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구 온난화 :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느리고 확실한 멸망

글 입력 2021.08.0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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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의 멸망은 영화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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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년 주기로 날아오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 전 세계의 사람들은 힘을 합쳐 소행성을 저지하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혹은 외계인이 지구에 침공한다. 비밀 연구소에서 실험하던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세계로 퍼진다. 핵전쟁이 발발한다….

 

앞선 문장들은 세계 멸망을 그리는 영화나 책들에서 종종 등장하는 상황들이다. 이 모든 것의 공통점이 있다. 너무 빠르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지구는 하룻밤 사이에, 심지어는 몇 시간 안에 종말과 마주하게 된다. 멸망이 일어난 후의 세계를 그리는 디스토피아 미디어는 어떨까, 이 역시 멸망의 과정을 세세히 과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지구 멸망이 일어난 후의 세계만 자세히 묘사할 뿐, 그 과정은 몇 십초 내외, 혹은 몇 문장 내의 짧은 분량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나 책과는 다르다. 지금, 현실의 우리는 우리가 쉽게 눈치 채기 어려울 만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파괴적으로 오는 멸망의 과정 속에 있다.

 

 

 

2. 지금 우리가 마주한 지구 멸망의 모습은


 

지구의 이상기후가 심상치 않다. 지난 14일 독일의 라인란트필로주와 노르트라인 베스트 필렌주 등 독일서부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독일 기상청이 ‘지난 100년간 전례없는 기록적인 강수량“이라고 일컬은 이 폭우로 해당지역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하천은 물론 거리가 폭우로 인해 급류에 휩쓸리면서 자동차가 망가지고 건물들이 무너졌다. 최소 173명자의 사망자가 나왔으며, 통신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실종자들의 수색에도 어려움이 있다.

 

홍수는 독일뿐만 아니라 인근의 네덜란드, 벨기에 등의 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 후로부터 열흘이 채 지나지 않아 중국 정저우시 허난성에서도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지하철에 갖힌 사람들이 가슴께까지 올라온 빗물에 두려움을 떨어야 하는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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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내린 폭우로 피해를 입은 거리와 주택들

 

 

느닷없는 폭우는 물론 폭염도 지구촌을 괴롭히고 있다. 올 여름 북미지역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하면서 바닷가에 있는 홍합이 폐사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높은 기온으로 인해 농작물이 너무 빨리 익어버리거나 말라서 죽어버리기도 한다. 높은 기온은 물론 건조한 날씨로 자연 산불이 발생해 거주지가 파괴되는 일도 잦다. 미국환경보호 단체인 컬럼비아리버키퍼가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폭염의 위험성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컬럼비아리버키퍼가 촬영한 연어들,

높은 수온으로 인해 몸에 상처가 나 있는 모습이다.

 

 

상처투성이로 헤엄을 치고 있는 영상 속 물고기는 태평양에서 콜롬비아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들이다. 영상이 촬영된 이 날 콜롬비아강의 수온은 21도였다고 한다. 이들의 상처는 높은 기온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화상으로 인한 것이다. 이런 폭염은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에어컨이 필요 없을 정도로 여름 평균 온도가 낮던 북미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난 주 열돔 현상 때문에 기록적인 더위를 경험했던 우리나라 역시 피해가 적지 않았다. 축사, 양식장 등에서는 폐사가 잇따랐으며 질병 관리청에 따르면 이 달 22일까지 온열질환자수는 589명,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7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3. 멸망을 대비하는 우리...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에 대한 대책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많은 나라들이 탄소배출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최근 EU는 탄소배출제로를 위해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는 아예 판매를 금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2050년까지의 탄소배출 감소를 위해 탄소중립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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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정책들로 환경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들은 우리의 삶의 양상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잠시 우리 삶을 돌이켜 보자. 21세기 지금 우리는 ‘소비 지향적’인 삶을 살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욱 더 무언가를 ‘소비’하기가 쉽다. 핸드폰을 열면 터치 몇 번만으로 음식, 옷 뿐은 물론 생필품까지 쉽게 구입할 수 있다. SNS를 들어가면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들이 쏟아진다.

 

소비가 나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한국에 살아가는 우리가 하는 소비는 많은 경우. ‘필수’보다 ‘취향’에 초점을 맞춘 소비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필수적이지 않은 소비의 다른 말은 ‘불필요한 쓰레기의 생성’이라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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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 지향적인 사회는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이 아직 ‘지속가능성’보다 ‘성장’에 큰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앞에서 말한 EU의 탄소국경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탄소국경세란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중, 즉 EU국가들로 수입되는 제품 중 EU국가 내부의 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는 조치다. EU는 이를 통해 타국의 탄소배출을 규제하고, 취득한 세금으로 환경사업을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일견 좋은 점만 있어 보이는 제도지만 EU는 이 탄소국경세를 통해 다른 국가에게 탄소배출에 대한 부담을 지우려고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EU가입국들이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해 온 탄소배출에 대한 제도는 미흡하다는 점에서 탄소국제도는 더욱 비판받을 대상이다. 겉으로는 환경보호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결국 EU국가들의 내수를 보호하고 지금까지 환경오염으로 고통받아왔던 개도국들에게 탄소배출에 대한 책임을 씌우며 자신들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성장 제일주의’ 이데올로기는 아직까지도 전 세계 제도의 바탕이 되어 지구온난화에 대한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4. 우리가 직면한 멸망의 가장 무서운 점.


 

한참 동안 인터넷을 돌아다녔던 말이 있다. 바로 ‘유병장수’라는 말이다. 일찍 죽는 것보다 오래 병을 앓으며 오래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공감하기 때문에 인기를 얻은 말이다. 아마 지금 우리가 환경오염에 더욱 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유병장수’한 삶을 살아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호주 국립기후보건센터 연구팀이 2019년에 내놓은 지구온난화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30년 뒤인 2050년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핵전쟁에 버금가는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한다. 높아진 해안선으로 인해 인도 뭄바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중국 광저우나 톈진, 방콕 등 해안선에 밀집한 도시들에서 인류생존이 불가능해지면서 10억 명 이상의 기후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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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난민의 증가와 동시에 식량부족 사태가 더욱 심각해진다면, 우리는 높아진 물가로 인해 쉽게 식량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난민의 증가로 인해 거주 문제도 위협받을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더욱 가속화된 부의 불평등은 아주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을 경제 위기로 내몰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경제적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때문에 지구온난화는 저 지구촌 멀리에서 일어나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내 미래의 의식주를 걱정해야 하는 지금 ‘우리의 문제’다.

 

그러나 기후문제는 앞에서 말했듯 확실하지만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인식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아무리 지구 온난화가 심해져도, 지구촌에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가 많아져도, 우리의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이상 우리는 기후 변화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인지 통계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폭염, 홍수 등 기후 변화에 따른 불안도는 오히려 매 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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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우리의 히어로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경제 성장과 기술 발전이 세상의 모든 일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3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는 세계에 퍼져있는 불평등과 빈곤, 기아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져 온 코로나 19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인류가 바이러스나 질병에서 자유로워진 것도 아니다.

 

따라서 경제 성장이나 기술 발전이 마법처럼 환경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예상 역시 환상일 뿐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뉴스에서는 각 분기별로 전 세계의 GDP 수치를 공개하며 그것이 절대적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지구상에서 손꼽히는 재벌들은 우주여행과 화성탐사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마다 우리가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곳은 지구라는 점을 잊은 듯 해 등골이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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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멸망의 위기에 처하면, 곧장 뛰어난 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이 등장하곤 한다. 그들은 빠르게 찾아온 지구의 위기를 눈 깜짝할 새에 해결한다. 하지만 현실의 멸망이 책과 영화에서 본 것과 다르듯이. 멸망의 해결도 책과 영화에서 본 것처럼 뛰어난 능력을 가진 몇 명의 히어로가 해결해 줄 거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살아남고 싶다면 우리는 지금부터 우리 삶의 양상을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육식을 멈추고, 지속가능성에 대해 탐구해야 한다. 우리의 히어로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환경문제에서 눈을 떼지 않고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금의 상황을 바꿔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권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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