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변화를 수용하는 사람들 - 아티스트 [영화]

시대에 맞춰 변하는 사람들
글 입력 2021.08.2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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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미디어가 빠르게 발전한 시대에 무성 영화를 만나긴 쉽지 않다. 이유를 꼽아보자면, 시대가 바뀜에 따라 사람들은 안 들리는 것보단 들리는 것에 더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즉 매체 수용의 결과이다. 사람은 변화를 원한다. 좀 더 새롭고 재밌는 것.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성 미디어 시대를 지나 유성 미디어 시대에 도달해 미디어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며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가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떤 이에게는 비상의 계기가 되고, 어떤 이에게는 좌절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을 그려낸 영화, 미셀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의 아티스트(The Artist, 2011)이다.


<아티스트>의 감독 미셀 하자나비시우스는 무성·흑백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F.W. 무르나우, 알프레드 히치콕, 프리츠 랑, 존 포드 감독 등에 대한 애정으로 ‘아티스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무성·흑백영화의 첫 규격이었던 1.33:1 포맷으로 비율을 맞추고 크레딧, 자막, 화면 구성, 편집 또한 마찬가지로 무성영화 양식을 따랐다. 그 시대 무성영화 열풍을 일으킨 감독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바뀌게 되는 순간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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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주인공 조지(장 뒤자르댕)는 1927년, 그 시대 최고의 무성영화 배우이다. 그는 무성영화 배우로 높은 위치에 올라 승승장구 중이었다. 본인 영화가 끝난 뒤 포토 타임을 갖는 동안 배우를 꿈꾸는 페피(베레니스 베조)가 눈에 들어온다. 페피는 영화배우를 꿈꾸며 단역부터 조연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인물이다. 페피는 영화 촬영 도중 우연히 탭댄스를 연습하다가 조지를 만나 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둘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던 중 조지에게 영화사는 제안을 한다. 바로 소리를 영화에 넣어보자는 이야기였다.


조지는 유성영화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관객들은 소리가 아닌 자신을 보러오는 것이라고 영화사에 일침을 가한다. 그러나 대기실에 온 그는 무언가 변화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유리컵 소리, 개 짖는 소리, 바람 소리, 여자들의 웃음소리 등 그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 뒤, 조지는 유성영화로 완전한 전화를 꾀는 영화사에 자신은 자신만의 무성영화를 만들겠다고 나와 계단을 내려가던 중 계단을 올라가는 페피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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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피는 자신이 나온 영화사와 계약하여 유성영화 배우로 도약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그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영화사를 나와 조지는 자신이 소유한 모든 자산을 투자해 <사랑의 눈물>을 제작하고 있었다. 그동안 페피는 유성영화 시대를 연 최고의 배우로서 승승장구하는 중이었다. 조지의 영화 개봉일이 10/25일로 확정 되던 날 페피의 <애교점>도 같은 날에 상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던 조지는 페피가 무성영화 배우는 입만 벙긋거리는 앵무새라는 말을 듣고 씁쓸함을 느낀다. 개봉일이 되고 조지의 <사랑의 눈물>은 조지의 몰락을 보여주고 페피의 <애교점>은 흥행한다. 흥행 참패 후 조지는 자산을 탕진하고 몰락한다. 조지의 망가진 모습에 페피는 조지를 지켜주려고 노력한다. 그러한 노력이 결실을 보아 페피는 조지를 다시 영화계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며 조지와 페피는 탭댄스를 추며 영화는 끝을 맺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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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속 조지는 무성영화, 페피는 유성영화를 나타낸다. 무성영화 배우로 조지가 소리를 인식하는 장면에서 조지는 큰 두려움을 느낀다. 그 모습은 바로 그 시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전환을 시도할 때 느꼈던 그 당시 배우들의 두려움, 또는 몇몇 사람들의 두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변화란 모두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변화란 두려움, 초조함, 즐거움, 이로움을 동반한다.


그중 조지는 두려움을 느끼고 몰락하고 만다. 조지의 성공과 몰락은 바로 무성영화의 성공과 몰락이다. 무성영화의 전성기 1927년을 지나 1930년대에서는 무성영화는 완전한 몰락을 했다. 영화에서 이러한 변화를 표현하는 여러 기법이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조지와 대비되는 올라가는 페피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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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레스토랑에서 묵묵히 밥을 먹는 조지와 활발히 웃으며 인터뷰를 하는 페피의 모습은 무성영화의 몰락을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흐른 뒤 양복점 창문에서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조지는 자신의 존재가 필요 없어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화려했던 자신의 시대는 저물고 새로운 변화를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조지는 유성영화 시대로의 완전한 전환을 받아들이고 자신도 그 안에서 살아가기를 다짐하며 끝이 난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들



영화의 역사로 봤을 때 영화의 시작은 사진이었다. 1895년, 영화의 탄생을 이뤄낸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는 영화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을 정도로 이야기 없이 움직이는 것들을 찍은 것뿐이었다. 기차 플랫폼에서 내리고 올라타는 사람들 <기차의 도착>, 물 만 뿌리는 사람들을 담은 <물 뿌리는 사람> 등 그저 움직이는 사진일 뿐이었다.

 

그러나 관객들 그조차도 즐거워하며 1프랑의 입장료를 내고 영상을 관람했다. 1908년, 프랑스 ‘필름 다르(Film D’ Art)‘ 운동이 일어나게 된다. 이 운동은 연극을 영화로 찍어 상영하는 방식으로 장편영화로의 전환을 꾀했다. 그 뒤로 영화는 편집을 시작하고 점차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가 되어갔다.


역사적으로 유성영화의 첫 등장은 1926년이다. 이는 영상과 음악을 합성하여 상영된 것으로 그 이전에는 상영관 안에 오케스트라가 같이 연주하여 상영되었다. 진정한 의미의 유성영화가 나온 건 1928년이다. 유성영화는 1930년대 대중적으로 확산하였으며, 소수의 찰리 채플린 같은 영화인만 무성영화를 지속해서 제작했을 뿐 90%는 유성영화로 영화를 제작했다. 그 이후 점차 유성영화는 확실히 자리를 잡고 지금의 영화가 되었다.


변화는 계속해서 이루어진다. <아티스트>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냈다. 변화가 모두 좋을 수만은 없다. 두렵고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다수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또 다른 시도를 도와준다. 영화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 에어팟, 스마트워치 등 정말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


대중들, 관객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한다. 그 수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자신만의 것으로 받아들여서 뉴레트로, 뉴미디어 등 아날로그로 돌아가자는 움직임 속에 옛것을 현대의 것과 융합 시켜 사용하는 것 또한 유행이다. 이 모든 흐름을 받아들이긴 벅찰 정도로 빠르고 다양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속에서 조지처럼, 페피처럼 또는 다른 인물처럼 변화를 자신만의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살아갈 것이다.

 

 

[나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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