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험 기간엔 책상 정리가 제일 재밌는 우리에게 필요한 책 - 내 마음이 불안할 때 [도서]

글 입력 2021.09.1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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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유명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이유로 활동을 중단한 일이 있었다. 이전까진 알지 못했던 불안장애 및 공황장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계기였다. 그 무렵, 같은 동아리 친구들과 소규모 MT를 갈 일이 있었고 우리는 밤늦게까지 술을 주고받다 우연히 '불안'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놀랐던 점은 대부분이 공황 및 불안 장애로 알려진 내용과 비슷한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죽을 것 같고, 식은땀이 나며 쓰러지는 큰 증상부터 심장이 두근거리는 경미한 증상까지. 이전엔 몰랐지만 알고 보니 공황, 불안 장애 증상이었다는 경험담이 쏟아져 나왔다.

 

서로의 경험과 감정을 공유한 그날 밤, 어쩌면 정도는 달라도 우리 모두 불안을 느끼며 살아가는구나 생각했다. 때로는 금방이라도 나를 집어삼킬 위험한 존재로, 때로는 공기 중 산소나 이산화탄소처럼 자연스러운 존재로 함께하는 불안을 우리는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할까?

 

사람들은 오랫동안 답을 찾아 헤맸고 지금까지 많은 책과 콘텐츠들이 나름의 방안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심리학 도서들이 그러하듯 불안에 대한 책들 중에서도 이론적 접근에 치중해 제언 수준의 해결 방법만 제시하곤 사라져버리는 책들이 허다했다. 추상적인 이야기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심리학 도서 자체에 대한 회의가 생겨났고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랫동안 심리학 도서 섹션은 둘러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제니퍼 섀넌의 책 <마음이 불안할 때>는 그들과는 다르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는 '왜'에 대한 대답보다 '그래서 어떻게'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뿐만 아니라, 불안에 접근하는 이 책의 방식은 아주 색다르며 이어 등장하는 해결 방법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래서 이 책을 또래의 다른 친구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었다. 특히, 시험 기간이면 책상 정리가 제일 재밌다고 말하고 정각부터 공부를 시작하겠다며 5분, 10분씩 할 일을 미루는 나의 수많은 친구들에게 말이다.

 

 

 

우리는 몽키에게 바나나를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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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불안'을 날뛰는 몽키에 비유한다. 마음속 몽키들은 불확실한 위험 앞에서도 시끄럽게 경고를 보내며 불안을 자극한다. 시끄러운 경고음을 재빨리 끄기 위해 우리는 저마다의 전략을 펼치는데 이게 바로 안전 전략이다. 불안한 마음을 피하기 위해 다른 것으로 주의를 돌리거나, 아예 그 일을 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지금 당장 시험이 코앞인데 책상 정리하기, 마감기한이 코앞인 채용 공고를 보고 이미 늦었다는 핑계로 자기소개서 쓰기 자체를 포기하기, 다 잊어보겠다는 마음으로 운동에 몰두하거나 술을 진탕 마셔버리기 등이 있다.

 

'불안하면 명상도 하고, 운동도 해서 불안을 다스려야 하는 게 맞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오랫동안 알려진 불안 대처 방식이 그러했고 나 또한 그렇게 하는 게 효과가 있다고 굳게 믿어 왔다. 그러나, 저자는 오히려 이는 몽키가 만들어낸 실재하지 않는 위협을 인정해버리는 꼴이며 몽키에게 먹이를 던져줘 불안을 강화하는 사이클을 만들어내는 행동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여태까지 속 썩이는 몽키에게 성실히 먹이를 주며 잘 자라라고 보살펴 준 것이었다!

 

 

 

몽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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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금까지 무럭무럭 키워온 몽키를 어떻게 대해야 우리는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저자는 우리가 가져야 할 새로운 마인드셋부터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차트, 행동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해결 방법 부분에 책의 마지막 장 정도만 할애했던 기존 책들과 달리 <마음이 불안해질 때>는 책의 반 이상을 해결 부분에 투자한 만큼 다채로운 방식과 구체적인 설명을 담고 있다.

 

불안을 재빨리 다스려야 한다는 기존 통념과는 달리 이 책은 불안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오히려 몽키가 원하는 안전 전략과 반대로 행동할 때 몽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불안을 마주할 때의 불편감을 잠깐 참으면 사실 그 불안은 별 거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험공부를 해도 시험을 못 볼까 봐, 완벽하게 할 수 없다면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책상 정리부터 하고 있었다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지금 당장 책을 펼쳐 공부를 시작하라는 게 저자가 생각하는 불안에 대처하는 올바른 접근 방식이다. 우리가 불편감을 감수하고 오롯이 불안을 마주할 때, 불안 사이클의 고리가 끊어지기 시작한다.

 

이 외에도 책에는 기존의 불안을 만들어내는 몽키 마인드셋, 이에 반대되는 확장 마인드셋, 그리고 몽키 마인드셋에 따라 자신이 행했던 안전 전략과 그에 반대되는 확장 전략, 자신이 목표하는 가치와 그 과정에서 수반될 불편한 감정들을 정리해볼 수 있는 차트를 제공한다. 그에 더해, 웰커밍 호흡처럼 행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법들도 제시되어 있으니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맞게 적절히 활용해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각 방법을 설명할 때마다 저자가 상담을 진행했던 사례 및 예시도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첨부해두어 자신과 비슷한 상황 하나쯤은 충분히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자꾸 할 일을 미룬다' 등 현재 상황과 일치하는 예시들이 있어 나에게 필요한 마인드셋과 전략은 무엇일지 면밀히 참고할 수 있었다.

 

 

 

괜찮다, 그냥 다 괜찮다


 

불안의 원인은 크게 불확실함에 대한 두려움, 완벽주의, 과도한 책임감이라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고 한다. 각 원인에 대한 확장 마인드셋과 전략을 보며 "No pasa nada"라는 문장이 생각났다. 스페인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낼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자 그들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 문장인데 영어로는 'No problem. No worry', 한국어로는 '문제 없어, 괜찮아'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세부적인 내용들은 다르지만 결국 모든 확장 마인드셋과 전략은 '괜찮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조금 실수해도 괜찮아, 약한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아, 그냥 다 괜찮아.' 다른 사람들에겐 쉽게 해줄 수 있는 말인데 이상하게 자신한텐 해줄 수 없었던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젠 더욱 많이 해주고 싶은 말이다.

 

불안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이 어렵다면 조금 덜 힘들고 더 현명한 방법으로 그 불안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은 일부터 하나하나 실천하다 보면 거대해졌던 몽키는 아주 작은 크기로 줄어들 것이고 한 손으로도 쉽게 몽키를 다룰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모두가 작은 몽키를 마음대로 다룰 줄 알게 되기를 바란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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