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나는 지금 이렇다.

스물 여덟
글 입력 2021.08.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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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소개에 앞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으려 했다. 물음에 즉각 튀어나오는 대답을 적고 싶었다. 그래야 28살의 나를 꾸밈없이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멍한 눈으로 여름을 보냈다. 떠나가는 것이 많은 여름이었다. 사는 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붙잡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어지는 글은 남겨진 나의 일상과 생각에 대한 글이다. 나는 지금 이렇다.

 

  

Q1. 근황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내일이 와야 할 이유도, 딱히 오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도 없이 지낸다. 최근에 생긴 변화라면,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Q2. 글 쓰는 것은 좀 어떤지

 

김영하 작가가 ‘세상을 바꾸는 시간’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것을 보았다. 주제는 자기 해방의 글쓰기였는데,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인간은 글을 썼고 그로 인해 내적 해방을 얻었다는 내용이었다. 글쓰기는 인간의 최후의 권능이라는 그의 말에 공감이 갔다.

 

요즘 글을 쓰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이기도 하다. 흰 페이지에 첫 문장을 쓸 때만큼은 고통스럽지만, 막상 쓰기 시작하면 모든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글에 많이 의존하며 살고 있다.

 

글에 대한 애정이 깊어갈수록,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글을 자주 썼다가 지운다. 하지만 살아온 만큼 쓸 수 있는 것이 글이라고 믿기에, 없는 것을 포장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삶을 더 풍성하게 채워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더 많이 알고, 느끼고 싶다. 그리고 잘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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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최근 즐기는 취미가 있다면

 

예전에 봤던 영화들을 다시 보고 있다. 특히 20대 초반에 봤던 영화들을 다시 보면서 그때의 감상을 지금과 비교하곤 한다.


 

Q4. 인상 깊게 본 영화는

 

하나를 고르자면,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어바웃 타임>을 택하고 싶다. 2013년 겨울 수능이 끝나고 영화관에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많은 이들에게 인생 영화로 꼽히는 수작이지만, 나에게는 그저 그런 사랑 얘기 정도로 남았던 작품이다.

 

지금의 나는 <어바웃 타임>이 선택에 대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들은 필연적으로 희생을 동반함을 느낀다. 주인공이 자신의 가정과 아버지 사이에서 선택하는 장면에서 특히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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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에 있는 것들은 모두 나의 선택에 의한 것들이다. 동시에 다른 선택지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것들이기도 하다. 다행히, 포기한 것들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느낀다. 나에게 남겨진 것들에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이다. 몇 년 뒤, 다시 이 영화를 보았을 때도 지금과 같은 감정이었으면 좋겠다.


 

Q5. 과거에 나를 떠올리자면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못했다. 하기 싫은 일을 참아야 어른이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사회에 나오면 조금은 달라지겠지. 나이를 먹으면 덜해지겠지. 하는 핑계로 꾸준히 어른이 되기를 미뤘었다.

 

  

Q6. 현재는

 

적당히 타협할 줄 아는 지혜가 생겼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이 공존함을 느끼며 살고 있다. 비록 남들보다 많이 늦었지만, 더 늦게 깨닫고 싶었기에 나에게는 생각보다 이르다.


 

Q7. 지금 생각나는 문장 하나

 

‘미친 사람만이 생의 맛을 알 수 있다.’

 

에밀 아자르(로맹가리)의 소설 <자기 앞의 생> 표지에 실린 문장이다. 남들과 다르게 사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나에게 와닿는 말이다.

 

비록 올해 여름은 출근하고 퇴근하는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다가올 계절엔 일상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싶다. 그 마음이 일상에 묻혀 사라질까 무서워서, 계속 로맹가리의 말을 되뇐다.

 

 

 

#끝으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행복이 물밀 듯 들어올 때가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을 때가 있다. 비록 지금은 후자에 가까운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다시 넘치는 행복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올 것이라 믿는다.

 

그 시절이 오면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가족과 여자친구, 그리고 젊음을 같이 보낸 두 명의 형제 덕에 긴 터널을 지날 수 있었다고. 아직 오지 않은 시간보다 먼저, 이 글을 그들에게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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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균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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