로그 마니아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과거 대중가요의 일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그래서 가요 LP>를 소개한다.

 

 
뭐니 뭐니 해도 아날로그의 시작과 끝은 카트리지다.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나는 가요에 적합한 카트리지를 찾아내려 많은 노력을 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아날로그 초보 시절, 카트리지에 문제가 있다는 걸 모르고 한 자리만 계속 맴도는 LP를 원망하며 톤암 헤드셀 위에 십 원 짜리 동전을 올려놓는 무모한 짓을 했다.

당시에는 LP판보다 비싼 카트리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러진 카트리지는 니들만 나시 구입하면 되지만 한번 망가진 LP는 영원히 복구 불능이라는 것을 몰랐다.


- 47p

 

 

LP를 처음 구매한 초보자들에게 흔히 일어나는 실수는 턴테이블의 품질 선택이다. 입문용 턴테이블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30만 원 상당의 장비를 구매해야 하는데, 종종 인테리어용 저가 턴테이블을 구매해 LP판이 망가지는 경우가 있다. 저품질 카트리지의 바늘은 LP판의 홈에 스크레치를 내기도 하며, 생각만큼 좋은 음질을 들려줄 수도 없다.

 

저자 또한 작동하지 않는 카트리지에 동전을 올려놓고 재생하다 LP판을 망가트린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저자는 이후 적합한 카트리지를 고르는 데 심혈을 기울여 각 브랜드의 카트리지별로 음색의 특성을 구분했다. 책에는 다양한 모델의 특징이 기록되었다. 어둡고 차분한 음색의 '슈어 M95HE', 다이내믹한 음악이나 하드록에 적합한 '나가오카 MP-100' 등 이어폰 성향과 EQ조절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에게 아날로그의 장비 성향은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앰프를 선택하면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당연히 포노단이다. 포노단이 얼마나 좋은가 그렇지 않은가를 보고 선택한다. 제법 많은 앰프들이 리스닝 룸을 들락날락거렸고 현재는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사용 중이다. 전에는 프리와 파워가 분리된 앰프를 사용했었는데, 포노단이 좋다는 프리앰프로 쉽게 교체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127p

 

 

<그래서 LP>는 저자의 아날로그 오디오에 대해 기본부터 친절하게 안내한다. 턴테이블, 포노앰프, 앰프, 스피커 등의 기본 장비로 시작해 오디오의 수평을 맞추는 방법, 카트리지와 음반의 수평을 맞추는 애지무스(Azimuth) 작업까지 소개한다.

 

또한 '좋은 음반', '좋은 오디오'에 대한 기술적인 취향도 자세하게 설명한다. 음반마다 다른 LP의 프레스 공법에 따른 차이, 레코딩 과정에서 결정되는 음악의 밸런스까지 고려하며 주관적인 명반을 선별했다. <그래서 LP>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저자의 고민이 담겨있다.

 

 
가만히 조용필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말이야.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뭔가가 느껴져. 난 그게 우리 한국인만의 정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슬픔, 애절함, 처연함 그리고 어떤 절절함이 담겨져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조용필의 음악을 듣고 이으면 기분이 가라앉고 우울해지기도 해. 뭐 그렇다는 이야기야. 


-166p

 

 

<그래서 LP>는 저자가 엄선한 가요 명반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개한다. 딕훼밀리의 '작별/또 만나요', 이정선의 '74-79', 남진의 '스테레오 하이라이트' 등 저자가 듣고 모은 가요 명반이 수록되었다. 저자는 음반을 통해 개인적인 추억을 회상하기도 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들었던 음악들,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음악과 관련된 사건들까지 서술한다. 또한, 책의 부록에는 '추천 LP 100선'이 수록되었다. 당시 가요계를 휩쓸었던 앨범부터 시작해 음악적으로 중요한 성취를 이룬 앨범까지, 저자가 손수 고른 앨범을 참고한다면 과거 대중가요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LP>는 21세기의 아날로그 마니아들에게, 그리고 과거를 추억하는 중장년층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앞서 던진 '좋은 음반'에 대한 질문은 저자의 생생한 경험 속에서 조금이나마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음반은 어떤 이유로 사랑받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환경 속에서 가장 아름다울 수 있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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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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