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타벅스는 정말로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가?

스타벅스가 내세운 '리유저블' 컵 시스템에 관한 의문점.
글 입력 2021.10.0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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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보호가 중요해진 요즘, "리유저블 컵"에 관해 들어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리유저블 컵, re-useable, 말 그대로 다시 쓸 수 있는 컵이다. 일회용 컵과 달리 '다회용'컵인 셈이다. 그러면 텀블러나 보온병이랑 별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 왜 새로운 용어를 쓰는지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듯, 리유저블 컵은 텀블러나 보온병과 당연히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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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컵이 리유저블컵이다.]

 

 

리유저블 컵 : 다회용 컵. 여러 번 쓸 수 있지만, 오래 쓰지 못한다. 리유저블 컵을 만져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생각보다 컵이 말랑말랑(?)하다. 일회용 컵보다는 단단하지만, 텀블러보다는 말랑말랑한 이 리유저블 컵은 '20회 정도'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거의 매일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마시는 나는 (부득이한 상황이 아닌 이상 텀블러를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리유저블 컵을 한 달도 채 못 쓰고, 결국 '버려야' 한다.

 

그럼에도, 20개의 일회용 컵보다는 1개의 리유저블 컵이 어쩌면 플라스틱 양을 줄일 수 있어 보이긴 한다. 하지만, 결국 또 다른 플라스틱 생산과 폐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스타벅스는 앞장서서 환경을 보호 하겠다는 의지 아래에서 '리유저블 컵' 이벤트를 이따금씩 실시하는 것에 더불어, 머지않아 '리유저블 컵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려는 고객들에게 보증금을 받고 리유저블 컵에 음료를 담아 제공하고, 음료를 다 마신 고객은 그 컵을 버리는 대신 반납하는 시스템을 새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전부터 스타벅스는 커피 전문점의 대표 브랜드라는 명성과 책임감으로 인해(?)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해왔다. 스타벅스 매장에 방문하면 환경보호에 동참해달라는 문구와 함께 개인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갈 경우 할인 혹은 추가 별 적립을 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 포스터가 게시되어 있다. 개인 텀블러로 음료를 주문할 시 할인해주는 서비스는 대형 프랜차이즈 중 스타벅스가 주도해왔고, 이후 다른 프랜차이즈들과 개인 카페들은 웬만하면 개인 텀블러 사용에 할인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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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의 종이빨대]

 

 

또한, 스타벅스는 아이스 음료를 담아주는 일회용 컵의 뚜껑에 빨대 구멍을 없애고, 빨대 없이 맨입에 마셔도 편한 모양으로 바꾸었다. 빨대 역시 종이 빨대로 바꾸었고 (이 빨대를 향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여전하지만) 빨대를 요청하지 않는 이상 제공하지 않는다. (제공 여부는 지점마다 다르다).

 

스타벅스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회원 시스템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진행되는데, 쿠폰에 도장을 찍어주는 대신 어플리케이션에 '별을 적립하는 것', 시즌에 따라 'e-프리퀀시를 적립하는 것'은 종이를 아끼고자 하는 환경 보호 목표에서 나온 것이며, 몇 년 전부터는 그 회원들에 한해 '스마트 영수증'을 발급하며 영수증 생산 역시 줄였다. (이전에 쓰인 지류 영수증은 환경 보호 용지였다.)

 

이렇게 보면 스타벅스는 정말로,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위에 언급된 환경 보호를 위한 시스템들은 스타벅스가 먼저 시도하거나 혹은 스타벅스라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동참함으로써 다른 커피 전문점과 기타 다른 매장들에도 도입된 경우가 많았단 점을 고려하면, 스타벅스는 선한 영향력을 주는 '착한 기업'처럼 보인다.

 

글 초반부에 언급한 '리유저블 컵 시스템' 역시 이전에 스타벅스가 해왔던 것에 호의적이었던 사람들의 반응을 기대하며 내세운 야심찬 프로젝트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리유저블 컵을 홍보하기 위해 꽤나 오래전부터 프리퀀시 적립 이벤트 상품으로 리유저블컵을 제공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리유저블 컵에 관한 행사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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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을 수거함에 버린 뒤 SNS에 인증을 하면 리유저블 컵을 제공해주는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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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메뉴를 주문하면 리유저블 컵에 담아서 제공해주는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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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았던 리유저블 컵]

 

 

나 역시 이벤트에 한번 참여한 적이 있었다. 텀블러를 애용하는 입장이고, 스타벅스의 기존 행보에 호의적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이벤트에 참여하고 리유저블 컵을 받았었다.

 

그런데 이제 이 스타벅스의 환경 보호 캠페인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 건, 내 손에 들린 리유저블 컵 안내서에 적힌 '20회 이내로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라는 문구를 보고 나서부터였다. 머지않아 내가 이걸 다시 버린다면, 이벤트로 '공짜 유사 텀블러'를 받을 수 있어서 우르르 몰려간 사람들도 곧 이 컵을 버린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약 20일 뒤 플라스틱 쓰레기가 대량 생산된다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튼튼하지 않은 이 리유저블 컵을 이용할 때 몇 번이고 뚜껑이 갑작스레 열려 음료가 쏟아지는 경험도 하고 나니, 리유저블의 장점 (일회용 컵과 달리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는)보다는 단점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겉으론 획기적인 것처럼 보였던 이 리유저블컵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도입된다면, 정말로.. 환경 보호에 앞장 서는 스타벅스인 것일까? 어차피 계속 버려질 플라스틱만 계속 주구장창 생산해내는 기업에 멈출 것 같아 보인다.

 

그럼에도, 스타벅스는 MD(텀블러나 머그컵 같은 굿즈 상품) 맛집답게, 리유저블 컵의 디자인에 힘을 주고, 앞서 언급한 튼튼하지 못하다는 단점을 보완한 뒤 꽤나 멋진 리유저블컵을 새로 들고 나와, 또 다른 이벤트를 며칠 전에 진행했다. 그리고 나는 우려했던 모습을 목격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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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당일 올라온 SNS 글]

 

 

이 리유저블 컵이 곧 버려질 또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라는 것을 간과한 채, 아니면 어쩌면 전혀 모른 채, 줄을 서서 1시간이 넘도록 대기하고 음료를 주문한 뒤 리유저블컵을 받아 인증하는 사람들의 후기는 sns에 넘쳐났고, 지쳐가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들도 쏟아져 나왔다.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곧 버려질지 의문이다. 당장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없었을지 몰라도, 결국엔 조삼모사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또한 그 리유저블 컵을 받아 간 사람들 중에 몇이나 그걸 들고 다니면서 음료를 담아 마실지 모르겠다. 다시 구석에 처박힐지도 모를 그 플라스틱 컵. 그리고 다시 일회용 컵을 사용할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 본다.

 

그리고 스타벅스 매장에는 여전히, "MD 맛집"답게 아기자기한 MD들이 즐비해있다. 스타벅스의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시즌별 MD들. 선선해지면 가을이 왔다고 가을 MD를, 연말이 다가오면 크리스마스라고 크리스마스 MD를, 새해가 되면 새해 MD가 전시되고, 사람들은 또 줄을 서서 저 MD들을 산다. 줄을 선 사람들을 위해 스타벅스는 무수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고, 팔리지 않은 플라스틱 제품들이 무수히 버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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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정말로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가? 의도는 좋았지만 이후 발생될 또 다른 환경문제를 생각하지 못한 성급한 이벤트였을까, 아니면 그동안 쌓아온, '환경 보호에 앞서는 착한 기업'이라는 가면을 쓰고 단기적으로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에 눈이 먼 것일까. 스타벅스가 오랫동안 커피전문점의 대명사로서의 역할을 해온 만큼 진정한 환경 보호의 대안이 정말로 '리유저블 컵'인지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 참고로 별 적립을 하지 않는 비회원 고객들의 텀블러 할인은 고작 3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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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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