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늘 하루 시간 잘 보냈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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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우리집에 놀러 오면 하시는 말씀이다.
우리집에 있으면 시간이 빨리 가서 좋다고 하신다. 할머니에겐 하루하루가 억지로 써야만 하는 시간인 것이다. 언제는 마라탕을 먹은 적이 있는데 할머니가 맛있다고 다음번에 또 시켜 먹자고 우리집에 돈을 놓고 가신 일이 있었다.
또 내가 사놓은 ‘눈을 감자’를 함께 먹은 적이 있는데 과자가 달지도 않고 자기 입맛에 딱 맞는다고 하셨다. 자기는 슈퍼에 가면 어떤 과자가 맛있는지 모르니 사 먹을 수가 없다고 하셨다. 나는 바보같이 그저 할머니가 과자를 싫어해서 안 드시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애초에 뭘 먹어야 하는지 모르니 못 먹는 거였다. 마음이 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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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가게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어느 할머니께서 거신 전화였다.
자신이 살면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처음 먹어본다고 하셨다. 오늘도 주문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스티커를 보시곤 편지도 잘 받았다고 하셨다. 신세대의 음식을 처음 먹어봤는데 입맛에 딱 맞는다고 말씀해 주셨다.
계속해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고맙다는 인사 일 년 치를 다 들은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그 음식을 포장할 때 선물을 할 것이니 가격표를 자르고 배달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할머니의 자녀분께서 음식 가격을 보곤 놀라실 할머니를 위해 배려한 것 같았다.
사실 아르바이트할 때 전화 받는 게 너무 싫었는데 이런 전화를 받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슬퍼졌다.
노인 소외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었지만 조금은 먼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직접 겪어보니 너무나도 심각한 문제였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들에겐 당연하지 않은 게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전단지가 사라져 음식을 시키려면 인터넷이나 앱에 들어가야 하며 그걸 모르는 어르신은 그저 모른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항상 이 문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인력 부족과 현실과 이상의 차이 같다. 같은 설명을 반복해서 안내해야 하며 가끔은 편향적인 구시대의 말들을 들어야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 말이다.
현재는 코로나로 모이지 못해 줌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줌으로 어르신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그래도 이제 백신을 맞기 시작했으니 상황이 조금은 더 나아지며 그들에게 하루를 억지로 보내야 하는 것이 아닌 내일이 기대되는 하루가 되기를.
[황수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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