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신비로운 악기, 바순 - 이은호 바순 리사이틀

글 입력 2021.07.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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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순. 이 악기는 우연히 본 유퀴즈에서 접한 것으로 내게 퍽 생소한 악기였다. 하지만, 이 악기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최근에 기악곡에 대한 관점이 변한 만큼 기악곡 연주회에 가고 싶었다. 이에 <이은호 바순 리사이틀>에 다녀왔다.

 

 

 

 

바순은 어떤 악기일까?

 

바순(bassoon)은 겹리드를 쓰는 목관 악기 중 베이스(bass) 음역대를 연주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악기를 독일에서는 파곳(Fagott), 이탈리아에서는 파고토(Fagotto)라고 부른다. ‘파곳’이라는 명칭에는 ‘막대기(stick)’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바순은 겹리드 악기로, 같은 겹리드 악기인 오보에와 비교하여 더 낮은 음역에 조금 더 부드러운 음색을 갖고 있다. 그런 이유로 바순은 오케스트라 내에서 다른 악기들과 매우 잘 섞이고 전체 음향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목관 악기에서 가장 낮은 음역을 담당하는 바순은 스코어(오케스트라 총보)에서 목관 악기 그룹 중 가장 아랫단에 놓인다. 목관 악기는 플루트 족 - 오보에 족 - 클라리넷 족 - 바순 족 순으로 스코어에 배열된다. 오케스트라 스코어 전체는 목관악기 – 금관악기 – 현악기 순으로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바순은 여러 가지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악기이다. 특유의 낮고 어두운 음색은 비극적이고 진지한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적합할 뿐 아니라 겹리드 악기 특유의 비음(鼻音) 느낌의 음색은 희극적인 상황을 묘사할 때에 효과적이다. 합주용 악기로 출발한 악기지만 독주 악기로서의 가능성은 비발디, 모차르트 등의 작곡가를 통해 이미 18세기에 제기되었으며, 낭만 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그 영역이 확장되어 왔다. (네이버 지식백과)

 

 

 

심란한 아름다움


 

바순의 연주를 듣다 보니 감미로운 소리와 그렇지 않은 소리가 공존했다. 베이스 음역대를 연주하는 악기인 만큼 부드러운 소리가 주를 이루었으나 중간중간 기적 같은 소리가 끼어들었다. 무조건 아름다운 소리가 주를 이루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정말 신기한 것이 목관악기 중 가장 낮은 음역대를 담당하는 악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고음이 있었다. 근데 그 고음이 또 맑고 경쾌했다. 한 악기에서 이런 양면적인 소리가 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흥미롭게 다가왔다.

 

바순은 신기했다. 하나하나의 음이 단순한 음이 아니었다. 하나의 음에 하나의 소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소리가 있었다. 그렇다 보니 소리가 더욱 풍성해졌고, 하나의 악기와 피아노의 협주만으로도 공연장이 꽉 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H. Holliger의 Three Pieces for Bassoon Solo, 3. Klaus-Ur은 나를 무척이나 당황하게 만들었다. 거의 연주 중간부터 연주자가 악기에서 입을 떼고 입술과 입술을 부딪쳐 내는 인위적인 소리를 중간중간 냈기 때문이다. 기악곡 연주에 거의 관심이 없는 나인지라 정확하게 이러한 행위가 테크닉인지, 아니면 원래 정형화된 연주 방법인지 알 길은 없었다.

 

하지만, 당황스러움도 잠시, 이것을 통해 표현하려는 바가 무엇인지를 캐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흐름 속에 이 곡은 연인과 연인이 키스하는 순간을 나타낸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곡에 대한 정보를 찾지 못해 내 의견이 맞는지를 확인할 길은 없지만 말이다. 입으로 내는 인위적인 소리 – 심란하면서 역동적인 멜로디 – 잔잔하고 고요한 멜로디가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진지한데 웃긴


  

바순 연주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매우 이중적이었다. 음악을 듣다 보면, 분위기가 진지하다가 갑자기 가벼워진다. 이런 모습이 마치 진지한데 웃긴 사람을 연상시킨다. 무거운 분위기에 침식당하기 직전 멜로디가 바뀌면서 웃음이 난다.

 

하지만, 그 웃음은 호탕한 웃음이 아니라 피식거리는 웃음이며 그렇게 오래 유지되지는 않는다. 다시 곧 무거운 멜로디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멜로디의 변주가 계속해서 이어지자, 나는 바순의 매력이 푹 빠져버렸다. 마치 엄청나게 매력적이고 신비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느낌이랄까.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선 바순 연주회였으나, 어느새 나도 모르게 표정이 시시각각 바뀌며 누구보다 연주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음 한음 집중하다 보니, 곡을 쓴 작곡가의 감정이 느껴졌고, 음표들은 내게 와 나만의 감정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기악곡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는 못 느꼈던 기악곡의 매력을, 이제는 더 많이 그리고 풍성하게 느껴보고 싶다.

 

추가로 피아니스트 김재원에 대해 말하자면, 공연 내내 그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가볍고 경쾌한 멜로디에서는 고개를 흔들면서, 무거운 멜로디에서는 정적으로. 마치 음의 기분이 표현되어 나타나는 듯했다. 그의 행동이 연주회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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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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