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또다시, 부산국제영화제 (1) [영화]

글 입력 2021.10.1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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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 매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많고 많은 영화제 중에서도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과 영화인들이 연초부터 가장 기다리고 기대하는 영화제는 단연 10월 초에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일 것이다. 비록 모든 영화제를 가본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주요 영화제로 꼽히는 전주국제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과 비교해도 부산국제영화제의 규모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수많은 배우와 감독이 찾는 레드카펫 등의 공식 행사와 더불어 부산국제영화제가 여타 영화제보다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공간적 특성 때문일 것이다. 한국 영화의 발상지이기도 한 ‘부산’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더불어 한국 영화계의 상징적인 건물이라고도 불리는 ‘영화의 전당’을 기점으로 다양한 행사가 열리니 말이다. ‘영화의 전당’의 별미라고도 할 수 있는 야외극장은 약 4,000석 정도의 규모라고 한다.


가을의 초입에 들어서니 벌써 작년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녀온 지 1년이 지났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비록 작년에는 코로나 확산세로 인해 본 좌석의 25%만이 운영되고, 레드카펫과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취소되는 등 전반적인 행사 규모 역시 대폭 축소되어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자아냈지만 말이다. 해마다 영화제 기간이면 늘 거리가 북적이곤 한다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모습을 두 눈으로 담고 오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해에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는 것이기도 했고, 영화제 기간 동안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성 가득한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어 행복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참석할 예정인 2021 부산국제영화제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발맞추어 2년 만에 레드카펫이 부활하고, 좌석도 예년보다 2배 늘어난 50%가량이 풀린다. 코로나가 지속해서 확산 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많은 이들의 우려와 기대 속에서 정상 개최된 영화제 측에 조심스레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부디 이번 영화제도 10일 간 무사히 개최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꿈만 같았던 작년 BIFF 여정을 천천히 추억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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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20년 10월 초순이었다. 대학교 개강을 한 지 이제 막 한 달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1학기와 마찬가지로 2학기도 여전히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되긴 했지만, 직전 학기보다 3학점을 더 무리해서 수강한 탓인지 매주 쏟아지는 과제와 강의로 인해 영화제 개최 3주 전까지만 해도 부산으로 떠날 생각은 꿈에도 하고 있지 않았다. 9월부터 영화제 관련 소식을 이곳저곳에서 접하며 역시 학생 때는 부산국제영화제에 가볼 일은 없을라나. 라고 아쉬움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한편으로는 해당 시기를 기점으로 코로나 확산 세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2020 부산국제영화제는 개최 위기마저 겪게 되었다. 결국 영화제 측은 고심 끝에 행사를 2주 뒤로 미루게 되었고, 매년 10월 초에 열리던 부산국제영화제가 2020년에는 10월 21일부터 10월 30일까지 개최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날짜를 대충 확인해보니 마침 중간고사가 끝나는 주간에 맞춰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되는 것이었다. 2주 전에 정상적으로 영화제가 개최되었거나 혹은 애당초 코로나가 발발하지 않아 한 학기 내내 비대면 수업을 듣지 않았더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부산행이 빠르게 머릿속에서 그려지고 있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전 상영관 좌석이 25%로 대폭 축소되고, 자원봉사자 모집이 전면 취소되는 등 전반적인 행사의 규모가 작아졌음에도 뜻하지 않게 2주 뒤로 행사가 미뤄지면서 2020 부산국제영화제를 함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험도 끝나는 주간이겠다, 평소 부산국제영화제에 가고 싶었던 마음이 굴뚝같던 것은 피차 당연했다. 이번 학기가 아니면 (코로나 사태가 완화된 이후) 근 몇 년간은 학교 일정 및 기타 행사로 부산에 길게 머물 수는 없으리라 판단해 티켓예매 이틀 전 급히 일정표를 짜고 부산 행을 결정했다. 학기 중에 부산에서 일주일씩이나 머물 수 있다는 게 어디 흔한 기회더냐. 게다가 티켓예매에 실패하면 어차피 모든 것이 말짱 도루묵이니 밑져야 본전으로 예매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고, 다행히도 찜한 영화 대부분을 예매에 성공하면서 설레는 마음을 안고 바로 숙소와 부산 행 기차표를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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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는 10월 21일 수요일에 개막하였지만, 나는 시험이 끝나는 주간에 맞춰 중간고사와 대체 과제까지 모두 끝내놓은 후인 토요일부터 본격적으로 2020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하게 되었다. 아르바이트가 있는 날을 제외하곤 주말이면 늘 느지막한 시간에 일어나는 내가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준비를 마치고 아침 7시에 기차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부산까지는 기차로 2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지만, 설레는 마음에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았다. 그저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부산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미친 듯이 부풀어 오르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고 있었다.


2020 부산국제영화제로의 여정은 첫 영화제 참석이기도 한 동시에 인생 첫 부산 행이기도 했기 때문에 내게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이제 나도 곧 부산 바다를 눈에 담고 올 수 있겠구나! 라며 기차를 타는 내내 머릿속으로 수밴 번 푸른색의 바다를 그리곤 했다. 국내 여행을 혼자 떠나는 것도 처음이었고, 애당초 급하게 잡은 일정이었기에 여행 준비부터 여러모로 다사다난했지만, 아무쪼록 기차를 타고 2시간을 달려 부산에 도착했다. 아직 밖으로 나서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부산의 향취가 물씬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서울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풍기는 부산의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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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바로 숙소로 달려가 무거운 캐리어를 맡긴 뒤 홀가분한 몸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숙소 바로 앞이 광안대교였기 때문에 기차에서 그토록 되뇌던 부산 바다를 드디어 용안으로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온몸을 스치는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철썩거리는 물소리가 귓가를 끊임없이 쓸어내렸다.

 

이 얼마 만에 느끼는 바다의 향연이던지!


사진을 찍고 주위를 둘러보니 모래사장엔 갈매기들의 발자국이 사방팔방 찍혀 있었다. 조그만 발자국을 따라 모래사장을 벗어나면서 푸른 바다를 다시 한 번 눈에 담고 본격적으로 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영화의 전당으로 향했다. 당초 시간이 여유로울 줄 알았건만 숙소에 짐을 맡기고, 바다 구경하고, 동네 이곳저곳을 음미하며 돌아다니니 벌써 영화 볼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와 급히 극장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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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도착하고야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2020 부산국제영화에서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실물 티켓 배부가 아닌 모바일 티켓으로만 상영관 입장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QR코드를 인증하면 손목에 매어주는 종이 팔찌로 애써 아쉬움을 달래고는 영화제 첫 관람 작으로 <청산, 유수>를 보러 들어갔다. 사실 원래부터 계획표에 예정되어 있던 영화는 아니었는데, 해당 시간에 보고 싶던 영화 예매에 실패해서 급히 대체 작품을 찾다가 만나게 된 영화였다. 차선책으로 선택한 작품이었던 만큼 별 기대를 하고 있진 않았는데, 영화는 로드 무비의 정석을 따라가며 연신 흥미진진한 인물 구조와 서사를 관객에게 선보였다. 첫 관람부터 시작이 좋았다.

 


- 다음 편에서 계속

 

 

[윤아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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