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국 대중가요가 사랑을 설명하는 법 [음악]

글 입력 2021.08.0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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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오랜 시간 '관계'에 관해 이야기해 왔다. 일상 속 대화부터 예술의 주제, 때로는 사회의 의제가 되기까지, 여러 관계에 대한 고찰은 다양한 종류와 형태로 모습을 달리해 왔다.

 

그중 한국의 대중가요는 관계의 여러 표현 형태 가운데 특히 ‘사랑’에 주목하곤 했다. 더 많은 대중이 쉽게 소비해야 한다는 장르의 특성상, 그 종류와 형태가 다양함에도, 한국 대중가요 속의 여러 관계는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응축되거나 정리되어 표현되었다.

 

그러나 한국 대중가요는 오랫동안 사랑이라는 라벨 아래 복잡한 관계를 다양한 가사를 통해 설명해 왔다. 그 가운데 몇 곡을 선정해 가사에 초점을 두고 각 곡이 말하는 사랑의 형태와 방식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감정에 자신을 맡길 수 있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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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작’은 ‘네가 좋다’라는 감정에 몸을 맡길 수 있는 용기로부터 비롯된다. 자식, 반려동물, 친구, 연인 등 다양한 대상을 향한 이 감정은 조건을 따지지 않는 순수이며, 그렇기 때문에 강렬하고 소중하다.


 

난 네게 말하고 싶어

너를 사랑하고 있다고

모든 것을 네게 주고 싶다고

어떡해야 내 마음을 알겠니

네가 나의 전부라는 걸


네가 나의 모든 거야

 

- 박기영, <시작> 中 -

 

 

1999년에 발매된 박기영의 ‘Promise’ 앨범의 타이틀곡 <시작>은 이 용기가 잘 표현된 곡이다.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줄 수 있다는 표현은 다소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군더더기 없는 진솔함은 상대가 곧 나의 전부라는 굳건한 의지이자 낭만이다.

 

한편 순수한 용기를 동반하는 사랑의 형태는 본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때 설득력이 있다. 거짓으로 이루어진 관계에 임하고자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네가 좋아 너무 좋아

내 모든 걸 주고 싶어

너에게만은 내 마음

난 꾸미고 싶지 않아

 

- 일기예보, <좋아좋아> 中 -

 

 

한때 신촌으로 향하는 길에 항상 플레이리스트에 넣어 두었던 일기예보의 <좋아좋아>는 1996년에 발매되어, 마찬가지로 유명한 <인형의 꿈>과 함께 해당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이 되었다. 마음을 꾸미고 싶지 않다고 표현했지만, 어쩌면 꾸밈없는 감정에의 몰입에 불필요한 장식은 필요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재단(裁斷)으로부터의 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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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s a losing game’이라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곡 제목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갈증은 그 관계에 임하는 대상을 패자로 만든다. 모든 이가 사랑을 대할 때 용기 있는 것은 아니며, 때문에 많은 이가 관계의 양이나 질, 모양과 깊이를 따지는, 그 자체로 괴로운 행위를 거듭한다. 이렇듯 감정에 따른 부수적인 갈증은 크고 작은 두려움과 아픔을 동반한다.


 

말해줘요 처음인가요

나만큼요 빠진 거 맞죠

다 알고 싶어요

내 맘이 그대보다 깊은 건 아닌지

바보처럼요


- 레드벨벳, <처음인가요 (First Time)> 中 -

 

 

<처음인가요>는 2016년에 발매된 걸그룹 ‘레드벨벳’의 앨범 ‘The Velvet’의 수록곡이다. 관계를 재단하는 행동이 ‘바보’같다고 느끼고 있음에도 상대의 마음을 알고 싶다는 걱정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가사는 많은 리스너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 사람 돌아보지 않아요

사랑에 약속하지 않고요

(...)

오 날 살게 하던 총명한 말 마디마디

겨우 미워해 봐도 잊혀지진 않네요

(...)

Why i love you why you


- 아이유, <그 사람> 中 -

 

 

2019년에 발표된 아이유의 앨범 ‘Love Poem’ 속 수록곡 <그 사람> 또한 관계의 재단에서 오는 갈증, 그리고 그로 인한 아픔을 담았다. 평등하게 지워지지 않는 관계의 무게는 노래 안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된다.


 

원하고 원망하죠 그대만을

내게 다가올 시간을 힘겹게 만드는 사람

그대 지난 날들을 그대의 아픈 얘기를 모르고 싶은걸

(...)

원하고 원망하죠 그대만을

내게 다가올 내일을 후회로 만드는 사람

이런 내 맘을 혼자서 얘기할게요

그댈 너무 사랑해요


- 애즈원, <원하고 원망하죠> 中 -

 

 

2001년에 발매된 애즈원의 곡 <원하고 원망하죠>는 ‘원하고 원망하죠’란 표현을 통해 이 모든 행위를 정리했다. 원하기 때문에 원망하게 되는 양가의 감정은 다가올 내일을 힘겹게 하고, 또 후회로 만든다.

 

감정과 관계의 깊이는 객관적으로 재단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재단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정도가 같은 ‘평등’한 감정의 존재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세 곡은 그에 관한 솔직한 표정이 담긴 토로다.

 

 

 

이름을 잃은 마음의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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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 불리는 모든 관계가 아름답지만은 않다. 전부를 내던지고 싶고, 같은 양과 질의 사랑을 추구하다, 때로는 원하고 원망하는 감정 속에서 관계는 그 이름을 잃기도 한다. 그동안 사랑이라고 여겼던 관계를 부정하거나, 상대를 향한 감정 자체에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Leaving is fine 떠나는 건 괜찮아

It's just I don't wanna be falling behind again 그저 난 또다시 뒤로 남겨지기 싫은 거야

like every time, like every moment in the end 항상 그랬듯, 모든 마지막 순간처럼 말야

(...)

you could only fix it but my lips won't let me tell the truth 오직 너만 고칠 수 있지만, 그 사실을 내 입으로 말하진 않을 거야

tell me how not to get hurted or broken 상처받지도, 부서지지도 않는 방법을 알려줘

even If you can't afford loving me anymore 네가 날 더 이상 사랑할 수 없게 돼도 말야


- 백예린, <0310> 中 -

 

 

2019년 ‘Every letter I sent you’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발매된 <0310>은 관계에서 도망치고자 하는 혼란스러운 사랑의 감정을 나타냈다.

 

독특한 것은 상대와의 대화로 표현된 일화를 가사로 풀어내어 청자로 하여금 관계를 유추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사랑하지만 그 때문에 도리어 멀어지고 싶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상대와 자신의 감정을 동시에 부정하는 섬세한 혼란이 인상적이다.

 

 

We're falling in&out falling in&out

날 어지럽게 해 넌 신비로워

(...)

너와 있고 싶어

화나게 하고 싶어

이랬다저랬다 나도 내 맘 모르겠어 

(...)

가끔은 너의 감정이 쓰고 어떤 날은 넘칠 만큼 큰데

Tell me tell me 어떻게 하면 돼?


- 레드벨벳, In & Out 中 -

 

 

마찬가지로 2019년에 발매된 레드벨벳의 ‘'The ReVe Festival' Finale’ 앨범 속 수록곡 In & Out은 빠른 템포와 함께 관계의 혼란을 더욱 부각시킨다.

 

상대를 마음껏 좋아하고 사랑해주고 싶다가도, 반대로 화를 내게 만든 후 관계의 건재함을 확인받고 싶고, 그 과정에서 쓰기도 달기도 한 감정을 느끼다 보면 관계의 이름을 무엇이라 명명해야 할지 막막해지는 것이다.

 

 

 

다른 일상을 위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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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관계를 통해 상처받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른 관계를 통해 성장한다. 하지만 한 관계에서 벗어나 다른 관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의 속도는 개인마다 각자가 속한 환경, 그리고 감정의 처리 방식이라는 다양한 측면에서 충분히 다를 수 있다.


 

매일 조금씩 보여 줄게 내일 조금 더 친해질 거야

지금의 모습 이대로는 너를 사랑하긴 모자라

나의 마음 모두 너에게 내어 줄 수 있도록 준비하는 날 기다려주겠니


- 애즈원, Day By Day 中 -

 

 

1999년에 발매한 애즈원의 Day By Day는 동명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천천히, 그렇지만 정확하게 상대와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소망이 담겼다. 속도가 느릴지라도, 상처가 수습되면 더 나은 관계, 그리고 그 대상과 함께 하는 새로운 일상을 만들 수 있다.

 

애즈원의 Day By Day는 새로운 관계가 탄생하기 전, 그에 임하는 각오를 다지는 그 모호한 순간을 포착한 특별한 곡이다.

 

 

 

관계의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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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기대하는 근본적이고 궁극적인 관계의 목적은 그 안에서 서로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일 것이다. 무엇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대상을 위해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은 존재들이 모여 함께 더 나은 내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분명 그 마음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세계로 이어질 것이다.

  

 

어제의 일들은 잊어 누구나 조금씩은 틀려

완벽한 사람은 없어 실수투성이고 외로운 나를 봐

(...)

월요일도 화요일도 봄에도 겨울에도 해가 진 무렵에도

비둘기를 안은 아이같이

행복해줘 나를 위해서


난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 그대를 만나고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난 다시 꿈을 꾸게 되었어 그대를 만나고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 이상은, <비밀의 화원> 中 -

 

 

2003년 발표된 이상은의 앨범 ‘신비체험’의 타이틀곡 <비밀의 화원>은 그가 우울증을 앓는 친구를 위해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곡을 듣다보면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하고, 새로 꿈꾸게 하는 상대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 사랑이며, 그로 말미암은 관계는 서로의 따뜻한 발전을 낳는다는 사실이 포근하게 다가온다.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 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

널 생각만 해도 난 강해져 울지 않게 나를 도와줘

이 순간의 느낌 함께 하는 거야 다시 만난 우리의..


-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Into The New World)> 中 -

 

 

2007년, 걸그룹 소녀시대의 데뷔곡이 된 <다시 만난 세계>는 이러한 아름다운 관계의 목적이 잘 표현된 곡이다. 사랑하는 대상과 함께 하는 관계 속에서, 헤맴과 슬픔은 더 이상 ‘나’를 괴롭힐 수 없다.

 

더불어 ‘내’가 강해지는 순간순간은 그 관계 안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며, 결국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만든다. 때문에 이미 ‘만났던’ 기존의 나는 이 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발전하며, ‘다시 만난’ 사랑이란 이름의 또 다른 세계 안에서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

 

노래는 듣는 사람을 그 때의 상황, 그 때의 감정 속으로 데려간다.

 

그동안 흘려 들었던, 혹은 들을 때마다 귀를 기울이던 곡들의 가사를 곱씹으며 다양한 기쁨을 누리는 하루를 보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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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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