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하이틴 성장물의 교과서 [드라마/예능]

넷플릭스 드라마, <빌어먹을 세상따위>
글 입력 2021.10.0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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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스러운 제목에 줄거리를 읽어볼 생각도 안 하고 넘기기 일쑤였던 넷플릭스 드라마, <빌어먹을 세상따위>. 먼저 본 친구들이 꼭 보라고 강추해서 봤지만 항상 2화까지가 한계였다.

 

하지만 진지한 건 싫고 시즌이 많으면 보기 전부터 진이 빠지는 것 같아 잘 보지 않다 보니 볼 콘텐츠가 없었고, 이제까지 외면해 온 <빌어먹을 세상따위>는 한 편당 20분에 시즌 2 내외라는 내가 가장 선호하는 분량의 드라마였다. 식사 시간에만 틀어놓고 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켰던 <빌어먹을 세상따위>는 친구가 예상한 대로 내 인생 드라마가 됐다.

 

자신을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하는 소년 제임스는 감정이 없는 것처럼 어릴 때부터 동물들을 죽이거나 아빠가 산 튀김기에 손을 집어넣는 등의 행동을 하고, 학교에서는 항상 혼자 지내며 사람을 관찰한다. 여느 때처럼 혼자 점심을 먹는 제임스 앞에 언행이 거친 전학생 앨리사가 멈추고 앨리사는 처음 본 제임스에게 시비를 건다.

 

동물에 이어 사람을 죽이고 싶어 했던 제임스는 학교 일과가 끝난 후 혼자 앉아있는 자신에게 다가온 앨리사와 사귀는 척하고 앨리사를 죽이기로 한다. 말도 안 되는 개연성이지만 언제, 어떻게, 어디서, 누구랑 사귀어도 이상할 게 없는 십 대들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자신을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하는 소년과 반항적인 소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서로를 통해 구원받는다는 내용은 하이틴 드라마, 영화 속 진부한 소재다. 내가 매번 2화까지만 보고 하차했던 것도 너무 많이 본 내용이어서였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지 안 봐도 알 것 같으니까.

 

하지만 매번 넘지 못했던 2화의 벽을 넘고 나서부터는 섣부른 판단을 했다고 느꼈다. <빌어먹을 세상따위>의 배우, 연기, 편집, 삽입곡은 이 진부한 소재를 신선하게 풀어냈고 깊은 여운까지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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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사이코패스라고는 하지만 유약해 보이는 제임스,

귀여운 얼굴에 작은 체구지만 반항아스러운 앨리사와

어떻게 이렇게 딱 맞는 배우들을 캐스팅했을까.

 

 

감정에 너무나도 솔직한 앨리사의 똘끼 가득한 모습은 정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애정과 스트레스를 풀어내려는 행동과 자기방어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을 매 화를 거치며 알게 되자 그저 짠하게만 느껴졌다.

 

<빌어먹을 세상따위>는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한 앨리사와 제임스의 속마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시청자들만 알 수 있게끔 연출했는데 하이틴 성장물이라 더 와닿는, 통째로 외우고 싶을 정도로 인상 깊은 표현들이 많이 나온다.

 

그중에서 하나만 꼽자면 이 장면 속 앨리사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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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세상따위> 시즌 2 7화 엔딩

 

 

시즌 1에서는 새아빠와 엄마에 대한 반항으로 집을 나온 앨리사와 함께 떠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아빠의 차를 뺏어 앨리사의 친아빠를 찾아 나서는 여정이 담겨있다. 그 여정에서 앨리사와 제임스는 인생을 뒤바꿀 사건을 겪게 된다.

 

시즌 2는 2년 뒤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새로운 캐릭터 보니가 등장한다. 보니를 굳이 등장시켜야 했을까 싶었지만 시즌 2가 전하고자 하는 '트라우마', '피해자', '극복'이라는 주제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캐릭터였다고 느꼈다.

 

시즌 1에서 마무리해도 괜찮았을 정도로 납득이 가능했던 엔딩은 시즌 2에 대한 기대치를 더욱 높였다. 난 시즌 2가 이미 나온 상태에서 연달아 봤지만, 시즌 2가 스트리밍 되지 않았을 때 기다리던 팬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화상 자국이 있는 쪽 손이 징그럽다며 잡지 않았던 앨리사가 시즌 2에서는 먼저 화상 자국이 있는 쪽 손을 잡게 됐다든지 감정 표현에 무뎠던 제임스는 울고 웃고 앨리사에게 사랑한다 고백까지 할 수 있게 됐다든지, 시즌 1과 달라진 앨리사와 제임스의 행동이 나올 때마다 왠지 모르게 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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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그들 이야기가 보고 싶으면서도 완벽하게 꽉 닫힌 결말로 끝난 시즌 2 엔딩의 여운은 언제쯤 가실지 모르겠다. 어디선가 실제로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입체적인 캐릭터였던 앨리사와 제임스.

 

<빌어먹을 세상따위>를 하이틴 성장물의 교과서라고 말하고 싶다.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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